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용수 기자) 문재인 정권 초기인 2017년 하반기에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사건'이 표면적 또는 부분적으로는 해결된 것으로 인정된 이후 만 2년이 지난 현재, 실질적으로는 당시보다 나아진 게 뭔지 모르겠다고 노조 측이 한숨 지으며 토로하고 있다.
당시 뜨거운 지지와 응원을 보내준 시민사회 및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법률원, 참여연대 등의 전폭적인 협조에 힘입어 '불법파견' 제빵기사 전원에 대해 파리바게뜨의 법인명인 '파리크라샹'의 정규직원으로 채용하라는 결정을 이끌어냈으나 그후 이어진 재협상, 약속 번복 등으로 인한 난관과 반전을 거치면서 올해초엔 오히려 양재동 SPC그룹 사옥 앞에서 133일 동안 천막농성을 다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물론 당시보다 좋아진 점도 있다. 본사 직원 수준의 복지 규정 적용으로 높아진 복지포인트를 부여 받았고, 건강검진도 한결 높아진 수준으로 받을 수 있게 된 것 등이다.
그러나 여전히 노조사무실 개설이나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의 이슈에 대해 사측은 협조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게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이하 '최초노조') 지회장의 판단이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피비파트너스'라는 파리크라상의 자회사엔 2년전 갈등 딩사자들인 이른바 '협력회사' 등기이사 등의 경영진이 상당수 포진해 최초노조에 대응하는 행태는 그대로 인 것 같다"며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기자와 신도림역 노조사무실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임 지회장은 이어 "다만 사측은 과거와 같이 대놓고 노조원 탄압을 하는 등의 드러나는 행위는 자제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임 지회장의 노조 결성 당시와 비교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2017년 11월경 신설된 한국노총 산하 '새 노조'다. 여기엔 관리직원들이 상당수 가입돼 있어 파리크라상으로의 직접고용을 반대하면서 세력화에 성공해, 현재 단체교섭권을 가진 '과반수 이상 노조'로 몸집을 키웠다. 게다가 이 새로운 노조의 지회장은 2기 경사노위에 근로자위원으로 뽑힌 문현군 한국노총 부위원장이다.
탄력근로제 연장에 반대하던 경사노위 1기의 비정규직, 여성, 청년근로자 위원 등을 포함한 위원 전원 해촉이라는 초강수 이후 만들어진 2기 경사노위의 근로자위원 3인은 탄력근로제 연장 합의에 적극적인 한국노총 위주로 구성됐고 문현군 씨는 그중 비정규직 몫으로 자리를 차지해 이같은 독특한 인과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임 지회장은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취하한 대신 2백만원의 위로금을 받았어야 하지만 1년이 경과해도 아직 받지 못했다"면서 "저쪽 노조가 우리에게 돈을 주면 자신들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못 주고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7월 노동자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압도적인 표차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뽑혔던 임 지회장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를 계속 미루더니, 그러는 사이에 한노총 산하 노조가 꾸준히 노조원 확보 작업을 벌여 결국 과반수 노조원을 확보함에 따라 저의 감독관 자격이 상실되고 한노총 산하 노조원에게 감독관 자리가 넘어갔다"며 분개했다.
그 과정에서 공문 발송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관할 노동부 성남지청에서 한노총 산하 노조원에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재승인을 해준 점도 묵과하지 못할 분노 유발 요인이라고 밝힌 임 지회장은 "저희 요청·요구엔 갖은 이유로 빠른 처리를 안 하던 지청 공무원들이 그토록 짧은 시간에 처리하는 걸 보곤 화가 많이 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이에 대해 본 기자의 전화 질의를 받은 노동부 성남지청 감독관은 "해당 법규에 따라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8월 5일 임 지회장 측의 신청서를 받았으나 익월 10일 이전에 처리해주기만 하면 되는 예규에 따라 노동부 세종 본부 산재예방정책과에 질의 및 검토를 하는 사이에 한노총 산하 노조 측에서 과반 이상 노조원을 확보했다면서 새 감독관 추천서를 제출해 그에 따라 합법적으로 처리한 사안으로서 결코 고의 지연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에선 "저희도 노사갈등이 아닌 노노갈등엔 관여하기가 대단히 조심스럽다"고 11일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이 힘 없는 노조원들의 권익 확보를 위한 시도가 번번히 좌절되는 데 대해 관련법안 개정 등의 입법발의로 근본적인 해결을 꾀할 의사가 없는가"라는 본 기자의 전화 질의에 "아직은 구체적인 시도가 없다"고 답했다.
촛불혁명정권 임기의 절반이 뚝딱 지나가버린 사이 한국도로공사, 아사히글라스, 현대기아차, 파리바게뜨, 한국지엠 등의 노동자들은 오늘도 어디 있는지조차 모를 희망과 미래를 위해 기약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게 이 나라 노동 현장의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