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2 17:20 (화)
[취재수첩] 억울한 '乙' 보듬어주던 추혜선의 아쉬운 멈춤
상태바
[취재수첩] 억울한 '乙' 보듬어주던 추혜선의 아쉬운 멈춤
  • 전재형
  • 승인 2020.05.20 2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3월초 "집배원·수취인 사이 감염 방지 위해 준등기로 행정우편 보내게 하자" 정 총리에 제안
■ "기회는 무모하리만치 도전하는 자의 것임을 믿고 시대의 바보정치인으로 여러분과 걷겠다"
■ "'아픔에 가장 먼저 공감하고 가장 나중까지 함께 해주는 정치인' 지역민 평가, 제 나침반 될 것"
추혜선 의원의 18일자 페이스북 캡쳐
추혜선 의원의 18일자 페이스북 캡쳐

(서울=전재형 기자) '롯데그룹 갑질', '포스코 노조와해 공작', 'KT·하이마트 불법파견', '조선3사 하도급갑질', 'CJ헬로비전 노조파괴 공작', '우아한형제들 갑질' 등 대기업의 하청업체 갑질 또는 노조탄압·파괴공작의 피해자, 아니면 독과점 배달앱업체에 의한 피해 소상공인 등이 국회 정론관의 기자들 앞에서 울분을 토할 때 그들 옆엔 늘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있었다. 

올해초 문을 연 국회 소통관 이전에 기자회견이 열리던 국회 정론관에선 지난 수년간 노조원,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등 허다한 '乙'들이 저마다 억울한 피해 사례를 호소하고자 현수막을 펼친 채 때론 격정적으로, 때론 울먹이며 자신들을 향해 귀 닫았던 세상에 대고 소리쳤다. 

이들 사회적 약자들의 기자회견장은 대체로 다른 의원들의 회견때보다 빈 자리가 더 많았었기에 이런 모습을 처음 마주하면서 '원래 이곳 기자석은 이렇게 빈 자리가 많은가 보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혜선 의원실에서 주최한 기자회견 중에서 배민사태처럼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이슈로 인해 취재진도 덩달아 많아진 경우는 드물었고, 대부분의 추 의원 회견땐 빈 기자석이 훨씬 더 많았다.  

지난 3월초 코로나19 피해 확산 와중에 집배원들과 수취인들의 감염 방지를 위해 대면 수령 및 서명이 필요한 등기우편 대신 준등기로 행정우편을 보내도 되게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움직이라고 정세균 총리에게 강권하던 추 의원은 이제 며칠 후면 전직 의원의 신분으로 바뀐다.

차분하고 또박또박한 말투와 전라도 억양이 특징이던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장 추혜선 의원이 주최하는 기자회견을 적어도 4년간은 국회에서 볼 수 없을 것이기에, 역시 이번에 낙선한 '노동자의 친구'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함께 노동계층·기층민중이 가장 아쉬워하는 낙선 의원 2인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으리란 평가다. 

추혜선 의원의 12일자 페이스북 캡쳐
추혜선 의원의 12일자 페이스북 캡쳐

이번 총선에서 추 의원은 전국 253개 선거구 중 유일하게 현역 3명이 맞붙은 안양동안을 선거구에서 민주당 이재정, 통합당 심재철에 이어 3위로 낙선했다. 민주당 대변인인 이 의원은 이번 당선으로 20대에서의 비례 꼬리표를 떼게 됐다. 정의당 현역의원들 중 12.5%의 큰 표차로 2위로 낙선한 여영국 의원을 제외한 이정미, 김종대, 윤소하, 추 의원 등은 모두 3위에 그친 저조한 성적표를 남겨 지역구 관리에 취약한 정의당의 약점을 이번 선거에서 그대로 노출했다. 

그에 따라 정의당의 유일한 지역구 당선자인 심상정 대표는 국회에 첫 입성하는 비례대표 당선자 5명을 이끌고 국회 정치판에 뛰어들어야 해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게이머 출신인 류호정 후보의 대리게임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례1번을 고수하는 결정적인 패착으로 적지 않은 수의 젊은 층과 기존 정의당 지지층의 마음이 떠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차분해보이는 추 의원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정론관 연단에서 크진 않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듣는 사람에게 스며들듯 울릴 땐 함께 둘러선 우리 사회의 가장 억울한 약자들의 처연함, 불안감, 고단함, 분노가 함께 뒤얽힌 표정과 묘한 대조를 이루곤 했다. 김종훈 의원과 함께 우리 사회의 가장 힘 없고 서러우며 '乙'다운 사람들을 가장 자주, 가장 많이 정론관으로 데려 온 의원중 하나라고 말할 만하다.   

최근 자신의 SNS에서 추 의원은 "20대 국회 4년, 우리 사회의 약자들,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통곡하듯 가슴을 움켜쥐고 뛰었다"며 "정치의 본령은 우리 사회 가장 약한 자들의 삶을 지키는 데 있다는 걸 매일 마음에 새기며, 말이 아닌 발이 부지런하게 민생의 현장 곳곳을 누볐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기회는 무모하리만치 도전하는 자의 것임을 믿고 시대의 바보정치인으로 여러분과 걷겠다"며 "'아픔에 가장 먼저 공감하고 가장 나중까지 함께 해주는 정치인'이라는 지역구민들의 평가가 저의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남 완도 출신인 추 의원은 초등 5학년 시절 광주 항쟁의 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트라우마가 그에게 남아 있었고 비극의 언저리에서 살아남은 자의 부채의식으로 그 역시 힘겨운 사춘기와 청년기를 보냈기에, 4년간 국회에서 보여줬던 화수분 같은 '을 지킴이' 활동이 충분히 설명되고 있다. 시민사회는 이제 추 의원이 원외에서 더욱 왕성하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실천가의 삶을 살아내리라 기대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