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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젊은이들, “가난해도 고양이는 포기못해”

반려묘에 빠져 경제난 겪는 젊은 세대 급증
입양, 대리만족, 스킨십…시장 규모 13조 원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0.11.26 00:34
  • 수정 2020.11.2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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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선보인 고양이 자동화장실 ‘라비봇2’ / 사진 현대렌탈케어 제공.
국내에 선보인 고양이 자동화장실 ‘라비봇2’ / 사진 현대렌탈케어 제공.

[시그널=김선태 기자]고양이를 잘못 키우면 가난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일까?

최근 중국에서 반려묘인 고양이 키우기 열풍이 불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런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인민망에서 이 문제를 다룬 기사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치명적인 매력 탓 한 번 빠지면 '주객전도'

23일 자 인민망(한국어판)은 중국에서 고양이 키우기 열풍이 불면서 고양이를 기를 형편이 되지 못해 SNS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이른바 ‘윈시마오’(云吸猫)족 역시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유명 SNS에는 다음처럼 반려묘를 향한 젊은이들의 절절한 애정 표현이 넘쳐난다.

- 저는 못 먹어도 되지만, 우리 고양이는 꼭 잘 먹어야 해요.

- 고양이 주인님을 위해 열심히 생활비를 벌고 있어요.

- 저는 어찌 돼도 좋으니 평생 ‘고양이 노예’로 살고 싶어요, 등등.

인민망은 광저우(廣州)에서 직장생활하는 후차오(胡超)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후차오는 자신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친구의 꼬드김에 빠져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했다. 월급이 100만 원가량인데 집세와 생활비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입양할 당시에는 풍족하진 못해도 생활비를 아껴 쓰니 문제가 되지 않아 후차오는 고양이의 재롱에 푹 빠져 지냈다.

그러다 그의 고양이가 큰 병에 걸려 치료비 부담이 늘면서부터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약값에 더해 병을 진단하는데 드는 검사 횟수가 계속 늘어났고, 그에 따라 주사도 계속 맞아야 했다. 고양이 치료에 들인 돈이 고양이 사료비보다 많아졌다.

그렇지만 이미 이 치명적인 고양이에 빠져버린 후차오는 자기 생활비를 계속 줄여서라도 고양이 치료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삶이 삶 같지가 않았어요. 고양이가 제 삶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죠. 제 모든 걸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고양이와 함께하는 기쁨은 포기할 수 없어요.”

그와 반대로 고양이 키우기를 결국 포기한 사례도 있다. 역시 광저우에서 인턴으로 생활하고 있는 샤오양(小楊)은 처음에는 소문난 애묘가였지만 여러 차례 고민한 끝에 반려묘 입양을 포기했다.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제가 인턴으로 일해서 받는 돈으로는 고양이를 행복하게 해줄 여건이 못 된다”는 이유에서다.

샤오양은 대신 중국인들이 고양이가 좋아서 하는 행위를 일컫는 이른바 ‘시마오’(吸貓)에 빠져 산다. 고양이를 기르지 않으면서 고양이와 관련된 상품을 사거나 고양이와 지내기 위해 애묘카페에 가는 것이다. 카페에 가면 자신이 먹고 마시는 대신 고양이를 만지고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문제는 시마오를 하는 데도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는 것. 샤오양이 매주 시마오를 위해 쓰는 돈이 5만 원을 훌쩍 넘는다. 샤오양은 그것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다.

“인턴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면, 번 돈으로 고양이를 입양해 그동안 놀지 못했던 것까지 다 놀 계획입니다.”

개보다 고양이에 돈 더 써…고양이 단독주택도

중국 반려동물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인 거우민왕(狗民網)의 ‘2019 중국 반려동물 업계 백서’에 따르면 2019년 한해 중국 시 단위(도시와 진(镇))에서 반려동물을 등록한 주민은 6120만 명, 전년 대비 472만 명 증가한 수치다.

그중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2451만 명, 전체의 40%를 차지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19.6% 증가한 수치다.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개를 반려동물로 길러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려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보다 주목할 점은 반려묘 관련 시장이 780억 위안, 한화 13조 원 규모로 반려견 관련 시장 크기를 웃돌았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고양이 산업은 이모티콘에서 애니메이션 영상과 영화, 생활 소품에서 기획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이미 완전한 형태의 고양이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었다는데 입을 모은다.

그중 핵심은 역시 고양이를 기르는데 필요한 제품군이다. 반려묘 제품을 갖춘 가게와 반려묘의 입양 휴식 장례 추모를 위한 각종 서비스업, 반려묘 병원 개업과 반려묘 전문 기관 및 전문직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인민망에 따르면 광저우시 톈허(天河)구에는 1평 규모의 고양이 전용 가옥도 판매 중이라고 한다. 고양이와의 스킨십 즉 ‘루마오’(擼貓) 수요는 단연 돋보이는데, 고양이 카페를 비롯한 루마오 시설의 경우 광저우에 136곳, 상하이는 467곳이 성행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중국 젊은층은 온라인을 통해 다른 고양이를 감상하는 일을 ‘윈양마오’(雲養貓)라 부른다. 반려묘 입양을 위해서건 아니면 대리만족을 위해서건 그들 모두 온라인 또는 앱을 통해 윈양마오를 일상적으로 즐긴다.

오늘날 윈양마오는 중국 젊은층의 고양이 사랑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행위가 되었고 당연히 관련 산업의 발전 속도도 가장 빠르다. 

전문가들은 중국식 인구억제 정책인 한 자녀 제도와 경제 성장에 따른 소득 수준 향상이 맞물리면서 도시 청년 세대주 사이에서 고양이 사랑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래저래 중국 젊은 층의 고양이 사랑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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