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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연재] 경기도G-SDGs: 기후변화 시대, 적정기술의 역할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지속가능발전목표(G-SDGs) 연속기고 #4

  • 기자명 편집부
  • 입력 2019.10.30 14:31
  • 수정 2020.05.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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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원/마을기술센터 핸즈 대표

 

[편집자주]경기도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2019년 1월 30일 지속가능발전목표(G-SDGs: Gyeonggi-Do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선포했습니다. G-SDGs는 17개 목표 68개 세부 목표, 138개 지표로 이뤄졌습니다.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책위원회는 지속가능발전 지표 중 31개 시군 공통지표를 적용한 결과와 그 함의를 지표별로 제시했습니다. 이번이 네번째로  정해원 마을기술센터 핸즈 대표의 기고를 싣습니다. 

 

최근 스웨덴 16살 청소년인 그레타 툰베리 이야기가 이슈가 되고 있다. ‘탄소 예산’, ‘IPCC 보고서’, ‘기후를 위한 학교파업’,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런 단어들 의미가 궁금해서 찾아보고 고민해보기도 했을 것이다. 툰베리가 전하는 이야기는 명확하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이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위기가 코앞이라고 말하는데, 왜 어른들은 아무 실천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성장’ ‘발전’이나 ‘돈’ ‘경제’만 이야기하고 있고, 당장 위기는 왜 외면하느냐는 것이다.

툰베리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행기 대신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고,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새 옷을 사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기존 질서에 들어와 사는 어른들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며 우리보고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외치고 있다. 툰베리의 이야기가 거슬리고 치기 어려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는 ‘학교파업’으로 학교에 가지 않은 툰베리에게 ‘학교를 빼먹는 것이 재앙’이라도 놀리기도 했다고 한다.

환경이나 생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분들은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아는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툰베리의 이런 외침에도 당장 변화를 실천할 수 없는 것일까?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은 이 시대가 ‘인간 정신’이 ‘온전한 상태로 있기 극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한 마디로 모든 아픔과 문제, 위기를 다 받아들이고는 살아가기 어려워 나름 타협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툰베리의 지적이 뜨끔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여러 가지 자기합리화를 통해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상황이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에게 기후변화는 시간상으로 공간적으로 멀리 있는 문제다. 와 닿지 않는다. 빙하가 녹고 북극곰이 죽는 문제가 당장 내 삶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화석연료 중심인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기에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렵다. 이렇듯 기후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올바르게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나 ‘환경’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위선자가 될 가능성이 커 교육하는 처지에서 말 한마디 무게가 가볍지 않다.

‘그렇게 말하는 너는 잘살고 있느냐? 너도 이 화석연료 시스템의 혜택을 받잖아. 너도 전기 쓰잖아’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어떻게 행동하고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가?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개인의 노력은 과연 의미가 있을까? 나 하나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고, 자전거를 탄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고 기후가 바뀌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면 비관적이다. 그래서 ‘기후변화 비상행동’에서는 정책과 제도의 변화를 정부에 요구하기도 한다.

태양광 충전기
태양광 충전기

 

LED스탠드 
LED스탠드 

‘마을기술센터 핸즈’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교육한다. 적정기술이란 ‘적당한 기술, 알맞은 기술’이라는 말로, 해당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서 누구나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이런 적정기술은 ‘소비가 미덕’이라고 하며 막대한 소비를 권장하는 사회에서 절약하고 고쳐 쓰는 문화를 강조한다. 

그러면 기후변화의 시대에 적정기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는 무척 거대하게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환경의 변화라서 각 개인이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자칫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고 그냥 이대로 살아가는 것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위기를 겪는 투발루 이야기도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고, 내가 전기를 아끼는 것이 지구의 온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너무나 먼 이야기가 되고 만다.

그런데 ‘적정기술’을 통해 태양광으로 휴대폰을 충전하고, 에너지소비가 적은 LED스탠드를 만들고, 태양열을 활용해 햇빛온풍기나 햇빛건조기를 만드는 경험을 직접 해보면 약간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에너지 문제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이 그리 멀지 않고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런 것들을 배운 학생이나 시민들이 적정기술과 에너지 문제를 고민하고, 자기 집에 가서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해 전기를 쓴다거나 에너지절약을 실천해나간다면 ‘적정기술’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사회의 여러 요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결국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는 이 전기가 어디서 오는지를 제대로 안다면 거대한 원자력발전소나 미세먼지를 내뿜는 화력발전소를 줄일 수 있다. 태양광발전에도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 생활과 관련된 기술을 내 손으로 직접 해보는 적정기술의 시도가 미래의 ‘에너지전환’을 배우고 실천해보는 실험실 역할을 할 수 있고, 기후변화를 막는 방법들을 찾아가는 실마리가 될 것을 기대해본다.

 

정해원/마을기술센터 핸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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