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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벌떼보다 못난 민주공화국

■ 일벌과 여왕벌로부터 배우는 견제와 균형

  • 기자명 편집부
  • 입력 2020.04.22 13:16
  • 수정 2020.05.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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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규/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이미지=김대규
이미지=김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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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웽웽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꿀벌이 창밖에서 떼 지어 날고 있었다. 그중 한 무리가 안방과 거실에 들어왔다가 나가기 위해 창문 유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놀라서 창문을 닫으려는데, 빌라 1층에 사는 이웃이 119에 신고하였다길래 내려가 보았다.

1층 안방 창문 위쪽에 벌떼들이 역삼각 형태로 무리 짓고 있었다. 분봉 철을 맞아 새로운 여왕에게 벌집을 내준 기존의 여왕벌이 임시로 자리 잡은 모양이었다. 소방대원이 방호복을 입고서 배드민턴 채로 여왕벌이 죽지 않도록 조심조심 떼어냈다.

꿀벌들 세계는 흔히 여왕벌을 정점으로 한 계급사회로 인식된다. 하지만 실제로 일벌과 여왕벌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작동한다.

예컨대, 봄철에 새로운 여왕벌 후보들이 번데기로 성장할 무렵 일벌들이 여왕벌에게 로열젤리 공급을 중단하면서 이사를 강요한다. 배가 홀쭉해진 여왕벌은 어쩔 수 없이 식구 절반을 이끌고 새집을 찾아 떠나야 한다

또한 일벌들이 여왕벌을 공격해서 함께 죽이는 때도 있다. 여왕벌이 결혼 비행 후 벌집을 잘 못 찾아들었을 때가 그렇다. 이때 여왕벌은 가공할 만한 벌침을 가지고 있지만, 죽어가면서도 일벌에게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직 다른 여왕벌을 상대할 때만 이 비장의 무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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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주지하다시피 정당지지율보다 양대 정당이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가는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도 지지율 절반만 비례대표와 연동한 왜곡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쬐그만 벌집마저 차지하려고 집권당과 제1야당이 위성정당을 급조했다.

다른 벌통마저 차지하려는 여왕벌은 꿀벌 세계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잡년'이다. 이런 잡년은 일벌들이 함께 공격하여 죽여버리기 때문이다.

벌떼보다 못난 민주공화국,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는 대의민주제와 선거제도는 파산시켜야 하지 않을까.

 

◇ 글쓴이: 김대규

독일 기센대학 법학(박사),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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