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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중요 단계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

미 의학 학술지 NEJM, 금기 깨고 '정치 논평' 게재
​​​​​​​과학과 진실 대신 이해타산과 가짜뉴스 택한 결과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0.10.14 16:44
  • 수정 2020.10.2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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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방역 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그를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 / 사진 = 미 백악관 홈페이지.
미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방역 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그를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 / 사진 = 미 백악관 홈페이지.

[시그널=김선태 기자] 의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이 지난 8일(현지 시각) 편집인 논평을 통해 “미국의 지도자는 코로나19 대응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실패했다”라고 선언했다.

이 학술지가 정치적 입장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

"트럼프, 코로나 위기를 비극으로 만들어"

‘지도력 공백 속에서 죽어가기(Dying in a Leadership Vacuum)’ 제하의 이 논평은 코로나19가 각국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렸는데 “미국은 이 시험을 통과하는데 완전히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병원체에 맞서 달리 확실한 대책이 없었기 때문에 지도자들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 결과 트럼프 행정부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신 비극으로 만들고 말았다는 것이다.

비극의 실체를 보면 먼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압도적인 규모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중 사망률은 캐나다의 2배, 일본의 50배를 넘어선다.

코로나19가 압도적인 도전이기는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매 국면에서 일관되게 서툴렀음을 의미한다고 논평은 지적했다.

그 첫 번째 실수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의 대응이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공격적인 역학 추적과 적정 수준의 고립을 단행하여 확산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논평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이와 달리 단지 중국인의 유입을 억제하기에만 급급했을 뿐, 그와 같은 자국내 방역을 거의 무시했음을 지적했다. 국내에 감염자가 나타났지만 효과적인 테스트를 하지 않았고, 기본적인 개인 방역장비 심지어 마스크조차 대중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게다가 감염자당 검사회수는 가령 카자흐스탄, 짐바브웨, 에티오피아 같은 나라들보다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미 정부는 이러한 요건을 강화하기 위한 역량을 증대하려는 노력에서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뒤처졌다.

이어 논평은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질병을 발병 초기에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일은 대부분 복잡하지 않은데, 미국은 질병이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퍼진 뒤에서야, 그것도 일관성 없이, 이런저런 검역과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결정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절하게 시행하지 않았고, 미국 지도자들이 마스크를 효과적인 감염 통제 수단이 아닌 정치적 도구라 보아 그 착용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백신 개발조차 종종 정치적 이유로 지연되었고 그로써 정부 방침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커져만 갔다.

“최상의 여건에서 철저히 무능함만 드러내”

미국은 코로나19를 억제하기에 많은 강점을 가진 나라다. 막강한 제조 능력, 세계를 이끄는 생의학 시스템, 최고 수준의 공중보건과 연구능력, 이 모든 것에 근거한 최상의 치료법과 인적 자원을 가진 나라다.

논평은 “그러나 우리의 지도자들은 대체로 전문가들을 무시하고 심지어 헐뜯는 길을 택했다”고 적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과학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결과 정부는 전문지식에 의지하기를 포기했고, 진실은 대중들에게 모호하게 전달되어 쓸모가 없어졌고, 공포를 조장하는 가짜뉴스가 범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논평은 코로나19로 인해 암담해진 미국의 미래상을 청소년들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미국의 숱한 청소년들이 제대로 교육받아야 할 금쪽같은 시기에 학교에 나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장 미국 경제 역시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 경제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정치 지도자들의 호언과 달리, 이미 수천억 달러와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다.

불행하게도 이미 22만 명의 미국인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했으며 이는 2차 대전 이후 발생한 다른 어떤 재난의 결과보다 많은 사망자 수다.

논평은 미국 정치 지도자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 다음과 같이 경고하는 말로 결론을 맺고 있다.

“우리 지도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면책 특권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미국민들에게 판단할 힘을 준다. 진실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진실은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위험할 정도로 무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한편 국제 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3일 현재 803만5304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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