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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참칭 또는 협력적 문제 해결

■ 문제 해결 중심의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 기자명 편집부
  • 입력 2020.05.12 18:49
  • 수정 2020.05.1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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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유발하라리 페이스북
이미지/유발하라리 페이스북

오수길/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

 

참칭(僭稱)이란 ‘분수에 넘치는 칭호를 스스로 이른다’ 또는 ‘분수에 넘치게 자신을 스스로 임금이라 이른다’는 뜻이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여당 대표가 소위 유사비례 정당에 ‘문재인 정부를 스스로 칭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선거 뒤 ‘열린우리당의 경험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위기 대응 선진국으로 한국을 주목한 가운데, ‘신천지 사태’에 이어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이 또 다른 긴장을 주고 있다. ‘걸릴 사람은 다 걸린다’라거나 ‘나는 신경 안 쓴다’라는 인터뷰 내용도 들리는 걸 보니, 한국의 대응을 들어 포스트 코로나19를 말한 유발 하라리의 지적(참조1)에 비춰보면 아직은 ‘분수에 넘치는 칭호’일까?

한 ‘보수 논객’은 예수는 신 앞의 평등, 나폴레옹은 법 앞의 평등, 링컨은 피부색 앞의 평등을 만들었다고 전제하고, 이승만은 헌법 앞에 평등한 국가, 박정희는 먹는 것 앞의 평등을 만들었다며 몇 걸음이나 더 나아간 적이 있다(참조2). 

부자 교회가 따로 있고 ‘하나님 까불면 죽어!’라고 외친 목사도 있었다. 법을 만드는 자나 법을 지키는 자들에 대한 신뢰는 아주 낮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3개 기관은 검찰, 국회, 경찰인 것으로 나타났다(참조3). 박정희 정권이 월남파병용사들에 대한 전투수당을 착복했다는 당시 미국 문서와 증언도 나오는 걸 보면(참조4), 논객이 말한 ‘평등’의 의미는 대단히 작위적이다. 신이나 법을 참칭하고, 먹는 것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벌이는 참칭이다.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연대의 길로 갈 것인지 불화의 길로 갈 것인지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참조5). 전염병 확산 방지라는 명분으로 정부의 감시체계 강화가 정당화될 수도 있으나 과학, 공권력, 언론이 신뢰를 얻는다면 시민사회가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비누칠을 강조했지만, 시민이 적극적으로 손을 씻는 상황이라면 그 정부는 비누경찰(soap police)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 앞으로 온라인 강의가 일상화되고, 기본소득 보장 실험이 가속화될 것이며, 이번에 ‘선진국’들 대응에서 볼 수 있듯이 사대주의가 해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과학, 공권력, 언론에 대한 불신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며 전체주의의 길을 걸으려 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겪을 위기는 전염병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전염병 창궐의 원인이기도 한 기후위기,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더욱 드러날 일자리 위기 등 산적한 문제가 있다. 참칭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 그리고 문제 해결 중심의 새로운 거버넌스(governance)가 필요하다.

 

참조 글 링크

참조1: Yuval Noah Harari: the world after coronavirus, 파이낸셜타임즈,2020.3.20

참조2: YS 배신하는 해체민주주의, 중앙일보 중앙시평, 2015.11.25

참조3: 국민들 신뢰기관 1위 '대통령'..최하위 '검찰 국회 경찰' 순, 퀸,2019.6.26

참조4: 월남파병용사 '전투수당' 착복한 박정희정권 '증언', 유튜브 뉴스300, 2019.3.29

참조5: Yuval Noah Harari: the world after coronavirus, 파이낸셜타임즈,2020.3.20

 

◇ 글쓴이: 오수길/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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