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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조계원 경기도 정책수석

기본소득·지역화폐 전도사 "보편복지로 노동의욕 고취...선별복지 부작용 이미 심각"
"타 지자체, 아동수당 현금 지급했더니 금융권이 적금 상품 개발해 흡수...지역화폐가 해법인 이유"

  • 기자명 조봉수
  • 입력 2019.08.02 16:03
  • 수정 2019.12.0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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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경기도 정책수석 / 사진=최만섭 기자
조계원 경기도 정책수석 / 사진=최만섭 기자

장대같은 장맛비가 쏟아지던 지난 달 말, 팔달산 중턱에 자리잡은 경기도청 정책수석실을 찾았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조계원 경기도 정책수석(53·전남 여수)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도정 운영 초기부터 이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지역화폐 정책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특히 지난 4월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개최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이끌면서 3개월의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이고 대중적인 행사로 치뤄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다음은 조계원 정책수석과의 일문일답.

▷기자: 지난 4월 개최된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많이 듣습니다. 이 행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정리하시나요? 

▶조계원 수석: 이번 박람회로 기본소득의 저변이 크게 확대됐죠. 특히 이전에 기본소득의 개념에 익숙치 않던 시민들도 이를 계기로 많이 알게 됐고, 상당수 정치인들도 이에 대해 과거보다 진일보한 관점에 서서 기본소득을 평가하고 있어요.

박원순 서울시장도 예전에 비해 더 비중 있게 기본소득을 언급하고 계셔서 기본소득 의제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자: 기본소득을 최초로 주창해 본격적인 담론화로 이끈 분은 이재명 지사이시죠. 경기도에서 특히 강조하는 실행방안은 무엇인지요?.

▶조계원 수석: 이재명 지사께선 성남시장 재임시절부터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여 복지 혜택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냈었는데, 경기 도정 1년을 넘어서면서 경기도 차원의 청년 기본소득과 산후조리비 지원 복지 정책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는데, 이 역시 성과를 내면서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로 정착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과 지역화폐를 연계하여 시너지를 발휘하는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은 세계 각국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경기도 공무원들이 남다른 사명감으로 도내 31개 시·군과 협업해, 경기도는 행정을, 기초단체는 집행을 담당하는 형태로 추진하고 있죠. 

▷기자: 기본소득 정책 추진을 위한 예산은 어떻게 집행되나요?

▶조계원 수석: 기본소득 정책이 우리 도의 최우선 정책사업 중 하나이므로 도비 70%를, 그리고 각 기조단체가 30%의 비율로 예산을 투입합니다. 일반 사업의 비율과는 반대로 가죠. 마찬가지로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 정책도 같은 비율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자: 경기도 청년들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이를 유통하기도 하죠?

▶조계원 수석: 경기도내 31개 시군구에서 사용되는 지역화폐로 일반인도 구매하면 인센티브를 제공받아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도 발행하고 있어요. 보통은 기본 6%에서 시·군별 여건에 따라 최대 10%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6% 인센티브에 대해서 경기도와 기초단체가 각각 50%씩 분담하는 구조죠.

상당 규모의 예산을 이에 투입하는 이유는 지역의 서민 경제 발전과 폐업율을 낮추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어 6% 인센티브라고 가정했을 때 도비 300억과 시·군비 300억이 합쳐져 600억의 인센티브가 제공되면 시민의 자금 1조를 더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기자: 대규모 지역경기 부양책이 되겠군요. 그와 동시에 세원 추적을 통한 탈세 방지 등의 부수적인 효과도 노리는 건가요?

▶조계원 수석: 아닙니다. 최근 몇년새 더욱 심화되는 양극화 및 지역경제 붕괴를 막기 위한 목적에서 운영하는 정책일뿐 탈세 방지와 세원 발굴 등을 정책 효과로 보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 것들은 과세 당국의 영역이죠. 

▷기자: 최근 우리나라 경제동향과 기본소득·지역화폐 정책의 연관성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조계원 수석: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3050'(GNP 3만불이면서 5천만 인구를 가진 국가)를 달성했지만 빈부양극화와 가처분소득 감소는 심각합니다. 특히 가계대출 잔액이 15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극도로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소득이 소비로 이어져야 기업도 살 수 있는만큼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올바른 정책이지만 시행 과정을 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습니다.

정부는 노동소득 확대 취지의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성장 동인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자영업자들에게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한 점은 특히 아쉬운 대목입니다. 노동 소득으로 가처분소득을 늘릴 수 없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최저 임금 인상 혜택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알바 자리 구하기도 어려워진 실업 또는 실직 상태의 분들을 위한 정책적 대안도 사전에 정교하게 준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기본소득 및 지역화폐 정책도 그 대안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정부에서 시행중인 아동수당도 사실은 부분 기본소득인데, 이를 지역화폐로 지급했으면 2조여원의 재정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큽니다. 

▷기자: 복지정책 수단으로서의 지역화폐의 차별화된 장점은 무엇일까요?

▶조계원 수석: 복지 정책 예산을 현금으로 지급하게 되면 직접적인 수혜 대상은 좋겠지만 비수혜계층 입장에서는 그다지 좋을 게 없습니다. 하지만 복지 지출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적어도 지역 내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을 올리는데 기여하게 되므로 복지 효과는 유지하면서 비수혜계층의 반발도 최소화하고 지역의 서민경제도 살리는 일거양득의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복지 수당을 현금으로 교부하게 되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의 사용은 현저히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아동수당이 현금으로 지급되고 있는데, 이마저도 온전히 가처분소득으로 사용되기는 커녕 이를 노린 금융권이 아동수당적금 상품을 개발하여 소중한 재원들이 시장보다는 금융권으로 흡수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복지 정책 목표 달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재정 지출도 현금으로 그냥 주는 것보다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복지 수혜자 입장에서는 약간의 불편이 따르겠지만 지역의 서민경제를 살리는 데 일조하는 길이므로 가급적 복지 수당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수당이나 이벤트 할인 등도 지역화폐로 지급하거나 환급하여 지역의 서민경제를 살리는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앞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4차산업혁명 등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경제 변수들로 인해 우리 사회의 모습이 급변하게 될텐데 이에 대한 대비와 관련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설명해주시죠.

▶조계원 수석: 인공지능, 4차산업혁명 등 미래 기술 혁신으로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분야가 바로 일자리잖아요. 즉,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면 노동소득만으로 가계를 꾸려가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일자리로 메울 수 없는 간극을 기본소득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기존의 선별적인 복지제도에 들어간 예산과 비용을 지금 당장 한꺼번에 기본소득으로 바꾸는 방안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 없이 부동산 등을 통해 벌어들인 불로소득,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한 소득, 천연자원 등을 통해 만들어진 소득 등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하여 작은 기본소득이라도 국민들에게 지급해 직접 그 장점을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경기도에서는 토지공개념에 근거하여 불로소득의 요람이 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제도로서 소유한 토지에 비례하여 세금을 내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기도가 설계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모델에서는 국민 대다수는 혜택을 보지만 거대 부동산자산가와 대기업의 경우에는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됩니다.

기본소득을 비례세로 설계하면 소득에 비례하여 세금을 내고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의 기본소득으로 배분하기 때문에 국민의 7~80%까지는 내는 것보다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고소득층은 세금을 많이 내게 됩니다. 기본소득은 이건희 회장도 받는데, 소득에 비례하여 내고, 받을 건 함께 누리는 게 공정한 조세정의 실현에도 부합합니다. 

▷기자: 지난 몇년새 보편복지와 선별복지의 정책효과 비교와 관련한 논쟁이 있어 왔죠? 

▶조계원 수석: 사실 국민소득은 세계 7번째 3050시대에 진입할 만큼 늘어났고, 가난한 사람을 선별해서 도와주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오랫동안 시행했지만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중산층도 더 엷어졌습니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같은 선별적인 복지제도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 때문이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별복지제도는 수혜대상 선별을 위한 과다한 행정비용 지출 문제 및 소득증가 時 실질수령액 감소에 따른 노동의욕 저하, 그리고 소득원 은폐가 가능한 '나쁜 일자리'나 지하경제 규모 확대 등의 문제점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빈곤층임을 증명하는 과정에서의 존엄성 훼손 문제, 불법 수급자에 의한 국고 손실 문제, 수혜대상임에도 까다로운 구비서류와 규정에 걸려 정작 수령을 못하고 복지사각지대에 빠지는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반면 기본소득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행정비용의 낭비나 존엄성 훼손, 불법수급자나 복지사각지대가 없어지며 얼마든지 추가 소득활동을 추구할 수 있고, 그만큼 소득을 늘릴 수 있으므로 오히려 노동의욕을 고취합니다. 

▷기자: 해외의 기본소득 시행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조계원 수석: 스위스 기본소득 정책은 행정비용을 줄이며 수준 높은 보편복지를 하겠다는 취지인데 일인당 3백만원대라는 높은 지급 수준과 이민 유입 등의 부작용 우려로 결국 무산됐지만 기존의 복지 설계가 과다한 행정 비용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었어요. 

또한 마다가스카르는 가난하지만서도 기본소득을 약간이나마 줬더니 노동의욕이 오히려 더 커졌죠. 미국 알래스카주는 석유 기금을 만들어 매년 석유 판매 수익금의 25%를 주민들에게 배당하죠. 자연적으로 축적된 공동의 자산이 기초가 된 수익은 주민들에게 공평 분배한다는 취지에 충실한 거죠. 

▷기자: 기본소득 정책의 기본 철학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조계원 수석: 기본소득 철학의 핵심은 시혜가 아닌 공동체의 자산 또는 자원의 공정한 배분 개념이고, 선별복지가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이 보편적으로 누릴 권리라는 원칙에서 출발하죠. 이러한 맥락에서 토지 역시 국가 공동체의 자산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므로, 일부 특권 계층이 부동산으로부터 독점적으로 이익을 누리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천문학적 규모의 부동산 불로소득을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등을 통해 토지공개념 헌법 정신에 맞게 바꿔가야 합니다.

그리고 알래스카의 석유같은 공동체의 자원은 없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빅데이터 창출과 소유·응용 등과 관련한 막대한 수익이 구글, 네이버, 다음 같은 대규모 플랫폼 기업들에게 편중돼 그들이 초과이익을 독점적으로 향유하는게 맞는지, 또한 그 데이터를 창출하고 참여하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의 몫을 어떻게 인정하고 보상할 건지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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