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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두 ‘영웅’을 암살한 미국발 테러가 중동에 가져올 변화

■ 여섯가지 예측

  • 기자명 편집부
  • 입력 2020.01.07 19:08
  • 수정 2020.05.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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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 장례식에서 그를 애도하는 이라크 여성(2020년 1월 4일)
카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 장례식에서 그를 애도하는 이라크 여성(2020년 1월 4일)

 

신현철/국제정치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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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이란은 중국, 러시아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인도양 북쪽과 오만해 공해 상에서 해군 합동 훈련을 벌였다. 그간 미국 함선들만이 휘젓고 다녔던 그 바다에서 3국이 보란 듯이 합세해 위용을 과시했다. 이런 일은 유사 이래 처음이었다. 나흘간 해상 군사훈련은 정확히 말해서 군사훈련이라기보다는 일부러 미국에 보여주기 위해 벌인 일종의 ‘무력시위’ 같은 것이었다.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란은 혼자가 아니다. 미국 너희가 이란을 도발했다가는 우리가 떼거리로 달려들 것이다. 오판하지 마라!!”

[이미지 1] 인도양과 오만 만(Gulf of Oman)에서 이란-러시아-중국이 참여해 벌인 3국 합동해상 훈련(2019년 12월 27일)

 

2
이란의 합동군사훈련이 끝난 지 사흘 뒤인 1월 3일 새벽,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를 암살했다. 쿠드스군은 해외 친이란 민병대를 조직하고 지휘하는 군사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솔레이마니는 이란에서 영웅으로 통한다. 그리고 이날 바그다드 공항에서 그를 영접했던 이라크 민병대 (PMU) 주1) 사령관인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Abu Mahdi al-Muhandis)도 암살당했다. 그 또한 2017년 나토 지상 용병 IS 타크피리 테러분자들을 격멸하고 이라크에서 테러의 씨를 말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라크 영웅이다. 이로써 미국은 이란과 이라크의 두 영웅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지 2] 이라크 민병대 인민 동원부대(PMU) 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Abu Mahdi al-Muhandis)

 

3
자 그렇다면 이제 테러에 성공한 미국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테러성공을 자축하며 샴페인이라도 터뜨려야 할까? 가짜 전문가들 말고 진짜 중동 전문가들은 대체로 6가지 정도를 예측하고 있다.

(1) 이라크 의회는 그간 허용했던 미군 주둔을 철회할 것이다.

물론 의회 내 '친미파 독사들'인 쿠르드계 의원들과 수니파 의원들 그리고 시아파 중 암마르 알-하킴(Ammar al-Hakim)이나 하이다르 알-아바디(Haidar al-Abadi) 같은 자들은 끝끝내 미군 철수를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비록 미군 철수가 부결된다 해도 무한디스의 죽음으로 지금의 끓어오르는 반미 열기를 고려한다면 조만간 뭔 일이 벌어져도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해볼 수 있다. 가령 친미 의원들이 집단으로 테러를 당해 저세상으로 간다든지 하는…

(2) 이라크 내 미군기지는 더는 안전하지 않게 되었다.

특히 미국 대사관은 더더욱 그렇다. 이라크에는 뭔 놈의 미국대사관이 바티칸 시티 정도나 되는 규모로 104에이커나 차지하는 궁궐 수준으로 지어 놓았다. 5천 명 가량의 대사관 직원과 군사/정보 요원들이 황제 대접을 받으며 그간 안전하게 지내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곳은 카운터 테러의 제1목표가 될 것이다.

(3) 이란의 '복수'가 이어질 것이다.

사람들은 이란이 능력이 없어 미국의 요인을 암살하지 않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이는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이란 맹’의 인식 수준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솔레이마니(Soleimani)급 이상의 미국 주요 요인이 암살당할 것이다. 앞으로 국제뉴스를 눈여겨보라. 미국만 테러 잘하는 게 아니다. 이란도 매우 탁월한 테러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처럼 실제로 하지 않아서 그렇지 시리아와 더불어 이란의 저항 테러도 매섭기로 유명하다. 요인 암살과 더불어 호르무즈 해협에서 얼쩡거리며 이란을 위협하는 미국 함선(100명 이상이 탑승한)들 중 하나가 격침될지도 모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시리아 골란고원(Golan Heights) 근처에 진을 치고 있는 이란 혁명 수비대 정예군대와 시리아 군대도 뭔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그들은 명령만 떨어지길 기다리며 이스라엘과의 지하드에서 장렬하게 죽는 게 소원인 전사들이다. 그들은 시리아 8년 전쟁에서 갈고 닦은 실전 전투능력으로 매우 잘 무장된 병력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이란에서 무슨 관용을 기대하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작년에 이란은 38명의 장교를 태운 미국 간첩 비행기를 격추시킬 수 있었으나 차마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감사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주2) 그러나 앞으로는 '얄짤' 없을 것이다.

미국의 이번 테러로 인해 그간 이라크에서 이란 시아파 세력을 몰아내려는 그들 계획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특히 이라크의 '국민 영웅'을 죽임으로써 “반미 성전”의 횃불을 미국 스스로 치켜 올린 꼴이 되어, 조만간 이라크에서 자신들이 축출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이라크 민병대(PMU)는 분노에 가득 차 미군기지 공격을 경고하고 있다.

(4) 이란은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에게 무제한 지원을 제공해 줄 것이고 시아파 민병대의 전투력과 인원은 유례없이 증폭되고 보강될 것이다.

(5) 이란 최고 수뇌부는 이번 미국이 행한 암살 테러를 거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트럼프도 외면한 이란핵협정(JCPOA) 같은 것에 이제 이란은 더는 미련을 두지 않을 것이며 아마도 DPRK("북한")가 간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물론 이란은 ‘욱하는’ 마음에 ‘즉자적으로’ 일을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고 수뇌부와 이란 인민들은 완전히 하나 되어 ‘와신상담’하는 계기가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금 이란 사람들은 미국이 밤낮없이 가하는 '패륜적' 경제제재 폭력과 테러 폭력의 고통을 되새김질하며 최후에 적의 심장부를 타격해 승리를 가져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새롭게 하고 있다. 가만히 놔두면 천진난만하고 순박하게 살 사람들을 기어코 자극해서 ‘복수의 화신’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미국이 가장 잘하는 짓이다.

 

[이미지 3] 미국 침공 후 쪼개진 이라크

 

(6) 이라크인들의 각성이 심화할 것이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이라크를 잘게 쪼개 놓은 후 쿠르드족의 집합인 ‘미국 말 잘 듣는’ 쿠르디스탄을 만들어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이번 미국 테러로 이라크에서 광범위한 반미 기운이 분출해 어찌어찌해서 미군이 철수하게 되더라도 쫓겨난 이들은 바그다드가 아닌 쿠르디스탄에 다시 둥지를 틀고 이들을 움직여 시비를 걸며 재기를 도모할 것이다. 이라크의 사례에서 보듯이 나라라는 게 통일되기는 어렵지만 쪼개지기는 쉽다. 쪼개지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라크는 조금씩 속도를 내서 자신을 스스로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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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주

주1)
PMU는 Iraqi People’s Mobilization Units (PMUs)의 약자이며, ‘하쉬드 알샤비(Hash’d al-Shabbi)’ 또는 간단히 ‘하쉬드(Hasheed)’라고도 불리는데, 2014년 여름 이라크 모술이 IS에 의해 함락된 이후 그랜드 아나톨리 시스타니(Sistani)가 파트와(fatwa)를 발동해 이라크에서 사지 멀쩡하고 전투 가능한 모든 남자를 총동원하여 만든 13만 명 가량의 민병대 조직이다. 이들이 죽기 살기로 싸워 IS를 축출하는데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의 지도자가 바로 미국의 테러로 숨진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Abu Mahdi al-Muhandis)이다.

주2)
https://www.ft.com/content/27d9296c-9507-11e9-8cfb-30c211dcd229
JUNE 23 20
「트럼프, 이란이 (미국의) 유인 간첩 비행기를 격추하지는 않은 것은 ‘매우 현명한 처사’라고 추켜세우다」
「Trump says Iran ‘very wise’ not to shoot down manned spy plane」
by Demetri Sevastopu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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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최상단 이미지] 카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의 장례식에서 그를 애도하는 이라크 여성(2020년 1월 4일)
https://slate.com/news-and-politics/2020/01/pence-falsely-links-soleimani-9-11-attacks-justify-assassination.html

[이미지 1] 인도양와 오만만(Gulf of Oman)에서 이란-러시아-중국이 참여해 벌인 3국 합동해상 훈련(2019년 12월 27일)
https://en.irna.ir/news/83609785/Iran-Russia-China-start-joint-maritime-drill-in-Indian-Ocean

[이미지 2] 이라크 민병대 인민 동원부대(PMU) 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Abu Mahdi al-Muhandis)
http://www.trackpersia.com/abu-mahdi-al-muhandis-wanted-terrorist-powerful-irans-man-iraq/

[이미지 3] 미국의 침공 후 쪼개진 이라크
https://egyptindependent.com/iran-opens-border-crossing-iraqi-kurdistan-region-state-media/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국제정치완전정복(완정넷) 대표작가로 이 글은 https://wanjeong.net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글쓴이: 신현철
국제정치완전정복 대표작가, 국제정치 분석가
지정학적 연구 분석틀을 바탕으로 국제정치의 이면을 파헤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유라시아 시대의 도래를 준비하여 ‘전통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새로운 국제정치학 패러다임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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