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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윤미향 문제의 요체

■ 2015년 12월 28일의 한일합의에 대처하는 시민운동의 자세

  • 기자명 편집부
  • 입력 2020.05.24 12:44
  • 수정 2020.05.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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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콘서트에 이야기 손님으로 출연하여 정대협 활동 20년과 수요시위 1000회를 회고하는 #윤미향 씨(2011.12)

이미지 © 김대규

윤미향 문제의 요체

김대규/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우리나라에서 시민단체를 보통 '압박단체'라고 한다. 시민단체 설립의 본령이 권력을 압박하여 견제하는 데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정사'(政事)라고 한다. 정사의 정(政)에서 뜻을 나타내는 등글월문(攵)은 본래 "회초리로 치다"는 뜻을 가진다. 이에 따르면 정치란 "회초리를 쳐서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의 행위"를 가리킨다.

현대사회는 인구와 예산이 옛날보다 현저하게 커졌다. 그만큼 세금을 거두고 법을 집행하는 지배자의 회초리는 매우 강력해서 인민의 견제와 압박이 필요하다.

문재인 후보는 2017년 대선 때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공약했다. 10억엔 받고 위안부 문제를 덮자는 2015년 12월 28일의 한일합의 대신 피해자들이 인정하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후 2018년 1월 4일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 할머니 8명과 윤미향 씨를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재협상을 거듭 약속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2018년 9월 25일 아베 총리를 만났을 때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용수 할머니 등에게 한 말을 뒤집었다. 이에 한일 위안부 합의는 파기된 것도, 재협상을 하는 것도 아닌 채 붕 떠 있다.

그렇다면 피해자 문제 대책을 위해 결성된 정대협이나 정의기억연대는 이런 정부를 압박해야 해야 옳다. 문재인 정부에게 합의 파기를 촉구하고 재협상 압박을 위해 시민운동을 조직하는 것이 당연하다.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정대협이나 정의기억연대는 정부의 보조금을 거부하고, 정부가 임명하는 여타의 직위나 국회의원직을 받지 말아야 했다.

이것이 이용수 할머니가 월간 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윤미향 문제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이용수 : "대통령이 직위를 준다든지, 국회의원직을 준다고 해도 본인이 ‘이 문제(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까’ (하고 거절했어야지), 그게 아니라 사리사욕을 챙기려고 다 미뤄놓고."

[출처: 중앙일보] [단독] 이용수 할머니 "윤미향 양심 없다, 왜 위안부 팔아먹나?"

그런데 윤미향은 정부로부터 적지 않은 보조금을 받았다.
그리고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직마저 받았다.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는 현해탄 너머의 일본은 비난해도, 위안부 합의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에게는 침묵한다. 나아가 그런 대통령의 일구이언을 기억하는 이마저 일괄하여 "토착왜구"의 프레임을 걸어서 억압한다. 이것이 윤미향 문제의 본질이다.

 

◇ 글쓴이: 김대규

독일 기센대학 법학(박사),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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