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본문영역

대법 “이재명 지사 허위사실공표 불성립"

대법 “단순부인 발언 처벌시 표현의 자유 침해”
이 지사 “도민께 감사” ... 대권 레이스 ‘재시동’
민주당, ‘자성과 쇄신’ 통해 국정동력 살려내야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0.07.16 14:56
  • 수정 2020.07.16 16: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명 지사 상고심 판결' 입장하는 대법관들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상고심 판결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지사 상고심 판결' 입장하는 대법관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상고심 판결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오후 2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대법원이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지사 사건은 항소심에 되돌아가서 마찬가지로 무죄취지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선고 직후 이재명 지사는 “도민께 감사드린다”며 향후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찬반 팽팽했지만 미리 결론 내린 듯

대법원은 사건의 비중을 고려해 이날 상고심 선고의 TV 생중계를 허용했다. 2019년 8월 29일 박근혜·최순실·이재용 국정농단 사건 선고 이후 두 번째 상고심 선고 생중계로 사건에 쏠린 국민적 관심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판결을 이틀 앞둔 14일 이재명 지사가 민선 7기 광역단체장 직무평가 여론조사에서 유일하게 70%대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8일 한길리서치가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20%로 2위를 차지, 1위인 이낙연 의원과의 차이가 불과 8.8%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TV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발언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 원의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4월부터 소부 4명의 대법관이 사건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 통상 대법원은 국민적 관심도가 높거나 소부 대법관들 사이에서 합의가 되지 않은 경우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한다.

이에 지난달 19일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13명으로 구성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심리를 마무리했고, 의외로 심리가 일찍 끝나 이후 판결문 작성을 마무리했다. 핵심 쟁점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미리 결론을 내렸다는 뜻이다. 하지만 선고 결과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이 7 대 5로 입장차는 팽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선고는 전원합의체 의결로서, 대법관 전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뤄지며, 찬반이 같을 때에는 재판장인 대법원장이 결정권을 갖는다. 다만 김선수 대법관은 이해관계 당사자로서 심리에서 제외되었다.

대법원이 13일 사전 공개한 사건 개요는 아래와 같다.

이재명 지사는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당선되었다.

그 이전인 2012년 4월에서 8월까지 수회에 걸쳐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형 이재선을 구 정신보건법 제25조 시장 등에 의한 입원 규정에 의하여 강제로 입원시키도록 지시하였다. 분당구보건소장 등이 이에 대하여 불가 의견을 개진하고 이행하지 아니하자 수회에 걸쳐 위 입원 절차 진행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지사 선거운동 기간인 2018년 5월 29일 이 지사는 KBS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보건소장 통해서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 후보는 “그런 일 없습니다. 그거는 어머니를 때리고 어머니한테 차마 표현할 수 없는 폭언도 하고, 이상한 행동도 많이 했고, 실제로 정신치료를 받은 적도 있는데 계속 심하게 하기 때문에 어머니, 저희 큰형님, 저희 누님, 저희 형님, 제 여동생, 제 남동생, 여기서 진단을 의뢰했던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직접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 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이후 2018년 6월 5일경 MBC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김영환 후보가 이를 다시 문제 삼았고, 이 지사는 "사실이 아닙니다"라며 위와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

대법 “공개토론 시 단순 부인 발언 처벌은 표현의 자유 침해”

이후 검찰은 첫째 이 지사가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 즉 직권남용죄와, 둘째 이 지사가 ‘친형의 강제입원에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당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했다. 검찰은 그밖에 3개 혐의를 더해 모두 5가지 죄목으로 이 지사를 기소했다. 다만 이들 3개 혐의는 1,2심 재판부 모두 무죄 선고를 내렸다. 문제는 앞의 두 가지 혐의에 대한 1,2심 판단이 엇갈렸다는 데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지사가 친형을 강제입원시키려 시도한 적은 있지만 동시에 이 지사의 형 재선 씨에게 정신질환 치료가 필요했다고도 보았다. 이에 따라 이 지사가 자신의 권한 내에서 진단·치료를 위한 관련 절차를 진행한 것은 적법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TV 토론회 발언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공표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지사의 TV 토론회 발언이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므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렇다. 이 지사 발언의 전체적인 취지와 선거인이 위 발언을 접했을 때 받게 되는 인상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이 지사는 형 이재선에 대하여 위 절차 진행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위 절차 일부가 진행된 사실을 숨긴 채 이러한 발언을 함으로써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했으므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이 지사 측은 2심 선고에 대해 “허위사실공표죄를 위헌적으로 해석해 직위상실형을 선고한 것은 헌법원칙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관련 법조항 중 “행위부분과 허위사실 공표와 관련, 용어 정의가 불분명하고, 포괄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도 주장했다.

지난달 18일 전원합의체 심리 하루 전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영환은 가짜의혹을 확산시키려고 TV방송토론에서 ‘직권남용을 했느냐’는 뜻으로 물어(법정에서 김영환도 인정) ‘그런 사실 없다. 정신질환이 있어서 적법하게 강제진단하다 중단했다’고 사실대로 답변했다”고 해명했다. 질문 의도가 ‘직권남용 여부’이므로 그런 일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적 답변을 했으므로,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라 보고도 이를 해명한 발언이 허위사실공표라 본 2심 재판부 판단의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이 지사 측 나승철 변호사는 “‘침묵도 공표’라고 하면 아무 말을 안 해도 허위사실 공표가 된다”며 2심 판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남경국 헌법학연구소 소장은 6월 국회 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직권을 남용한 바 없으므로 그의 답변은 허위 사실이 아니라 사실 발언에 해당한다”며 “당시 사실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발언 의도를 파악한 후 직권남용이 없었다는 생각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므로 의견표명 행위에 해당한다”고 사실 행위와 의견표명 행위를 구분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13일 대법원은 “이 지사가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질문에 부인하면서 ‘일부 사실을 숨긴 답변’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지사 사건의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대법원은 법리해석의 맹점을 “선거운동의 자유 제한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보완한 판례를 통해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16일 오후 2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낭독한 판결문 요지는 아래와 같다.

“법률에 의한 선거운동의 자유 제한은 최소한으로 해야 하며 이와 관련 후보자간 공개 토론회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이를 제한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공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한 후보자는 최대한 자유롭고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으로 제기된 표현에 대해 모든 경우를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하면 선거운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공직선거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실현에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세부적으로 진실과 다소 차이가 나도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지 않은 이상 일부 사실을 묵비하였다 해서 전체 진술을 허위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 관련하여 이 후보자의 발언은 상대 후보가 제기한 발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단순히 이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질문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볼 수 없으며, 어떤 사실을 적극적으로 일방적으로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후보자의 발언은 단순 부인 취지로서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처벌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원심 판결 중 유무죄 부분을 포함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다."

이로써 대법원은 “다른 후보자가 TV토론회에서 한 질문에 대하여 일부 사실을 숨긴(부진술) 답변”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남기게 됐다.

비록 대법원 소부에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했지만 뒤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심리를 조속히 마무리했고, 선고 사흘 전에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핵심 쟁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어느 쪽으로든 결론은 일찌감치 나 있는 상태였다. 그만큼 법리 다툼의 여지가 적었다는 점에서 이 지사는 이번 선고에 따른 파기환송심의 부담도 덜게 됐다.

민주당엔 하늘이 준 기회 ... ‘자성과 쇄신’ 계기 삼아야

이 지사는 그동안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 경기도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도정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이 갖는 가장 직접적인 결과일 것이다.

차기 대선 주자로서 이 지사의 입지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안희정 지사의 낙마와 박원순 시장의 유고 등으로 노심초사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선고로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민주당을 포함한 여권은 이번 선고를 처절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재명 지사의 재판 자체가 당 내분으로 증폭된 측면이 크다. 2018년 도지사 경선 기간 이재명 후보 측과 전해철 후보 측의 대립이 위험수위를 넘나들었고 그에 따른 반목은 이후에도 여러 의혹과 법적 시비를 남겼다. 이 지사는 다시 그와 같은 일이 재연되지 않도록 자신을 채찍질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이번 재판이 정치인의 언행 문제를 환기시켜 왔는데 지금 민주당이 그로 인해 수렁에 빠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지나치게 많은 잡음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오해의 여지도 있으나 대개는 자초한 측면이 컸다. 양정숙 의원(당시 더불어시민당)은 부동산 실명제 위반과 명의신탁 문제로 제명되었다. 윤미향 의원은 정의연 회계 부정 사태와 함께 이용수 할머니의 공개 비판을 받았다.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 편법 승계 의혹 속에 현재 ‘자의적인 실종’ 상태다. 거듭된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은 다주택 처분 논란 속에 서울 대신 청주 아파트를 내놓아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한편 4월 23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사퇴한 데 이어 지난 9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충격적인 미투 의혹 속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내년으로 예정된 보궐선거에서 통합당이 두 단체장을 모두 차지할 가능성마저 생겨났다.

이 모두가 거짓말처럼 채 3개월도 되지 않은 기간에 일어났다. 여기저기서 “민주당이 대세론에 도취해 기둥뿌리 썩는 줄 모르는 것 아니냐”는 탄식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러니 민주당이 정작 필요할 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경우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 영장심사 건이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1년7개월간 검찰 수사를 받다 6월 9일 영장실질 심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당연히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다. 그런데 삼성의 지원을 기대하는 일부 매체들이 사안의 본질은 외면한 채 경제 위기만 부각시켜 노골적으로 이재용 살리기에 앞장섰다. 민주당이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이 삼성을 향한 언론의 볼썽사나운 구걸 행각들이 경쟁적으로 연출되었다. 결국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26일 열린 검찰수사심의회는 보란 듯이 불기소 판단을 내렸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이번 상고심 선고는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게 가뭄에 단비나 다름없다. 여론의 악화와 민심의 이반이 전례 없이 엄중한 가운데, 민주당이 이번 선고를 계기로 혼신을 다해 자성(自省)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정치적 현안과 관련하여, 진실과 사실에 입각해야지 섣불리 진영논리로 재단하려 들다간 중도층의 이반과 함께 파국적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나아가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 지도부는 불필요한 내부 분열을 경계하는 가운데 온 힘을 다해 숙정(肅正)과 쇄신에 매진해야 하며 내외에 걸쳐 두루 선의의 경쟁을 촉발해야 한다.

그중 골자는 인사 문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중국 후한말 유비가 한중에서 촉한을 세우고 제갈량을 승상에 임명했다. 제갈량이 한중 땅 외부 인사들을 중용하여 호족들이 반발하자 제갈량이 이렇게 답했다.

“한중 출신들은 권력을 장악하자 방종해져 군신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말았다. 총애를 받아 직위를 받았음에도 이를 귀히 쓰지 않으며, 은혜를 당연시하여 태만하고 나태해졌으니 폐단이 생기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국민이 만들어 준 거대여당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 맡겨진 역사적 책무에 매진하는 것만이 무너져가는 국정동력을 되살릴 길이니, 민주당은 거듭 원려하고 또 신독할 일이다.

김선태 기획위원

저작권자 ©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