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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계절과 무관”, 멈추지 않는 확산세

전 세계 2천만명 확진 임박…“2차 팬데믹 거론 무의미”
우리나라 극단적인 예외상황...”오직 마스크만이 살길”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0.08.02 10:46
  • 수정 2020.08.1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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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 사진=WHO 사무국 제공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 사진=WHO 사무국 제공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적으로 급증 추세를 보이면서 2차 팬데믹을 거론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코로나19는 계절과 무관하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전 세계 확진자가 1천8백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이고 조만간 2천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데다가 주요 선진국들에서 재확산세가 나타나고 코로나 발생이 늦었던 나라들이 속수무책 당하고 있어 우려는 커져가고 있다. 

아베는 어디 가고...일본 “지자체별 각자도생”
일본의 경우 1일 하루만 1천536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번 주에 총 확진자 4만 명을 넘길 전망이다. 한동안 코로나 감염 증가율이 OECD 최저 수준이라 큰소리치던 일본이지만 지금은 날마다 최다 확진자수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 선언을 미루는 데다 아베 총리가 아예 손을 놓은 듯 대책 발표에 나서지도 않고 있어 “지자체가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게 어울릴 지경이다. 이미 오키나와(沖繩)현과 기후(岐阜)현이 독자적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그간 아베와 코로나 대처 문제로 각을 세워 왔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곧 이를 뒤따를 것으로 보여 다른 지자체들로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한동안 아시아의 모범적인 코로나 대처국으로 꼽히며 국경을 강력하게 통제했던 베트남도 감염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1일 40명이 감염되면서 누적 확진자가 586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숫자는 적지만 유명 관광지인 다낭시와 수도 하노이시에서 환자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어 베트남 당국은 초비상이다. 베트남 당국은 다낭시에 대해서는 봉쇄에 준하는 조치를 취했고 하노이시 주민 가운데 다낭 방문자 5만4천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인근 필리핀은 이와 달리 폭발적인 환자 증가세로 의료 붕괴 우려에 놓인 상황이다. 필리핀의 누적 확진자는 10만 명을 넘어서는 상황이며 일일 확진자가 5천명에 달하고 특히 수도 마닐라 인근이 위협받고 있다. 필리핀은 당국이 그간 강력한 방역 조치로 안정세를 유지한다는 판단 아래 6월부터 사회적 격리 조치를 완화했으나 불과 한 달 만에 확진자가 급증세로 돌아섰다. 필리핀은 공사립 병원의 코로나 관련 병동이 포화 상태에 빠져 당국이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한 국가로 꼽히는 인도는 누적 확진자수 160만 명을 넘겼고 일일 확진자 5만명을 넘나들며 전국적인 발병 양상을 보이고 있다. 7월 1일 누적 1만8천명, 일일 확진자 3만5천명과 비교하면 상황이 더욱 악화중임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에 집중되던 감염자가 이제는 지방 도시로 퍼지고 있어 인도 정부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중동의 경우 이란에 이어 최근 우리나라 해외유입 환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라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일 현재 이라크 확진자는 13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31일 하루 확진자가 3천346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동 지역에서 가장 많은 일일 확진자수를 기록한 것으로 무엇보다 현지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키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라크 현지 파견 근로자는 400여명인데 지난달 31일 귀국 근로자 105명 가운데 43%인 45명이 확진자로 나타나 이런 우려를 키운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라크 현지 사망 한국인은 3명이다.

코로나19 확산 경고하는 일본 도쿄도 지사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지난달 9일 청사에서 취재진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경고하는 일본 도쿄도 지사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지난달 9일 청사에서 취재진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파우치 소장, “미국에 필요한 것은 필사적인 노력 뿐”
미국의 양상은 훨씬 심각해 2차 팬데믹을 언급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7월말 현재 누적 확진자 450만 명, 사망자 15만명을 넘긴 가운데 닷새 연속 사망자 1천명을 넘긴 미국은 일일 신규 환자도 6만을 넘어 7만 명을 넘나들고 있다. 

치명률이 높다는 것은 미국의 심각한 고민거리인데 7월 중 신규 환자가 6월에 비해 2배 넘게 발생하고 있어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아칸소주 허치스 주지사에 따르면 검진 대상의 양성 판정 비율이 10%를 넘기고 있어 문제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어린이 감염자까지 폭증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월 조지아주 여름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 597명 중 260명이 양성판정을 받았다”며 어린이가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그릇된 상식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게다가 어린이들은 감염에 별다른 증세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예상 외로 강력한 전파 경로가 될 수 있어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다. 미국 앤&로버트 H. 루리 소아병원은 “5살 미만 감염 유아의 상기도에서 성인보다 10∼100배 많은 바이러스 유전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우리에게는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보리스 존슨 총리가 나서 명확하게 코로나19 재확산 양상을 경고하며 “일부 봉쇄 완화 조치 시행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총리까지 감염되며 강력한 봉쇄 조치를 단행했던 영국은 이에 따라 이미 예고했던 봉쇄 완화 조치를 거두어 들였다. 한 번 맛본 실패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힌 셈이지만 전문가들이 “환자 1명당 감염 확대 수치인 재생산지수가 기존 0.7∼09에서 이미 1을 넘었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위기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은 7월말 현재 확진자 30만 명, 사망자 4만5천명을 넘긴 가운데 일일 확진자가 800명을 넘는 상황이다. 누적 확진자 19만 명 수준인 프랑스도 일일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1천300명을 웃돌고 있는데 3월 이래 매일 1천명 규모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4월중 시행됐던 봉쇄조치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인구 850만의 소국이지만 한때 유럽에서 인구 대비 확진자수가 가장 많았던 스위스는 3월 중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상황이 개선되는 듯 하더니 최근 들어 재확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가 밀집해 있는 스위스는 그만큼 총력을 다해 방역에 나서고 있으나 7월말 일일 신규 확진자 200명이 넘어서며 당국을 낙담하게 만들었다. 

러시아는 3월까지 유지되던 안정세가 무너진 뒤 4월 이후 내내 위협적인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누적 확진자 85만 명을 넘어서 세계 4위 규모인 러시아는 최근 13일째 확진자 5천명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을 기피하는 등 기본 수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하는데 이 점에서 미국과 별 차이가 없어 확진자 감소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30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망자가 닷새 연속 1천명 넘긴 가운데 플로리다주 코럴게이블 병원에서 응급요원들이 한 환자를 들것에 태워 옮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망자가 닷새 연속 1천명 넘긴 가운데 플로리다주 코럴게이블 병원에서 응급요원들이 한 환자를 들것에 태워 옮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브라질 국론 분열 극한...아프리카 ‘국가 붕괴’ 우려도
중남미의 경우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주요 3개국 모두 절박한 수준의 코로나19 감염 양상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는 누적 확진자 42만 명으로 세계 여섯 번째에 달하는데 그보다 누적 사망자가 4만7천명을 넘어서 미국, 브라질에 이어 세계 3위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신규 확진자가 최근 들어 급증세를 보여 일일 8천명을 넘고 있다. 멕시코의 사망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진단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이 나라의 방역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실제 존스홉킨스대 아달자 박사는 현재의 코로나19 치명률을 0.6%로 잡을 경우 멕시코의 실제 감염자는 710만 명가량이라고 보았다.

대통령이 확진에 확진을 거듭하며 기행을 일삼고 있는 브라질은 이미 완연한 2차 팬데믹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코로나19에 따른 국가적 혼란의 끝판을 보여준다. 미국에 이어 누적 확진자 266만 명을 넘어선 데다 일일 확진자도 5만명에서 7만명 사이를 오가며 거칠게 늘어나고 있다. 누적 사망자 9만명을 넘긴 이 나라는 일일 평균 사망자도 1천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대통령에 이어 영부인,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6명의 정부 각료가 이미 양성 판정을 받았고 대통령실 직원만 150여명이 이미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물론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은 대통령 지지파와 반대파 사이에 가두 충돌 양상까지 보이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국론 분열이 극한 양상으로 치닫는 중이다. 

브라질에 비하면 아르헨티나는 양호만 모습이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일 뿐, 일일 신규 확진자는 경우에 따라 브라질보다 많은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게다가 최근 이 추세가 강화되고 있어 현재까지 18만5천명 수준인 이 나라의 확진자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최근 봉쇄 완화를 택했던 아르헨티나 정부는 다시 봉쇄 강화로 돌아섰다. 

그동안 가려져 있던 아프리카 대륙의 감염 상황은 남아프리카의 폭발적인 감염 증가로 인해 베일을 벗는 중이다. 7월말 현재 남아공의 누적 확진자가 어느새 50만 명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누적 사망자도 8천명에 육박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보건장관의 부패 문제가 불거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나마 봉쇄조치가 4개월째 이어지는 남아공이 이 수준인데,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의 다수 국가들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1일 현재 누적 확진자 1만4천여명에 일일 확진자 30~50명 수준에 그치는 등 산발적 발생 양상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중이다. 이는 신천지 사태를 겪으며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기에 정착된 결과로 바이러스 자체를 제압한 결과가 아니므로 극단적으로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31일(현지시간) 코로나19 긴급위원회에서 “팬데믹의 영향은 수십 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있으며 한 번 발병한 사람이나 지역도 재차 공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빠른 변이를 고려하면 현재 개발중인 어떤 백신이든 유효한 방어 수단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 바이러스에 수많은 변종이 생긴다는 것은 이를 한방에 제압할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파우치 소장도 "일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형이 생긴 것으로 의심된다"며 그로 인해 개발중인 백신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사용하여 이 바이러스와 긴 세월에 걸친 슬기로운 동거를 모색해야 할지 모른다. 

김선태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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