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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연재] 삶의 노래, 저항의 노래: 우디 거스리와 피트 시거 – 아메리칸 포크 뮤직 (2)

■ 정진택의 음악산책 8회

  • 기자명 편집부
  • 입력 2020.05.18 15:49
  • 수정 2020.05.1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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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택/큐레이터

 

1940년 3월 3일은 미국 모던 포크 뮤직의 시원(始原)을 알리는 날로 기억된다. 존 스타인벡 위원회가 주최한 이주 노동자를 위한 ‘분노의 포도’ 자선 콘서트에서 포크 뮤직의 부활을 이룬 두 뮤지션 우디 거스리와 피트 시거가 만난 날이다.  오클라호마 촌놈 출신 이주 노동자 우디 거스리와 하버드를 다닌 뉴요커 피트 시거가 미국 공산당적을 가진 좌파 지식인 존 스타인벡과 더불어 미국 진보역사의 한 페이지에 함께 등장한 것.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 1912-1967/피터 시거Pete Seeger, 1919-2014/존 스타인벡 John Steinbeck, 1902-1968, 노벨상 수상작가

이들 두 사람은 20세기 중반 미국 포크뮤직 부활을 이끈다. 음악적으로는 포크 음악과 팝 음악의 조합을 만들어냈고, 내용상으로는 사회적 양심의 목소리를 담은 서사적 메시지를 대중에게 폭발적으로 전파하게 된다.

시골 정치지망생인 아버지로부터 정치적 이름을 지어 받고 태어난 우디 거스리 본명은 ‘우드로 윌슨 거스리’다. 그가 태어난 7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우드로 윌슨 뉴저지 주지사는 그해 11월 미국 제2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그의 아버지는 웨스턴·인디언 노래와 스코틀랜드 민요를 가르쳐주는 등 음악적 자산도 물려준다.

석유 유정이 폐정해 피폐해진 고향 오케마를 떠나 거스리는 텍사스에서 결혼하고 음악 활동을 시작하지만 대공황과 1935년의 먼지 폭풍(Great Dust Storm)으로 일자리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이주노동자의 대열에 낀다. 간판장이, 선술집 악사 노릇으로 겨우 끼니를 잇는 고달픈 여정은, 그러나 우디 거스리의 평생을 지탱해주는 자양분이 된다. 죽을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던 드로잉과 페인팅, 그리고 무엇보다 생애에 걸친 세 번의 대륙횡단 여행 중 첫 번째에서 드러난 역마살과 땅에 대한 사랑은 그의 포크 음악에 대한 사랑과 한몸이 된다.

우디 거스리 - This Land Is Your Land -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우디 거스리는 LA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자리를 얻는데 그가 부르는 이주노동자의 삶을 어루만지는 노래들은 큰 반향을 일으킨다. 1940년 존 스타인벡이 마련한 자선 콘서트에서 피트 시거와 운명적 만남이 이루어지고, 뉴욕으로 건너가 좌파 예술가, 작가, 뮤지션, 진보적 지식인 그룹과 어울린다.

1940년 우디 거스리는 피트 시거 등 음악적 동료들과 포크 그룹 알마낙 싱어즈(Almanac Singers)를 결성한다. 알마낙 싱어즈는 반파시즘, 평화운동, 노동조합 및 진보 좌파를 위한 정치적 저항과 행동주의 노래를 지향했는데 우디 거스리는 이 그룹의 뛰어난 송 라이터였다. 알마낙 싱어즈는 포크 뮤직을 대중음악의 상업적 장르로 자리잡게 하는 음악사적 역할을 했고 1950년대에 위버스(Weavers)로 재결성하여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우디 거스리의 음악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기폭제가 된다.

알마낙 싱어즈 - Which Side Are You On,

광산 노동자들의 노래 “당신은 어느 편인가요?”

 

위버스 - Goodnight, Irene- 전통 포크 가수 레드베리가 쓴 아름다운 노래 “굿나잇, 아이린”

뉴욕에서 태어난 피트 시거는 UC 버클리 음악대학 교수를 지낸 아버지 피를 이어받았다. 평화주의자로 적이 많아 서부 명문대의 음대 창립 멤버임에도 교수직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처럼, 그의 이름 앞에는 가수, 작곡가, 민속학자, 노동운동가, 환경론자, 평화론자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알마낙 싱어즈에서 우디 거스리와 함께 한 피트 시거는 1950년 위버스를 결성하면서 이를 전후로 “If I had a hammer”,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등 사회와 전쟁을 비판하는 포크뮤직의 주옥같은 곡들을 내놓는다.

1950년대의 매카시 광풍 속에서 한때 공산당원이었고 여전히 진보적 활동가였던 시거는 끊임없는 박해를 받았다. 또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을 부르며 베트남 전쟁 반대 집회를 이끌고, 몽고메리에서 흑인 인권을 위해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We shall overcome!”을 부르며 50마일을 행진한다.

피트 시거-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1960년대 초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를 중심으로 포크 뮤직 부흥운동이 퍼져나갈 때, 우디 거스리와 피트 시거는 이 운동의 전설이며 원동력이었다. 이미 유전병으로 뉴저지의 한 정신병원에 누워있는 우디 거스리를 늘 방문하는 젊은 포크 뮤지션 중에는 그를 우상으로 여겼던 19살의 밥 딜런도 끼어있었다.

피트 시거, 아리랑 – 세계 여러나라의 포크뮤직에 관심이 컸던 피트시거는 아리랑도 불렀다.

 

피트 시거 - 그의 기타에 붙어있는 “This machine kills Fascists” 문구를 보라!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기념행사에서 “This land is your land”를 열창하는 90세의 피트 시거.
흑인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46년 전 몽고메리 행진의 감회가 서려있다

 

 

◇ 글쓴이: 정진택

학예사(큐레이터)로 고미술 전시분야 전공이다. 우리음악 탈춤 영화시나리오 등에 조예가 깊으며 우리음악과 세계음악 특히 제3세계 비주류음악에 대해서도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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