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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연재] 1970년대 시대정신 이장희

■ 정진택의 음악산책1회

  • 기자명 편집부
  • 입력 2019.11.12 08:35
  • 수정 2020.03.2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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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택/큐레이터

 

1970년대를 주름잡던 당시 젊은 가수들을 대상으로 투표했다면 누가 1위였을까? 송창식? 김민기? 양희은? 밤하늘에 별처럼 빛나는 가수들이 수없이 많고 저마다의 특색과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장희야말로 최고 가수가 아니었을까?

노래를 잘해서일까? 얼마 전 이장희는 한 방송에서 80년대의 가왕(歌王) 조용필이 자기가 노래하는 걸 진지하게 만류했다고 실토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이장희가 ‘음치’라는 것이었고, 이장희 본인도 그런 조용필의 말에 화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그의 가창력은 전문 가수로서는 ‘글쎄?’ 수준이다. 그럼 잘 생겨서? 콧수염에 눈 째진 이 사나이는 당시 무대에 올랐던 젊은이들 중 외모로는 줄 가장 끝에 세워야 했을거다. 그렇다면? 답은 시대정신과 문화현상의 상징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1968년 이후 시대정신은 기성세대에서 젊은 세대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68혁명 정신은 제1세계 미국에서 베트남 전쟁에 저항하는 반전 히피문화로 번졌고 제2세계 소련의 체코 침공을 저주하는 평화와 탈 이데올로기 정신에 불을 지폈다. 식민지 제3세계 국가들은 독재와 빈곤 속에서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그 안 젊은이들은 밖에서 불어오는 새로운 시대의 향기에 코를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한국도 그랬다. 제3공화국으로 시작된 1인 독재의 어두운 그림자는 빈부격차와 경제적 질곡을 낳았다. 젊은 세대는 분노했다. 정치적 저항이 거세지는 가운데 젊은이 문화는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이제까지는 없던 아니 표현되지 않았던 아름다움, 나만의 내 안에 있던 싱싱한 아름다움, 내리 눌려 있던 감성을 뚫고 새로운 문화적 감성을 향해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김민기와 양희은의 아침이슬은 왜곡된 한국사회구조를 진지하고 비장하게 노래했다. 송창식, 김추자의 멋진 보컬은 음악의 수준을 한껏 높였다. 하지만 이들이 젊은 시대정신을 온전히 품기에는 너무 엄숙했고 프로페셔널했다. 이때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수염난 사나이는 다른 젊은 가수들과 다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대화체 가사, 혼잣말 가사, 술취해서 외치는 것 같은 소리가 젊은이들  마음을 끌었다. 이 삐딱한 노래는 상층 꼰대들에게 기분 나쁘게 들렸다. 그들에게는 “그건 너”(아 이 사회가 이런 꼬라지가 된게 우리 때문이라고 들린다), “마시자, 마셔버리자”(우리에게 반항하는, 그걸 술로 풀어버리는…)는 자신들을 비꼬는 것으로 들렸다.

밤이 되면 달콤한 목소리로 공부시간이 아까운 딸 아들들을 잠 못 이루게 했다. 그가 ‘0시의 다이알’ DJ를 맡게 되자 라디오 방송국들은 밤프로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가 인기투표 1위를 차지한다면, 문화적 콜래보였던 때문이리라. 청바지 문화 복판에 있던 최인호의 문학과 이장호의 영화는 이장희의 음악을 만나 신문화의 신호탄인 “별들의 고향”으로 꽃피웠다. 그럼에도 그의 전방위적인 음악적 재질과 천재성이야말로 시대의 이장희를 있게 한 가장 큰 힘이었다.

사랑과 평화 <한동안 뜸했었지>, 방미 <주저하지 말아요>, 정미조 <휘바람을 부세요>, 임병수 <사랑이란 말은 너무 흔해>, 임희숙 <슬픔이여 안녕>, 김태화 <안녕>, 김완선 <이젠 잊기로 해요> 그리고 송창식 <애인>. 여러 스타일의 여러 가수들이 그가 만든 노래를 불렀다.

두 곡만 듣기로 한다.

그의 데뷔곡이자 가요 최초의 토크송이라는 <겨울이야기>, 이장희가 쓰고 최인호가 다듬어 주었단다.

 

김완선을 더욱 멋진 댄스 가수로 만들어 준 <이젠 잊기로 해요>.

 

 

아, 그리고 하나 더.

영화 별들의 고향에 나오는 열일곱살 윤시내가 부른 <나는 열아홉살이에요>

 

필자 정진택:  학예사(큐레이터)로 고미술 전시분야 전공이다. 우리음악 탈춤 영화시나리오 등에 조예가 깊으며 우리음악과 세계음악 특히 제3세계 비주류음악에 대해서도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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