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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성 유권자들은 왜 이규민을 선택했나

■ 경기 안성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기까지
■ 정부‧지자체의 ‘코로나 방역’과 당의 ‘비전’, 후보 자질 복합적으로 고려

  • 기자명 편집부
  • 입력 2020.04.21 13:49
  • 수정 2020.04.2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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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 안성동 광신사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답례중인 이규민 당선자 / 사진 출처=이규민 당선자 페이스북

▣ 글: 문제갑 / 이규민 당선자 선거운동본부 정책실장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치러졌다. 모든 후보가 마찬가지 심정이겠지만, 총선을 한 달 남짓 앞둔 3월초가 되어도 유권자를 만날 방법이 없는 깜깜이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보수 후보가 내리 3선을 한 안성

그러던 3월 중순, 당내 경선 결과 이규민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안성시 국회의원 후보로 뽑혔다. 비공개 원칙이라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길 없지만, 전국 어느 여론조사와 비교해도 응답률에서 최상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우회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권리당원의 1/3이 투표에 나섰고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응답률이 10%에 육박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과 비교할 때 시민과 당원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는 뜻이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당시 안성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은 276명에 불과했다. 사실 이때 선거에 나서겠다는 후보가 없었다. 어차피 지는 선거라는 것이다. 그보다 앞선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아예 국회의원 후보를 내지 못했다. 20대 총선에서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후보로 나서는 사람이 없어 이규민 후보는 주위의 권유에 대타로 나섰다. 그런데 276명 당원들과 함께 받은 본선 득표율이 33.85%였다. 당 지지율보다 10% 높은 성적표였다. 
4년이 지난 이번 총선의 권리당원은 9,770명이다. 평당원까지 2만 명에 달한다. 안성 인구가 18만 명인데 인구의 10%가 넘는 시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당원들이었던 셈이다. 당원들이 “이번 선거는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 37.1%, 홍준표 후보 25.2%, 안철수 후보 23.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8년 치러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의 안성 득표율은 52.4%였다. 남경필 후보는 38.2%를 얻었다.
리턴매치로 벌어지는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김학용 후보가 3선을 하는 동안 얻은 지지율은 2008년 58.9%, 2012년 55.7%, 2016년 50.2%를 기록하고 있었다.
 ‘안성’ 선거구는 경기 남부지역의 대표적인 ‘여당 텃밭’이다. 안성이 독립 선거구로 분리된 1988년 13대 총선에서 여권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이래 지금까지 야당 후보는 단 한 번도 여당 후보를 꺾지 못했다.
16대, 17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후보가 연속 당선됐지만 당시도 모두 집권 여당 후보였다. 그 뒤 선거 결과도 ‘집권 여당=승리’ 공식이 한 치 오차 없이 작동했다. 18대 대통령선거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여당 후보가 완승했다.
‘안성=집권 여당’ 구도가 굳어진 가운데 지난 20대 총선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당시 국민의당 바람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이규민 김학용 간 박빙 승부의 추가 김학용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야권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한번 해볼만한 승부였다는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김학용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50.22%. 더불어민주당은 33.85%를 얻어 2위를 했고 국민의당 후보가 13.53%를 각각 득표했다.
21대 총선은 이전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여당인 상황에서 치러졌다. 여기에다 정의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여야 양자 대결로 선거 구도가 한결 단순해졌다.

“12년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20대 총선에서 좌절을 맛본 뒤부터 이규민 후보는 매일 아침 안성에서 평택으로 가는 풍림아파트 앞에 서서 시민들에게 출근 인사를 했다. 적게는 두 시간, 많으면 세 시간 정도, 햇수로는 4년, 날짜로는 8개월을 그렇게 했다. 그 덕분인지 안성 시민들은 ‘이규민’ 하면 ‘날마다 출근길 인사하는 사람’을 떠올린다고 한다. 이번 경선 즈음해서는 아침 점심 저녁까지 세 차례 인사하니 적게 잡아도 2천 번은 매일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인 셈이다.
누구나 한두 번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서 시민들의 출근길을 챙기기는 쉽지 않다. 이 후보의 뚝심과 내공이 그렇게 쌓였다.
“12년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미래통합당 3선 김학용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3선까지 지낸 중진 의원이 들을 만한 소리는 아니다. 그는 1등 국회의원이 되겠노라 장담했다. 그러나 그 말 뒤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소리가 있다.
“안성은 꼴찌인데?”
그런 그가 이번에 4선 도전의 변을 이렇게 내놓았다.
“4선을 하고 난 뒤 도지사에 도전하겠다.”
유감스럽게도 안성 시민들은 그가 1등 국회의원이 되고 도지사가 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그보다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후되고 정체된 안성을 발전시킬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경기도 예산 가운데 납득할 정도의 금액을 안성으로 끌어올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가 어떤 꿈을 꾸며 안성을 이끌고자 하는지는 자유나, 적어도 그것을 ‘꼴찌’ 안성 시민들의 염원과 맞바꾸려 해서는 안 될 터였다.

위기마다 헌신하는 시민을 믿으며

안성은 1970년대 이전만 해도 경기남부 최대의 도시였다. 특히 전국의 모든 공산품이 몰려드는 안성시장이 위치한 안성은 그중 부유한 도시에 속했다. 그런 안성이 지금은 침묵 속에 정체되어 있다. 한때 떠들썩했던 장마당은 온 데 간 데 없고, 경기도 최남단의 작은 도시가 되어 서서히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1995년 평택 인구가 32만 명, 용인 24만 명이었을 때 안성은 12만 명이었다. 인구 격차는 해마다 벌어졌다. 지금 평택은 52만 명으로 인구가 늘었고, 용인은 106만 명이나 되는데 안성은 18만 명에 머물러 있다. 인접한 곳마다 인구가 넘쳐나고, 삼성이니 SK니 대기업들이 이사를 오는데 안성은 수많은 역사문화 자원을 땅에 묻어두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피해 은둔한 셈이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서울에서 멀고, 국가철도망의 수혜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경부선 철도가 안성이 아닌 평택으로 지나갔고 경부고속도로도 개통되면서 물류의 흐름이 철도 라인을 따라 안성에서 평택으로 옮겨갔다.
안성이 평택이나 용인보다 서울에 가까울 도리는 없으니, 철도야말로 안성을 재도약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렇게 해서 이규민 후보는 “안성-서울 간 30분 고속철도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가장 앞에 내세웠다. 서울-동탄 간 고속철도를 연장해서 안성‧진천‧청주를 잇게 되면 내륙 도시들에게도 한번 뛰어오를 기회는 올 것 아닌가? 경기도지사 충북도지사는 물론 이 노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군수와 시장들까지 공동협약을 체결했으니, 누군가는 국회에 들어가 목청껏 기적 소리를 내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부의 코로나19 감염병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자세는 이번 총선을 치르는데 빠트릴 수 없는 대목이었다. 한때 한국을 음해하고 배척하던 유럽이며 미국이며 일본조차 이제는 한국의 방역 정책을 따라 배우겠다고 나선 마당이다. 국가적 재난을 당하여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정부와 국민이 함께 해결한 나라로 단연 으뜸으로 꼽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4월 9일 이재명 도지사는 재난 기본소득 일환으로 10만 원씩 도민들에게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이 후보도 국민기본소득법 제정에 앞장설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시민과 당원들의 전례 없는 관심과 이제는 바꾸어야겠다는 여론이 뒷받침했다. 그에 따른 안성시 선거 결과 이규민 후보는 51.4%, 4,167표차 감격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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