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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 “코로나19 팩트체크 절실”

"바이러스가 비에 약하다는 가짜뉴스도"...퇴치운동 동참 호소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0.08.11 11:26
  • 수정 2020.08.1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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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이 전 세계 전문가들과 함께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 안내 문구. / 사진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전 세계 전문가들과 함께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 안내 문구. / 사진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세계를 놀라게 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이 4개월째 진행중인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이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해당 캠페인은 우리나라와 세계보건기구(WHO),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서 이미 팩트 체크가 끝난 200여 개의 가짜뉴스 중에서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핵심 메시지들을 알기 쉬운 도표나 그림으로 제작해 이해를 돕는 것이 핵심이다.

전 세계 전문가들과 함께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국가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며 IBS 웹사이트(https://www.ibs.re.kr/fbr)에서 확인할 수 있다.

GDP 낮은 국가일수록, 가짜뉴스에 취약

<strong>코카콜라가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strong><br>여러 나라에 퍼진 황당 뉴스들 가운데 콜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뜬소문도 그중 하나다. / 사진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코카콜라가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
여러 나라에 퍼진 황당 뉴스들 가운데 콜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뜬소문도 그중 하나다. / 사진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하루에 계란을 9개 섭취하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

"불꽃놀이는 대기 중의 바이러스를 없앤다."

"채식주의자는 감염되지 않는다."

"코카콜라 또는 5G 네트워크가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는 거리에 사자를 풀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가짜뉴스 중 일부다. 얼핏 봐도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하는 주장들이 일부 국가에서 여전히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런 현상이 “백신과 치료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일부는 이미 “사회의 뿌리 깊은 관습과 어우러지며 특정 문화권을 장악했거나” 다른 일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파”된 상황이라 지적한다.

인터넷상의 무분별한 정보 즉, 인포데믹(infodemic)은 우리의 경우 한 종교 시설에서 소금물 스프레이를 신도들에게 뿌려 집단 감염이 일어난 사례가 있을 정도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장기 호우와 관련하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에 약하므로 비 오는 날에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주장까지 퍼지는 중이다.

캠페인 진행자의 일원인 IBS 차미영 교수는 “각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분석한 결과, 이미 특정 국가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가짜뉴스가 다른 국가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재생산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비교하자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말감염을 통해 주로 전파되듯, 그와 관련된 가짜뉴스가 SNS를 매개로 퍼지는 격”이다. IBS가 ‘루머를 앞선 팩트(Facts Before Rumors)’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이와 달리 가짜뉴스 여부가 다소 애매하여 과학계의 과제로 남겨지는 경우도 많다. 유럽의 밍크 도살 사건이 그런 경우다. 지난 7월 30일 스페인과 네덜란드 양국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밍크 100만여 마리를 살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월 네덜란드에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되자 이곳 와게닝겐 대학·연구센터(UR)에서 밍크와 사람 사이에 유사한 바이러스 균주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뒤의 일이다. 하지만 WHO 감염병 전문가인 마리아 반 케르코프(Maria van Kerkhove) 박사는 “이런 유형의 전파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에 연구원은 초기 타격이 심했던 중국과 한국에서 주로 생산된 가짜뉴스 200여 건을 수집했다. 이중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보를 선별하여 세계보건기구(WHO)나 질병관리본부의 정보를 토대로 팩트체크를 진행한 뒤, 여러 국가의 언어로 번역하여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베트남어 등 총 21개국 언어로 번역하여 앞선 팩트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캠페인 시작 4달째인 현재, 인포그래픽은 85개국 5만여 명의 사람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IBS는 또한 각 국가에 어떤 가짜뉴스가 얼마나 확산했는지 분석하기 위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가짜뉴스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온라인에서 코로나19 가짜뉴스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한 가짜뉴스 접촉 경험을 묻는 질문에 스웨덴과 핀란드는 40%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카메룬과 필리핀 등에서는 60%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다. IBS는 이에 대해 “똑같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상황이라면, 개발도상국 사용자들이 접하게 되는 정보의 진위성(veracity)과 질(quality)이 더 낮다”고 분석했다.

"건강하다고 여길수록 백신에 긍정적"

가짜뉴스를 많이 접할수록 이를 사실이라고 믿는 경향도 커지게 마련이다. 인터넷의 가짜뉴스를 진짜라고 믿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GDP 상위국 응답자의 16.7%만이 그렇다고 답한 반면, 하위국 응답자 중 33.3%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프라가 취약한 나라가 인포데믹으로 인한 피해마저도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 3월 이후 지금까지는 코로나19가 팬데믹 현상으로 발전하며 전 세계로 확산된 기간인데, 이에 따라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 역시 크게 확산되었다. “코로나19 백신이 생식능력을 떨어뜨린다거나,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그것들이다. 이 때문에 각국에서 부작용을 우려한 백신 무용론 또는 개발 거부 운동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이에 IBS는 “향후 개발될 백신을 수용할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국가별 긍정 응답 비율을 살펴보면 니제르 31%, 카메룬 19%, 필리핀 59%, 브라질 78%, 프랑스 40%, 영국 61%, 미국 50%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진국일수록 백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것으로, 경제 수준이 백신에 대한 신뢰도와 직결되지는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대신 전체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스스로 건강 상태가 좋다고 평가할수록, 연령과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경제 사정이 좋다고 평가할수록 백신 접종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을 보였다.

차미영 교수는 “SNS와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이 팬데믹과 같은 긴급 상황에 정보를 취합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매김하면서 가짜뉴스의 확산력도 과거와 비교해 커졌다”면서 이처럼 긴급한 상황에서는 “과학자와 일반 시민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쓰일 현명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러스 돌연변이, “받아들여야 할 현실”

다른 한편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이 바이러스의 뛰어난 돌연변이 능력으로 인해 백신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크게 기인한다.

이와 관련 앞서 IBS 김빛내리 RNA 연구단장 겸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는 코로나 19 유전자 지도와 각 단백질의 기능을 상세히 공개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도 이 바이러스 단백질의 일부인 nsp2, nsp11, Orf7b, Orf8 등의 기능은 규명하지 못한 상태였다. 더욱이 연구진은 이 바이러스가 RNA 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유전자의 일부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에서 제거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돌연변이는 바이러스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처럼 드물게는 “오히려 감염성을 높이거나 종간 장벽(가령, 천산갑에서 인간으로)을 넘을 수 있게 만들어 바이러스의 생존력과 전파력을 높”이기도 한다.

결국 “바이러스의 변이 때문에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어도 효과가 기대보다 적을 가능성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며, “장기간에 걸쳐서는 새로운 변종바이러스의 출현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빛내리 교수의 설명이다.

우울한 결론이지만 당분간은 학계의 분석을 믿고 지켜보는 것이 현실적인 자세라 생각된다.

김선태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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