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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두고 트럼프는 ‘친구’, 바이든은 ‘깡패’

트럼프, “김정은과 우호관계 맺어 전쟁 막았다”
바이든, “핵 억제 않는 한 김정은 만나지 않아”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0.10.23 16:46
  • 수정 2020.10.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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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마지막 TV토론 장면. / 사진 = CNN 영상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마지막 TV토론 장면. / 사진 = CNN 영상 캡처.

[시그널= 김선태 기자] 22일(현지시간) 밤 9시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 체육관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의 마지막 TV토론이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후보의 설전은 이전과 달라진 토론 규칙 덕에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펼쳐졌다. 

이번 토론회에서 미국 외교의 현안 중 하나로 북한 문제가 하나의 섹션으로 선정된 결과, 두 후보는 사회자가 던진 질문에 완전히 상반된 논조로 답을 이어갔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접근법을  “북·중·러에서 흉한 놈에게 아부하는 반면 우리의 모든 동맹국에게 손가락질하는 것”으로 단정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달래기에 급급해 북한을 합법화했다”면서 “트럼프는 자신의 ‘좋은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실은 김정은은 순전히 깡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히틀러가 동유럽에 이어 나머지 유럽을 침공하기 전까지 그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조 바이든의 말이다. 

바이든의 주장에는 2차 세계대전 직전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차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서방은 히틀러가 비록 독재자이기는 하지만 서방과의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몰상식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영국 수상 체임벌린이 수 차례 히틀러를 만나 그의 의중을 탐지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을 때만 해도 그와 같은 기대는 꽤 오래 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히틀러는 자신이 체임벌린에게 동유럽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지 않겠다고 서약서를 써준 뒤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체코에 이어 폴란드를 침공함으로써 서방의 믿음을 헌신짝처럼 차버렸다. 

바이든은 이런 전례를 들어, 트럼프의 김정은 달래기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위험한 도박”이라고 공격한 것이다. 

CNN, “바이든, 대북한 역사 인식 미흡”

하지만 바이든의 이 발언에는 문제가 있는 듯하다. CNN 제임스 그리피스(James Griffiths)는 이 말을 인용하면서 “바이든이 종종 과거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혹평했다. 

그에 따르면 “김정은이 핵무기를 확장한 것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접근 실패에도 원인이 있는데 이를 무시한 채 트럼프가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에 급급해한다고 말했으며”, 무엇보다 “북한이 1948년부터 국가로 존재해 왔고 유엔에 의석을 가진 합법 국가임을 망각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CNN은 또 사실을 따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이 주로 추진한 것으로 보이는 대북 화해에 공을 들였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과거 민주당 정권들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한 트럼프의 주장은 적절하다”고 썼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에서 “그들(주로 오바마 정부)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든 다음 내게 넘겼고, 실제로 보니 북한은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조금씩 일을 해결하기 전, 처음 석 달 사이 매우 위험한 시기를 보냈다.” 그런 위험을 극복한 결과 “내 임기 동안 전쟁은 없었다, 내가 전쟁을 막았다”고 트럼프는 자화자찬했다. 

바이든은 이를 받아치며 “나는 중국에 가서 왜 북한을 압박하지 않냐고 시 주석에게 물었다”며 트럼프는 문제해결 능력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깡패인 김정은을 좋은 친구라고 말하지만, 사실 북한은 이전보다 더 쉽게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고성능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에 사회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김정은을 만날 의지가 있느냐”고 묻자 바이든은 “그가 핵능력을 축소하는데 동의한다면”이라며 전제 조건을 달았다. 

북한 정상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결과 전쟁을 막았다고 주장하는 트럼프와, 핵무기로 자국을 위협하는 한 ‘깡패’ 정상과 대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바이든. 두 대선 후보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난 마지막 TV토론이었다. 

이 토론에서 바이든은 북한을 ‘불법국가’라 주장하는가 하면, 수차례 김정은 위원장을 ‘깡패(thugs)’라 지칭했다. 그것이 트럼프와 자신의 시각차를 드러내기 위한 임시방편의 표현이었는지, 아니면 민주당 진영이 노심초사하는 그의 말실수가 이번에도 드러난 것인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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