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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의원 "박 시장님, 기본소득은요.." 기본소득 공방에 명쾌한 교통정리

■ "보편적 기본소득은 바로 그 벽을 허물어버리자는 것...발판 몇 개 놓고 끝낼 일 아냐"
■ "전국민 기본소득을 전국민 고용보험 대신 만들자고 주장하는 이는 아무도 없어"
■ "(저소득층) 국민들 정부 지원 받으려 가난·처지 증명하느라 느낄 모멸감의 늪 메우고, 사회 풍요 만끽하는 게 살기 좋은 나라 모습"
■ "전국민 기본소득·고용보험제 지급액 비교해 따지는 건 비약이자 정책 목적 차이 흐리는 무책임일 수 있어"
■ "전국민 고용보험, 불안정 일자리의 최소 안전망...전국민 기본소득, 일자리 없는 시대의 최소 안전망"
■ 박원순 "코로나19 인한 실직자 82% 고용보험 미가입자...대기업·정규직은 모두 4대보험 가입자"
■ 금민 소장 "자동화로 일자리 10개 소멸 時 혁신 일자리 1개 생겨...높은 수준 기본소득으로 극복해야"

  • 기자명 류지희
  • 입력 2020.06.08 08:15
  • 수정 2021.01.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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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uality Equity
Equality(평등·균등), Equity(공평·공정), Reality(현실), LIberation(해방·해방운동)

(서울=류지희 기자) 약관 만30살에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의원으로 여의도에 첫 입성한 용혜인 의원(비례)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기본소득과 관련해 '한수' 가르쳤다. 

용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날 아침 '전국민 고용보험 VS 전국민 기본소득, 어느 게 더 중요할까요?'라는 제목으로 기본소득 보다는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복지가 정의와 평등(의 원칙)에 더 맞는 조치라고 주장한 박 시장의 페이스북 글에 대한 반론을 차분하게 풀어나갔다.

먼저 박 시장은 자신의 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자의 82%가 ‘고용보험 미가입자’"라면서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은 끄떡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4조원의 예산으로 성인인구수인 4천만명에 대해 실직자, 대기업 정규직 공히 연간 60만원을 지급할 수 있지만 이를 연간 실직자 200만명에 나눠주면 연 1200만원씩 지급 가능하다"며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꼽힌다. 이대로 가면 이번 코로나19 이후 훨씬 더 불평등한 국가로 전락할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이 예를 든 24조원은 지난 5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소득 단기목표로 전국민에게 연 50만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하면서 언급한 '연간 재정부담 10~25조원'을 염두에 둔 금액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결론 도출을 위해 "빈부 격차와 무관하게 매월 5만원을 지급하는 것과 빈곤한 실직자에게 매월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 중 어느 것이 타당한가?"라면서 "'전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국민 고용보험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플랫폼 노동 증가 시대를 고려해 제대로 된 '21세기 복지국가'로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라는 주장으로 자신의 글을 마무리했다.

용혜인 의원의 7일자 페이스북 캡쳐
용혜인 의원의 7일자 페이스북 캡쳐

이에 "더 가난하고 더 취약한 이들에게 더 큰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박 시장님의 의견에 백번 공감한다"면서 글을 시작한 용 의원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곳, 그리고 우리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그저 발판 몇 개를 놓고 끝낼 것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의 낡은 벽을 아예 허물어버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것이 정의와 평등이 가진 진정한 의미라 배웠고 그렇게 믿고 있다"며 "우리 국민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자신의 가난과 처지를 증명하느라 느낄 모멸감의 늪을 메우고, 즐겁게 자신이 원하는 경기(관전)를 즐기고 사회의 풍요를 만끽하는, 제가 그리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의 모습이란 바로 그런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이어 "전국민 기본소득과 전국민 고용보험제의 예산과 지급액수만 비교해서 무엇이 더 정의로운지를 따지는 일은 지나친 비약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이 각 정책이 가진 서로 다른 목적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무책임한 일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정치권이 보편적 기본소득제와 전국민 고용보험을 간단히 비교해버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정책에는 각기 다른 목적이 있고, 비용과 함께 사회적 효과 또한 계산되어야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불안정한 일자리의 최소 안전망을 만드는 정책이고, 전국민 기본소득은 일자리가 없는 시대의 최소 안전망을 만드는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재차 "(두 가지 정책) 모두 우리 국민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자리와 소득의 문제이지만, 보편적 기본소득제의 도입은 우리 사회가 피할 수 없는 부의 편중, 일자리의 소멸, 생계소득의 증발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구조적 문제를 예비하는 중요한 정책"이라며 "이를 비판하려면 4차 산업혁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지, 전국민 고용보험처럼 지금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반론을 펼쳤다.

이어 용 의원은 "전국민 기본소득을 전국민 고용보험 대신 만들자고 주장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이 모든 세대로 확대되었던 건 비단 어떤 국민에게 시급한 생계소득을 지원하고 국가 방역에 협조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을 마련했던 것뿐만 아니라, 소비를 촉진하여 우리 경제 전반이 되살아나는 효과를 얻고자 했던 것"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보편적 기본소득제 역시 선별적 복지에서 발생하는 복지 사각지대와 수혜자의 모멸감을 해결하려는 것이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의 우리 경제와 복지의 체질 자체를 바꿔 우리 국민의 삶을 보호하자는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7일자 페이스북 캡쳐
박원순 서울시장의 7일자 페이스북 캡쳐

한편 2007년 17대 대선에서 사회당 대통령후보로 나서면서 '기본소득 지급으로 보편적 복지 실현, 노동사회혁신기금으로 고용과 성장이 선순환하는 경제' 등을 주창했던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은 최근 기본소득 논의의 역사와 이론적 정당성, 디지털 경제 시대에 갖는 함의 등을 수록한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지금 바로 기본소득'이란 책을 출간했다. 

금 소장은 "모두에게 무엇을 왜 나눠줘야 하는지 설명하고 싶었다. 이는 생산자와 사용자를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에도 현재성이 있다”고 최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금 소장은 "디지털 시대의 데이터도 토지와 같이 모두의 것인 공통부(富)"라며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플랫폼 자본은 데이터를 모아 만든 빅데이터로 큰 수익을 낸다. 데이터가 황무지라면 빅데이터는 개간된 토지이죠. 이용자가 구글에 접속하는 순간 데이터가 생기는데 데이터는 그 자체로 별 가치가 없고 플랫폼 회사 소유도 아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없으면 엄청난 수익의 원천인 빅데이터가 나올 수 없다. 전 세계 플랫폼 무역협약을 체결해 거대 플랫폼 회사에 대해 공유지분권을 설정해야 하고, 그렇게 조성한 기금을 모두에게 나눠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는 이재명 지사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 재원으로 제안한 데이터세(국민이 생산하는 데이터로 만든 이익에 과세)의 개념과 일치한다. 금 소장은 또 "정부 지원을 받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도 공유지분권을 설정해 이익 일부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써야 하고, 빅데이터가 공동소유임을 명문화하는 입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 소장은 이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단기적으로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 자동화로 일자리 10개가 없어지면 혁신적 성격의 일자리는 한 개 정도 생기지만 높은 수준의 기본소득은 노동자의 임금 협상력을 키워 자동화 시대에도 임금 수준을 올릴 수 있으며 이는 또 더 많은 자동화와 더 높은 지식 생산성으로 연결된다"고 밝혀 이재명 지사, 용혜인 의원 등의 기본소득 논지와 부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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