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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연재] 가짜뉴스에서 벗어나기 (1. 정의)

채희태의 시대 진단 #2

  • 기자명 채희태
  • 입력 2020.05.22 17:03
  • 수정 2020.05.2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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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응답하라 1988'을 보며 잊고 살았던 골목을 추억하듯, 이제 코로나 이전의 삶도 영원한 노스텔지어가 되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인간에게 있어 과거는 언제나 현실의 결핍에 대한 훌륭한 보완재가 된다. 그래서 유행하게 된 말이 있다.

"라떼는 말이야~"

0과 1로 정확히 끊어지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하지만, 정작 아날로그 시대에 우리는 불편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았다. 지금은 그 불편함마저도 그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 보자. 코로나 이전의 삶은 정말 돌아가고 싶을 만큼 행복했을까? 코로나의 충격으로 인해 망각하고 있지만, 그 당시 우리는 크고 작은 가짜뉴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물리적 위력은 코로나를 당해낼 수 없지만, 심리적 파괴력으로 말하면 가짜뉴스도 만만치는 않았다. 코로나는 확진자를 격리하거나 물리적 거리 두기(참조1)라도 할 수 있지, 온라인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어 이는 초연결 시대에 가짜뉴스를 봉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 초기 코로나에 대한 공포는 대부분 가짜뉴스가 만들어 낸 공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참조2) 

문재인 정부가 성공적으로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요인은 가짜뉴스에 대한 단호한 대처와 정확한 정보의 공개에 있다. 책임이 무서워 사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과거 정권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리고 정치적 책임을 묻는 총선을 앞두고 있었던 시기임을 고려한다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짜뉴스가 심각한 이유는 가뜩이나 팽배해 있는 사회적 불신을 더욱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그 진위의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생산해 낸 가짜뉴스는 마치 전염병처럼 집단으로 확산되고, 집단으로 확산된 가짜뉴스는 신념이 되어 사회를 오염시킨다. JTBC 뉴스룸에서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팩트 체크”라는 코너를 편성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유통하는 것에 대해선 정부가 단호한 의지로 대처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짜뉴스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다.(참조3) 가짜뉴스는 코로나보다 더 질긴 생명력으로 장차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이대로 가짜뉴스가 이 시대를 난도질하도록 손 놓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그래서 쓰게 되었다. 도대체 가짜뉴스의 본질은 무엇이며, 왜 하필 이 시대에 창궐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구체적인 폐해는 무엇인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 가짜뉴스란 무엇인가?

먼저 ‘가짜뉴스’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가짜뉴스의 시조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카더라 통신’이다. 과거에도 거짓 정보는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거짓 정보를 말 그대로 출처가 불분명한 ‘카더라 통신’이라며 무시했다. ‘카더라 통신’에 전달자의 의도와 확신을 버무리고, 그럴듯한 논리까지 더하면 카더라 통신도 뉴스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카더라 통신은 무시할 수 있지만, 아무리 거짓말 같이 들려도 일단 뉴스로 포장하면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더더군다나 가짜뉴스에 ‘가짜’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다.

가짜뉴스의 시조가 ‘카더라 통신’이라면 가짜뉴스의 형뻘은 ‘음모론’일 것이다. 가짜뉴스를 정의하기 위해 가짜뉴스와 유사하면서도 그 구분이 쉽지 않은 음모론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서강대 사회학과의 전상진 교수는 『음모론의 시대』에서 음모론을 “⓵ 권력을 지닌 ⓶ 둘 이상의 사람이 ⓷ 뚜렷한 목적을 위해 ⓸ 비밀스런 계획을 짜서 ⓹ 중요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전상진의 "음모론의 시대"... 적과 흑이 대비되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전상진의 "음모론의 시대"... 적과 흑이 대비되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음모론과 비교해 가짜뉴스는 주로 권력과 무관한 개인이 자신의 사적 이익을 지키거나 확대하기 위해 생산한다. ‘전통적인’ 권력과 연결되어 있고, 둘 이상이 ‘작당’한 결과라면 가짜뉴스가 아닌 음모론으로 보아야 한다. 음모론이 가짜뉴스와 섞이면 그 파급력은 배가되는 반면, 사회적 책임은 오히려 희석된다. 가짜뉴스가 창궐하는 틈을 타 음모론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음모론을 가짜뉴스와 섞어 퍼뜨린 후 숨어 버린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18년 북한에 쌀을 퍼줘 쌀값이 폭등했다는 ‘음모론’이다.

가짜뉴스는 단톡방이나, 특정 목적을 위해 모인 폐쇄적인 카페를 숙주로 활용한다. 나아가 고품질의 미디어로 포장되거나, 나름의 형식적 논리 구조를 갖추게 되면 마치 공중파 방송사의 9시 뉴스와 맞먹는 신뢰성까지 장착하게 된다. 음모론의 목표가 ‘중요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라면 가짜뉴스의 목표는 자신과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결집시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정리해보자. 가짜뉴스는 ⓵ 권력과 무관한 ⓶ 개인이 ⓷ 자신의 이익을 위해 ⓸ SNS 등 사회관계망을 활용하여 ⓹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결집시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음모론과 가짜뉴스 비교
음모론과 가짜뉴스 비교

마지막으로 퀴~즈!
과거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터졌던 간첩 사건은 가짜뉴스일까, 아니면 음모론일까? 
① 가짜뉴스다   ② 음모론이다   ③ 잘 모르겠다   ④ 알 필요 없다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와 묘하게 얽혀있어 앞으로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 문제와 결합한 음모론은 가짜뉴스와 구분해 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다음에는 가짜뉴스가 창궐하게 된 원인에 대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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