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재형 기자) 행정부·사법부·입법부 고위 공직자들이 사실상 재벌기업이나 고액 자산가들의 권익을 위한 수임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대형 로펌에 재취업해 이들이 과연 이 사회의 기득권의 권익을 위해 일할지 서민·중산층·노동자들을 위해 일할지 의구심이 들게 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이 퇴직 후 10대 로펌에 재취업한 공직자가 300명에 달한다면서, 이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한 감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주질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 가운데 공정의 제1호 과제가 퇴직공직자들의 전관특혜”라면서 “대표적인 반사회적 행위로 척결을 지시했다”고 질의를 시작했다.

박용진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대 로펌에서 활동하고 있는 퇴직 공직자는 300명에 달한다. 각각 ▲김앤장 129명 ▲태평양 30명 ▲광장 40명 ▲율촌 39명 ▲세종 26명 ▲화우 15명 ▲대륙아주 6명 ▲바른 11명 ▲지평 3명 ▲동인 1명 순이다.

박용진 의원은 “300명의 전관 중 5대 로펌 소속 전관이 88%에 이른다”면서 “그 중에 로펌에서 일하고 있는 공정위 퇴직자는 31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용진 의원은 “2018년부터 2020년 8월말까지 공정위가 접촉한 외부인 가운데 공정위 퇴직자가 5419명”이라면서 “전체 건이 1만여 명인데 절반이 공정위 퇴직 공무원”이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은 “공정위 직원과 접촉한 퇴직 공무원의 92.1%가 로펌에 재취업했고, 그중 5대 대형 로펌 소속은 82.4%”라면서 “방문횟수만 ▲김앤장 2744회 ▲광장 320회 ▲태평양 353회 ▲세종 295회 ▲율촌 398회”라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5대 로펌출신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공정위 출신 퇴직 공무원들은 로펌에서 로비스트 역할을 하며 활동한다고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기업 경제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제대로 감독을 할까하는 국민적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 직원과 퇴직자의 접촉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직원들이 성실하게 보고해서 나올 수 있었던 숫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로비스트 활동 의혹에 대해서는 “공정위라는 조직은 국민 신뢰가 중요하다. 공정위 모든 직원들의 청렴, 도덕성을 엄격하게 해서 국민 신뢰를 쌓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용진 의원은 조성욱 위원장의 한화 사외이사 경력을 언급하며 한화 S&C 일감 몰아주기 무혐의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조성욱 위원장은 “한화에서 사외이사로 근무한 것이 맞다”면서 “하지만 한화의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 시스템 개조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감몰아주기 무혐의에 일조했다는 말은 굉장히 모욕적인 말”이라면서 “심의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조성욱 이사장은 ▲백용호, 정호열, 김동수, 노대래 등 전직 위원장들이 기업의 사외이사로 가서 활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분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개별적인 평가를 한 적이 없어 답변을 할 수 없다”면서 ▲퇴직 후 기업 사외이사로 갈 것이냐는 질의에는 “공정위에 누가 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용진 의원은 “우리 사회에 끼리끼리 문화가 있다. 돈, 힘, 빽 있는 사람끼리 봐주고, 밀어주고, 특혜를 주는 사회적인 반칙문화이고 불법행위”라면서 “공정위가 전직, 현직 할 것 없이 감시, 규제 대상인 기업과 로펌에서 이익을 얻고 전관특혜를 누리며 끼리끼리 문화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공정위를 끼리끼리 공정위, 불공정위라고 비판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