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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트(The Mist)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 공포 바이러스를 확대하는 세력은 건강한 시민 사회의 적

  • 기자명 서양원
  • 입력 2020.02.02 10:17
  • 수정 2020.02.0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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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환자 발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환자 발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서울 강동=서양원 기자) 지난달 29일 동대구역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유투버 4명이 시민이 붐비는 기차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발생 상황을 가장한 몰래카메라를 찍었다 한다. 일행 가운데 2명이 흰색 방진복을 입은 채 환자를 가장한 또 다른 일행을 쫓는 추격전을 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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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비롯 전세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포와 혼란에 빠져있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고, 그 해결책인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니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혼란속에서 인터넷에 신종 코로나 관련 가짜 뉴스들이 많이 떠돌고 있다.

 

미스트(The Mist) 속 카모디 부인

영화 '미스트' 카모디 부인 / 영화 '미스트' 캡쳐

미스트(The Mist)는 어느 한적한 호숫가 마을에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와 안개 속 괴물, 그 안개에 섬처럼 고립된 마트와 마트 속 많은 사람들이 겪게 될 이야기를 다룬다. 서로를 모두 아는 작은 마을 이웃들의 평범한 일상이 어떤 계기(안개 속 괴물)로 인해 극한 상황에 다다를 때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은 안개 속 ‘괴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극한 상황의 ‘인간’을 이야기한다. 안개 속 괴물에 대응하는 인간의 본성,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희생과 죽음을 강요하는 탐욕적 본성과 객관적으로 상황을 직시하며 공동선을 추구하려는 이성적 본성의 대립을 감독은 그리고자 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은 주인공도 아닌 카모디 부인이다. 이 작품 속의 카모디 부인이 벌이는 선동을 보면 흥미롭다. 카모디 아줌마는 종교에 기형적으로 심취해 이상한 말들을 하는 걸로 이웃으로부터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던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속수무책의 재난 와중에 질서와 통제 규칙이 무너지며 생지옥으로 변해가는 이 작은 마트 안에서 그녀는 불안에 빠진 사람들로부터 선동가이자 지배자로 자리잡는다. 대중들에게 내재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나약함과 공포심을 교묘히 건드리며 이를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의 총합이라고 봐도 무방한 그녀는, 지옥문이 열린 안개 속 마트안에서 무너진 이성의 틈으로 신이라는 이름의 만병통치약을 들이밀 기회를 잡았다. 어떤 의심도 허용하지 않는 카모디 부인의 맹목적인 믿음은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기준이 된다. 새로운 질서의 탄생이다. 절대적인 신의 이름을 사칭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모든 혼란의 분명한 원인, 즉 공공의 적(=희생양)이다. 성난 군중들은 불가항력의 재해 속에서 희생양을 통해 광기가 표출한다. 1923년 관동대지진의 조선인 학살처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그리고 한국판 카모디 부인

중국인을 향한 혐오가 심하게 표출되고 있다. '중국인 국내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55만명이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조경태 최고위원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에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주장하는 중국인 입금 금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현실적인 방법도 아니고, 근본적인 대처도 아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이나 전염병예방법상 특정 질병에 노출된 사람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지만, 특정 국가 구성원 전체에 대한 입국 금지는 국제 인권 규범에 위배된다. 중국인 전체를 위험한 사람들로 보고 접촉을 피하는 것은 과잉반응이다. 중국인도 이번 사태의 피해자일 뿐이다. 자유한국당이 인권 개념도 없이 중국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메르스 사태’ 초동대응 실패로 국민이 정부에 등을 돌리듯 문재인 정부도 ‘메르스 사태’처럼 실패해서 지지율이 폭락하길 바라는 심보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중국인을 희생양 삼아 정치적 이익을 탐하려는 세력, 카모디 부인과 다른 게 무엇인가.

"[단독] 천안 반발에 밀렸다...‘우한 전세기’ 아산, 진천에 격리 수용” 30일 중앙일보 기사다. “‘격리 시설’ 與 지역서 野 지역으로 변경, 왜 일을 키우나” 30일 조선일보 사설이다. 사설에서 “천안 주민들이 반발하자 아산·진천으로 방향을 틀었다. 천안의 국회의원 세 명은 모두 여당 소속이다. 아산과 진천 시설은 야당 의원 지역구다. 아산과 진천 주민들 입장에서 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여야 지역구에 따라 격리지역을 선정한 것처럼 쓴 것이다. 주요 신문의 기사와 사설을 통해 공포 분위기와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이다. 아산, 진천 주민들에게 궐기를 요구하는 선동에 다름아니다. 공포와 갈등 조장으로 신문의 클릭 수를 늘리려는 세력, 미스트 속 카모디 부인이 연상될 수 밖에 없다.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질의에서 “적절한 규모, 한 분씩 수용할 수 있는 국가 시설이면서 거점 병원과의 접근성을 고려하고, 입국 희망자가 24일 150명 수준에서 30일 720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300명 수용 인원인 천안 우정연수원은 적합하지 않다. 아산 경찰연수원은 800명 수용 가능하고, 진천 공무원연수원은 500명 수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실관계를 국민에 신속하게 알리지 않는 것은 정부 실책임을 지적했다.

 

손씻고 마스크 쓰며 건강한 사회를 바라는 슬기로운 국민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아프리카 돼지열병,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지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국민들은 안전 의식을 함양해왔다. 개인 스스로 안전을 도모하며 정부의 대응을 예의주시한 것이다. 국민들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처럼 정부의 대응이 잘못됐으면 촛불과 투표로 응징해 왔고, 사스와 아프리카 돼지열병처럼 정부의 대응이 순리적이면 지지율로 보답해왔다. 일부 선동가와 세계적 재난을 집단의 이익으로 도모하려는 세력에겐 국민은 냉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투명한 행정으로 국민의 지혜와 참여를 유도하면 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단기일에 진정될 수 있고 수개월 지속될 수도 있다. 비이성적인 괴담과 가짜뉴스는 코로나바이러스 자체의 심각성보다 심리적 공포와 불안을 확대시킨다. 개인이든 지역이든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대처하면 된다.

사회에서 고립되고 격리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격리되는 분들이 심리적으로도 격리되지 않도록 마음의 연대감은 잃지 않아야 한다. 또한 진천, 아산 지역 주민에게도, 밤낮없는 의료진에게도, 우한의 중국인에게도 연대의 마음을 보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공동체’와 ‘나’를 연결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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