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3 17:37 (금)
그리움, 후회 혹은 자기 연민: 내 인생의 ‘띵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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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후회 혹은 자기 연민: 내 인생의 ‘띵곡*’들
  • 김진욱/기획위원
  • 승인 2020.03.1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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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춘, 데프콘, 딥퍼플
이미지= 데프콘 '아버지'
이미지= 데프콘 '아버지' 뮤직비디오 캡처

김진욱/시그널 기획위원

 

1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유달리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거나 하다 눈물 흘릴 때가 있다. 그런데 평생 몇 번은 그냥 눈물 정도가 아니라 아예 통곡한 적도 있다. 내 기억에 그런 첫 영화는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다**. 1995년 그러니까 25년 전,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던 신혼 때다. 지금은 메가박스로 이름이 바뀐 강남 뤼미에르 극장에서 아내와 토요일 조조로 봤다. 관객이 아마 열 명도 안 됐다. 극 중 열사가 노동법 책을 들고 스스로 몸에 불 지르며 뛰어나가는 장면에서 그만 오열하고 말았다(그러고 보니 같은 감독 작 <그섬에 가고 싶다>에서도 역시 엔딩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진 적이 있다). 우는 내내 아내는 내 손을 잡아 줬다.

물론 영화 때문만은 아니다. 예전 여기 시그널 글(참조1)로 혹은 개인 글(참조2)로 전태일이 준 충격을 얘기한 적 있다. 아무튼 그렇게 오열한 또 다른 영화는 <1987>이다. 2017년 12월 31일 마지막 날, 청년이 된 두 아들과 아내 그렇게 넷이서 함께 극장서 봤다. 영화 마지막, 주인공 연희가 시위대 버스에 올라 팔을 힘차게 흔드는 장면에서 아내와 나는 동시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엔딩크레딧이 오르는 동안 둘이 한참을 흐느꼈다. 당시 많은 이들이 그랬듯 학생운동-수배-구속-현장-복학으로 늦게 졸업한 나나 89학번으로 휴학까지 하며 어떤 면에선 나보다 더 열심이었던 아내나 <1987>이 그냥 감상할 수 있는 영화만은 아니었던 듯하다(참조3).

 

2

사실 오늘하고 싶은 얘기는 영화가 아니라 음악이다. 듣다가 폭풍 눈물 흘린 음악 세 곡.

 

(1) 정태춘

예의 그 20대 후반에 몇 년간 입산 생활을 한 일이 있다. 하산해서 결혼하고, 취직하고 속세에 찌들어 살던 30대 때 어느 날이다. 볕 좋은 휴일 혼자 있는 집에서 오랫만에 좌선을 하고 문득 CD를 틀었다. 정태춘 곡 <탁발승의 새벽노래>였다. 내게 아내를 소개해주시고 나서 반년 후 돌아가신, 입산 생활할 때 모셨던 젊은 스님과 노랫말이 100% 싱크로 된다고 느껴서 였을까? 무심코 듣다 말고 나도 모르게 소리내 울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때 든 생각은 생활에 찌들어 어느덧 가르침을 다 잊고 대로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는 자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아래는 가사 일부다.

잠을 씻으려 약수를 뜨니 그릇 속에는 아이얼굴
아저씨 하고 부를듯하여 얼른 마시고 돌아서면
뒷전에 있던 동자승이 눈부비며 인사하고
합장해주는 내 손끝 멀리 햇살 떠올라 오는데
한수야 부르는 맑은 목소리에 깜짝놀라 돌아보니
해탈 스님의 은은한 미소가 법당 마루에 빛나네

나무위키에서 정태춘 항목을 보시려면 여기(참조4)를 보시면 된다. 여담이지만 나무위키 정태춘 항목은 한 편 평론으로도 손색 없을 만큼 잘 정리돼 있다.

 

(2)데프콘

2006년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 4-5년 되던, 한창 비박 암벽 빙벽 등등 야외 활동과 익스트림에 빠져 살던 40대 때다. 어느 휴일, 설악산인지 가평인지 아무튼 강원도 쪽에 갔다가 혼자 운전해 돌아오던 차 안. 강변북로를 들어설 무렵 차 라디오에서 낯선 곡이 흘러나왔다. 난생처음 들은 노래였다. 데프콘이 부른 <아버지>라는 노래다. 운전하면서 흘려듣다가 어머니 목소리로 피처링 된 부분에서 갑자기 오열하고 말았다. 아마도 아버지 어머니에 불효했던 내 자신에 대한 자책 때문이었으리라...

아래는 가사 일부다.

자식이 바쁠까봐
전화도 맘대로 못걸고
가끔가다 먼저 걸면
몇마디 하다 끝난다
어머니 병원비 얘기를 왜 못해
자식한테 손 벌리는게
그게 괴롭대
명절에는 온가족이 모여 빚얘기
내 덕분에 다들
빚쟁이가 된 뒷얘기
별을 보고 소원을 빌며
속삭였는데
어느새 아버진
내 등을 토닥여주네
(중략)
아버지의 맘 그때는 미처 몰랐네
인생의 훼방꾼 말이 안 통하네
아버지의 맘 그때는 미처 몰랐네
모두가 손가락질하며 나를 욕할때
아버지의 맘 그때는 미처 몰랐네
뒤에서 모든걸 짊어지고 기도한게
아버지의 맘 이제야 알것같애
아버지의 맘 그맘을 알것같애

(중략)

내가 사랑하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손에 잡혀지는
안타까운 주름때문에
뒤돌아 서글프게
목이 메어 울었습니다

참고로 데프콘은 예능 이미지로 많이 희석됐지만 2004년 1회 한국대중음악상 힙합부문도 수상했고 예능 전에 만들었던 앨범들은 수작 혹은 명반으로 평가할 만큼 실력있는 뮤지션이다. 내 보기에 특히 위 곡에서 본인 어머니 목소리를 피처링한 부분은 '민중적 감성'의 절정을 보여준다.

 

(3)딥 퍼플

아직도 마음은 청춘이라 생각해도 벌써 50대라는 걸 자각하고 가끔 놀라곤 한다. 그런 어느 날 젊었을 때 자주 들었던 딥 퍼플의 명곡, <Soldier Of Fortune(방랑자)>을 오랫만에 다시 들었다. 유튜브로 음악을 우연히 들었는데, 듣다가 폭풍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잃어버린 날들에 대한 그리움? 혹은 삶에 대한 후회? 아니 어쩌면 그저 자기 연민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러고 보니 얼추 30대, 40대, 50대 십 년 마다 한 번씩 그랬다. 그렇게 방랑처럼 젊은은, 그리고 인생은 흘러버렸다.

다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3-1) 딥 퍼플 소개, 나무위키 링크는 여기(참조5) 참조. 딥 퍼플 3기 때 발표 곡이다. 리치(리치 블랙모어)의 기타와 블루지한 데이비드 커버데일의 보컬은 명품 중의 명품이다.

(3-2) 유튜브 영상

(3-3) 아래는 가사  일부다. 보통 노래 제목 'soldier of fortune'은 돈을 받고 대신 전투에 참여하는 용병을 말하고 실제 인터넷에 떠도는 가사 번역은 대부분 용병으로 되어있는데 일종의 오역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돈 혹은 새로운 아이템을 좇아 허송한 세월을 은유하는 '방랑자'의 의미가 더 원래 노래 느낌에 가깝다. guess(-로 생각하다, 추측하다)라는 단어 때문이다.

Many times I’ve been a traveller I looked for something new
(항상 떠돌며 새로운 걸 갈구했어)
In days of old when nights were cold
(하지만 나이가 들고 추운 밤이 찾아올 때면)
I wandered without you
(당신이 없는 난 방황했었지)
But those days I thought my eyes had seen you standing near
(하지만 마치 난 당신이 보이는 것 같았어)
Though blindness is confusing
(눈이 먼듯한 혼란)
It shows that you’re not here
(당신은 여기에 없지)
Now I feel I’m growing older
(이제 나도 늙어가는 걸 느껴)
And the songs that I have sung Echo in the distance
(그리고 나의 노래들은 멀어지는 메아리처럼)
Like the sound Of a windmill going round
(마치 풍차소리처럼)
Guess I’ll always be a soldier of fortune
(나는 어쩔 수 없는 방랑자인가 봐)
I can hear the sound of a windmill going round
(풍차소리가 메아리치는 게 들려)
Guess I’ll always be a soldier of fortune
(난 항상 방랑자일 뿐이야)
I guess I’ll always be a soldier of fortune…
(난 항상 방랑자일 뿐…)

아래 동영상은 딥퍼플의 키보디스트인 존 로드 추모공연 버전이다.

_____

*띵곡: 인터넷 게시판 따위에서 ‘명곡’이라는 뜻으로 쓰는 말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그해(1995년) 청룡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및 감독상을 수상했다.

 

참고 글 링크

참조1: 자기소개서 이야기?④ 복싱을 사랑한 여배우, 시그널

참조2: 도덕경을 읽고, 블로그

참조3: 1987, 블로그

참조4: 정태춘, 나무위키

참조5: 딥 퍼플,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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