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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내성천 문제,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영주댐 방류, 내성천 주변환경 피해 불가피

관련 해외 기술과 거버넌스 풍부, 도입 시급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0.11.11 17:15
  • 수정 2020.11.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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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시험으로 담은 물 방류지난 10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영주댐 수문 아래 수로를 통해 댐의 물이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 영주시, 영주댐 수호 추진위원회와 환경부는 논의를 통해 시험으로 담은 댐 물을 방류할 계획이다.
영주댐, 시험으로 담은 물 방류
지난 10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영주댐 수문 아래 수로를 통해 댐의 물이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 영주시, 영주댐 수호 추진위원회와 환경부는 논의를 통해 시험으로 담은 댐 물을 방류할 계획이다. / 사진=연합뉴스

[시그널=김선태 기자] 환경부가 경북 영주댐 방류를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후 1시부터 영주댐 물을 초당 3㎥ 흘려보내는 중이다.

환경부는 이에 더해 내년 1월 31일 오후 5시까지 초당 3.6㎥에서 10㎥ 범위 내로 방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댐 철거를 전제해서가 아니라 환경, 생태평가 모니터링을 위해 이와 같이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댐 하류 강변에는 환경단체 회원과 일부 주민이 천막과 컨테이너에서 농성을 벌이며 방류에 반발해 왔다. 황선종 내성천보존회 사무국장은 “영주댐은 지금도 물이 줄줄 새고 수백 곳에 균열이 드러났는데도 엉터리 조사·평가 끝에 방류를 결정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영주댐수호추진위원회 등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회 등은 “영주댐 물을 자연하천 수준으로 방류하면 농업용수 공급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하고 흉물스러운 경관만 남는다”며 역시 방류 철회를 요구하는 중이다.

영주댐 건설 뒤 내성천 옛 모습 사라져

올 초 경북 예천을 소개하는 계간 잡지 ‘예천산천’지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모래강, 내성천’이라는 특집으로 내성천과 영주댐을 연계하여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내성천은 고운 사질풍화토 위를 흐르며 천혜의 절경을 뽐내던 세계적인 희귀 모래강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어종인 흰수마자가 서식하고 수달 삵 담비 하늘다람쥐 흰목물떼새 먹황새 독수리 같은 희귀 동물이 어우러져 높은 생물다양성을 자랑하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으로 강 상류에 영주댐이 건설된 이후 내성천 일대 환경이 크게 변해 지금은 옛 모습을 감추기 일보 직전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예천산천’지 특집은 “현재 이 강에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며 절절한 호소를 쏟아냈다.

“지난 수십 년간의 과도한 하천 정비사업과 수많은 댐 건설, 그리고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 토건 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으로 이제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남은 모래강 내성천”이라는 문구에 이르면 탄식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특집의 첫 글 제목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모래강, 내성천”이다. 생태사진가인 박용훈 작가가 저간의 변화 과정을 적은 내용을 아래에 정리했다.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물돌이 마을 회룡포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360도 휘돌아 나가 육지속의 섬마을이라 불리며 예천군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 곳. 주변에 장안사, 황목근, 용궁향교,원 산성, 용궁순대, 토끼간빵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다양하다. / 사진=예천군 문화관광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물돌이 마을 회룡포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360도 휘돌아 나가 육지속의 섬마을이라 불리며 예천군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 곳. 주변에 장안사, 황목근, 용궁향교,원 산성, 용궁순대, 토끼간빵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다양하다. / 사진=예천군 문화관광과

“하나밖에 남지 않은 모래강, 내성천”

백두대간 소백산 국망봉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남쪽으로 내린 비가 모여 내성천을 이룬 후 낙동강이 되어 영남 내륙을 흐른다.

안동에서 서진해온 낙동강이 배후에 백두대간이 넓게 버티는 내성천을 삼강교에서 만난 후 곧장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영남 내륙을 관통한다.

대간에서 받은 풍부한 물과 내성천 유역의 엄청난 모래가 낙동강에 전달되는데, 그중에서도 상주 경천대는 낙동강 제1경이라 불린다. 4대강 사업으로 이곳 모래를 파낸 자리에 내고 상주보가 들어섰는데 그로부터 이 일대의 경관과 자연자원이 심각한 왜곡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성천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모래강이라 불린다. 백두대간 곳곳에서 발원한 물이 이 분지를 지나며 모래를 끌어다 내성천에 내려놓은 덕이다. 천 곳곳에 같은 굵기의 모래알이 풍부하여 흰수마자가 널리 서식하고 더불어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분포할 수 있었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국가 적색목록의 멸종우려 범주 및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로 분류된 동물로 지금까지 30여 종이 확인되었다. 수달, 삵, 담비, 하늘다람쥐, 먹황새, 독수리, 흰꼬리수리, 수리부엉이, 조롱이, 소쩍새, 흰수마자, 다묵장어, 꼬리명주나비, 물방개 등이 그들이다.

거기 더해 국립생태원이 보호종으로 구분한 조류로 말똥가리, 검은등뻐꾸기, 파랑새, 호반새, 물총새, 오색딱따구리, 꾀꼬리, 등이 있다. 이처럼 내성천은 높은 생물 다양성을 자랑해 왔다.

그중 사람들이 특히 중요하다고 인식하여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이 제시한 ‘깃대종’에 포함되는 동물로 먹황새, 흰수마자, 흰목물떼새와 최근 확인된 노란잔산잠자리가 있다.

먹황새는 강에서 먹이를 취하고 강에 붙은 산의 큰 나무나 바위 등에서 휴식을 취한다. 흰수마자는 물이 맑고 모래가 고운 모래강에서만 사는 종으로 내성천에서 처음 확인된 물고기다.

4대강 사업은 이 일대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1999년도부터 송리원댐이라 불렸지만 사실상 백지화되던 중,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 정비사업 일환에서 2009년 12월 공사에 착수하여 공사비 1조 1030억 원을 투입해 2016년 12월 거대한 중형댐으로 세운 것이 영주댐이다.

이 댐의 문제는 “시험 담수를 하자마자 저수지를 녹조로 가득 채운 채 오염수를 댐 하류로 방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일찌감치 드러났다. 게다가 댐 하류 6km에는 여름이면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러 찾아드는 무섬마을이 있고, 댐 하류 20km 일대에는 예천 주민의 식수로 공급되는 취수시설이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8년 3월 댐에 담수한 물을 전량 방류하는 일이 있었다. 또 2019년 한국수자원공사는 댐 수질 개선에 1,099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에 관해 박용훈 작가는 “댐 상류 강변에서 평생 살아온 한 주민은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일축한다”고 썼다.

댐 상류의 주변 농지에 뿌린 축분 등이 강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한여름 홍수기 때인데 이를 막을 재간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녹조가 가장 창궐하는 것도 이 시기이니, 영주댐을 운영하는 순간부터 댐 하류는 녹조 부담을 안고 살게 마련이다.

박용훈 작가는 그에 더해 “하나밖에 남지 않은 모래강이라 불리는 내성천의 고유한 경관과 생태계가 이미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썼다. 작가에 따르면 그와 같은 현상이 댐을 착공한 지 2년이 채 되지 못 되어 나타났다고 한다.

먼저 미림교 일대와 무섬마을 등 댐에서 가까운 하류 일대의 모래톱이 거칠어졌다. 이어 2014년 무섬마을 수도교에 철골이 드러났고 댐 하류 전 구간에서 모래 경관이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래톱 표면이 강 수면과 가까워지면서 멀리 주변에서 군락을 이루던 식물들이 모래톱을 침범하여 이른바 육상화가 진전된 것이다. 명승 제16호로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절경지로 꼽히는 이곳 회룡포의 모래톱 역시 현저하게 줄어드는 중이다.

박용훈 작가는 “이 강에서 행복해하던 아이들은 훌륭한 자연의 놀이터를 잃게 될 것”이라며 “멸종위기종들이 (영주)댐으로 인해 서식처가 크게 훼손되거나 사라지면서 낭떠러지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라 썼다. 일례로 먹황새는 2018년 이후 확인이 되지 않고 있으며 흰수마자는 이미 멸종이 진행중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환경부는 영주댐 처리방안 마련을 위한 정보 확보를 위해 종합진단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경우 2년의 소요 기간을 예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박 작가는 “일단 조사를 진행하면 그동안 환경부는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 사이에 내성천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영주댐 관련 사회적 합의 빠를수록 좋아”

이처럼 내성천의 앞날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단연 거대한 인공구조물인 영주댐이다. ‘예천산천’ 1호 특집은 두 번째 글 “영주댐, 어떻게 해야 하나?”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영주댐 방류 반대하는 주민들10월 15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영주댐 인근에서 지역 주민들이 댐 방류를 저지하고자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영주댐 방류 반대하는 주민들
10월 15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영주댐 인근에서 지역 주민들이 댐 방류를 저지하고자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영주 태생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글에서 먼저 영주댐이 들어선 뒤 내성천이 급격하게 퇴화한 과정과 그로 인해 더 분명해진 내성천의 생태적 가치를 과학적인 분석을 곁들여 정리해냈다. 김 위원은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이어 김원 위원은 영주댐의 처리를 둘러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그는 지난 70, 80년대는 개발의 시대로 홍수 예방이나 물 공급을 위해 댐 건설에 따른 자연 가치 훼손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오늘날 개발의 시대가 끝나고 환경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는 원래의 강을 복원하고 댐으로 인해 단절된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이 현안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미 서구 국가들에서 경제성이 없어 댐을 허물거나 녹조 문제로 댐을 해체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

반면 “이처럼 시대 가치가 변화되는 시기에 영주댐이 건설되었다”는 것이 김 위원의 문제 인식이다.

김 위원에 따르면 “강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애초 “인공구조물이 자연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인공구조물은 불가피한 경우에 최소한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영주댐은 이 원칙에 어긋나게 건설되었다는 것이다.

공사를 결정할 무렵 지금처럼 녹조가 대량으로 발생할 것이라거나, 생태 변화가 심각하게 일어나리라 예측한 기관은 없었다. 당시 과학기술로는 그게 힘들었다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영주댐이 낙동강에 환경개선용수를 공급하려던 애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댐이 준공된 지 겨우 4년밖에 되지 않는 데다 공사비만 1조 원이 넘게 들어갔고 이를 해체하려면 다시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김 위원은 먼저 내성천의 가치를 살리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되, 해체가 힘들다면 다른 용도를 고민하는 것도 방법이라 말한다.

김 위원은 또한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참고할 것을 당부한다. 서구에서는 하천 연속성 회복을 통한 어류 이동성 개선, 수질 개선, 댐 자체 안전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댐을 정비한다.

이를 위해 장기간에 걸친 모니터링, 영향 평가, 관련 기술 개발과 경제성 평가 등을 수행했고 그 결과 축적된 기술이 있다. 이 같은 댐 처리 기술과 사회적 합의에 필요한 거버넌스에서 필요하다면 충분한 도움음 받을 수 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들여야 할 노력과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더 늦기 전에 영주댐 처리 방향과 관련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김 위원은 주장한다. 한편 내성천의 가치를 발견하여 지켜나가야 하고, 다른 한편 미래의 시대적 가치를 찾아 영주댐 문제를 풀자는 것이다.

‘예천산천’ 1호 특집 마지막 글에서 이곳 모랫골 출신인 강민희 평론가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내성천과 함께 한 시간을 담담한 필치로 풀어냈다. 그러면서 강 작가는 “어린 시절 삶을 배우는 장소”였던 내성천에 영주댐이 들어선 뒤로 그 “다리 밑에서의 ‘한 잔’을 더는 기약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강 작가는 “변화와 순환의 궤도를 잃어버린 강물에게 하루하루는 죽음으로 가는 시간과 다르지 않으리라”며 내성천의 슬픈 운명을 비장한 어조로 적었다. 이어 그는 화살을 돌려 “강물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을 머나먼 꿈으로 만들고 죽음으로까지 내몬 것은, 누구일까?” 하는 물음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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