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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이재명의 수술실CCTV 간담회와 대비된 복지 2차관의 靑 청원 답변

■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촬영 2591건으로 동의율 67% 기록...열람요청 한 건 없이 무사고 자랑
■ 여론조사로 드러난 여론은 CCTV 설치에 73.8~93%의 절대적 찬성...관료·정치권만 마이동풍
■ 이 지사 “본인 동의하에 촬영 후 원할 때 열람, 일정 기간 후 폐기...개인정보·기술유출 문제 없어”
■ 관련법안 발의한 김남국 "지역 의료인들, '환자·의사 신뢰 회복해 더 안전한 수술 가능'...오히려 긍정적"
■ 조응천 “(불공평한 현행법 탓에) 의료사고 입증 책임, 의료지식 없는 피해자 쪽에 있어"...불합리 개탄

  • 기자명 전재형
  • 입력 2020.11.22 19:29
  • 수정 2020.11.2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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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강도태 제2차관이 출산 과정에서 의료사고로 신생아를 잃은 어머니가 요청한 <무리한 유도분만 의료사고 고발> 청와대 청원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경기=전재형 기자) 경기도 지원금으로 수술실CCTV를 설치한 첫 민간병원을 이재명 경기지사가 방문해 간담회를 가진 지난 13일, 김도태 보건복지부 차관이 부산 신생아 사망사건으로 야기된 'CCTV 설치 의무화 입법 요구' 청와대 청원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놨으나 보건 당국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수준에 그쳐 시민들을 실망케 했다. 

의료업계의 강력하고도 조직적인 반발에도 불구, 최근 수년간 수술실CCTV 설치 확대를 줄기차게 촉구하고 있는 이 지사는 경기도내 민간병원을 대상으로 유의미한 액수의 수술실CCTV 설치비용 지원을 약속한 바 있으나, 학연·직연(職緣) 등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업계 풍토 및 평소 이들의 로비력·실력행사가 타 업종의 추종을 불허할만한 위세를 떨쳐온 특성 상, 업계에서 '왕따' 당할 것을 두려워한 거의 모든 민간병원들이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아 겨우 두 군데만 설치하게 된 것. 

그러던 중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국민병원(원장 최상욱)에서 이달 초 경기도 지원금으로 첫 수술실CCTV 설치가 완료돼 이날 이 지사와 이곳이 지역구인 조응천 의원(민주당·재선), 수술실CCTV 설치 관련 법안을 입법발의한 김남국 의원(민주당·초선·안산단원을), 최 원장, 이나금 의료사고 피해자(故 권대희 씨 어머니),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가졌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수술실 CCTV는 본인 동의하에 촬영했다가 꼭 원하는 경우에 열람하고 일정 기간 지나면 폐기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나 기술 유출의 문제가 전혀 없다”고 밝혀 기존에 의료업계가 문제삼던 우려가 공연한 핑계임을 알게 했다.  

최상욱 원장은 “수술실 CCTV는 의료진 감시가 아닌 보호장치”라며 “우리 병원이 시발점이 돼 의사들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조응천 의원은 “과거 검사로 일할 때 가장 꺼려하던 사건이 의료사고다. (막강 로비의 결과로 기울어진 현행법으로 인해) 의료사고 입증 책임이 의료지식이 없는 피해자 쪽에 있기 때문에 결국은 불명확하게 (사고·범행 등에 책임져야 할 의료진에 대한 합당한 처벌 없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전제 아래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서 수술실 CCTV 설치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없이 CCTV 촬영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남국 의원은 “법안을 발의할 때 지역 병원장들이 '환자와 의사 사이에 신뢰를 회복하고 더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는 제도'라며 오히려 긍정적인 의사표시를 해주셨다”며 “막연하게 불편함과 부담을 느끼는 의사들에게 이런 점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 많은 병원이 참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 아들이 수술을 받다 사망한 이후 수술실 CCTV 법제화 1인 시위를 벌여온 이나금 씨는 “선량한 의사들을 보호하고 수술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번 21대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가 꼭 법제화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경기도는 지난 5~6월 의료법 제3조에 따른 병원급 민간의료기관 중 수술실이 설치된 기관을 대상으로 두 차례 공모를 진행해 최종 2개 기관을 선정했고 국민병원이 도비 3천만 원을 지원받아 전국 최초로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국민병원은 수술실 3개소 모두에 CCTV 3대를 설치했으며 지난 2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국민병원은 최근 1년간 1천 건이 넘는 수술건수를 기록한 의료기관이다. 

남양주 국민병원에서 13일 열린 수술실CCTV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곳이 지역구인 조응천 의원

이 지사는 지난 7월 17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입법지원 요청 편지를 전달했으며, 김남국‧안규백 의원이 이런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한 바 있다.

현재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전체에 수술실 CCTV가 설치돼 있어 작년 5월부터 올해 9월말까지 총 수술건수 3,892건 중 2,591건에 대한 촬영이 이뤄져 동의율 67%를 기록했으나 현재까지 열람요청은 한 건도 없이 무사고를 자랑하고 있다.

한편 같은 날 보건복지부 강도태 제2차관은 지난 6월 출산 과정에서 의료사고로 신생아를 잃은 어머니가 요청한 <무리한 유도분만 의료사고 고발> 청와대 청원에 208,551명이 동의해 이에 대한 답변 영상을 올렸다. 

강 차관은 "청원인이 ▲의료진·병원에 대한 합당한 처벌 ▲분만실·신생아실·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사고 소송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 금지를 명시한 신속한 의료법 개정 등을 청원했다"면서 "이 사건은 현재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전담수사팀에서 엄정하게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 차관은 "수술실 CCTV 설치 청원은 이전에도 몇 차례 청원 답변 요건을 충족시켜 답변을 했을 만큼 국민적 요구가 높은 사안"이라면서도 "다만 환자·의료기관 종사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의료인의 방어적 진료 가능성 등 일각의 다른 의견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숙고의 과정에 있다"며 기존에 보이던 알맹이 없는 입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국회에는 수술실 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2건, 요양병원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1건 발의돼 있으며 분만실과 신생아실 관련한 논의도 수술실 CCTV 입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함께 진행될 수 있다. 반면, 분만 과정의 녹화를 기피하는 산모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하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덧붙이고 있어, 의료계의 조작·덮어주기 관행에 맞서 환자들이 스스로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호도함과 동시에 촬영 여부 선택권이 환자 본인에게 있음에도 '녹화 기피 산모' 운운하며 본질을 회피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남양주 국민병원에서 13일 열린 수술실CCTV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인사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그밖에 강 차관은 2012년부터 운영중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한 피해 조정 신청을 권유하면서 분만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묻기가 어려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최대 3천만원의 범위 내에서 보상하는 제도를 안내했으나, 병원측의 무리한 자연분만 유도로 귀중한 신생아를 잃은 엄마인 청원인에게 이런 사후약방문式 조치들이 과연 얼마나 위로가 될지 의문일 수 밖에 없다. 

강 차관은 또한 헌법상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거론하면서 청원인이 요구한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 금지' 항목이 이에 위배돼 실현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나, 이는 수술실에서 아무리 큰 범법 행위를 저질러도 몇년이 걸릴지 모를 소송 과정 중엔 얼마든지 다른 환자들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지게 돼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안전할 권리'는 침범 당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을 자아내게 했다.  

이미 영업사원의 대리수술, 간호사의 신생아 학대 등 상식 이하의 사건·사고들이 수술실·신생아실 등에서 잇따르자 국민들의 분노가 컸음에도 가해자들에 대해선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져, 더더욱 국민들의 정서는 모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국민적인 불안감을 없애달라는 쪽으로 강하게 쏠린 바 있으나 의료계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온 정치권 및 보건당국은 미적대는 수준을 넘어 마이동풍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의료계가 내세우는 CCTV 반대 논리로는 첫째, 의사의 78%가 반대하고 있으며 이중 60%가 수술 집중도 저하를 염려한다는 점이다. 허나 이는 통상적인 의료계의 수술보다 더 정교하고 세밀한 반도체·방산·항공·바이오·광학 등 각종 첨단산업 분야의 거의 모든 현장에 CCTV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둘째로는 환자의 개인정보 누출로 인한 인권·사생활 침해 우려를 반대 논리로 들고 있으나 이 또한 원하는 환자에게만 촬영하게 하고 영상물의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어 궁색한 논리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세째, CCTV 설치가 의료인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한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이 역시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등에선 나오지 않는 불평이다. 즉, 의료계 자신들에게만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막무가내 떼쓰기에 다름아니다. 

잇따른 여론조사로 드러난 국민들의 여론은 수술실CCTV 설치에 73.8~93%의 절대적인 찬성을 보이고 있으나 입법권을 독점한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미동도 않고 있는 현실이 좀체로 바뀔 기미는 없어 보인다.  

현재 의료업계는 온갖 변명을 대면서 수술실CCTV 설치에 극력 저항하고 있어 이렇게 법제화가 더뎌지며 시간만 보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수술을 받아야 하는 국민들은 다음 희생자가 누가 될지 모를 불안감 속에 속절없이 'CCTV 없는' 수술실 침대로 옮겨지고 있다. 

남양주 국민병원에서 13일 열린 수술실CCTV 관련 간담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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