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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세한도 기증, 코로나로 지친 국민께 위로”

청와대 현관서 기다려, 손창근 선생에 90도 인사

손창근 옹, '문화유산 정부포상' 첫 금관문화훈장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0.12.09 18:42
  • 수정 2020.12.0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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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근옹 초청한 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한도'(국보 제180호)를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옹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손창근 옹 초청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한도(歲寒圖)’를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옹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국보 제180호 ‘세한도(歲寒圖)’를 국가에 기증한 손창근(91세) 선생을 청와대로 초청해 답례하고 환담을 했다.

세한도는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남긴 그림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한겨울 지나 봄 오듯 - 세한歲寒 평안平安’이라는 주제명으로 세한도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주 전시장에는 총연장 1496.6cm인 국보 180호 ‘김정희 필 세한도’ 진본 포함 두루마리를 비롯해 총 18점이 진열되어 있다.

손창근 선생은 올해 ‘세한도’를 비롯해 부모 대로부터 평생 수집한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를 아무런 조건 없이 국가에 기증했다.

이에 정부는 6일 손창근 선생에게 문화훈장 중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 포상을 결정했다. 금관문화훈장 수여는 2004년 문화유산 정부포상이 결정된 이래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손창근 선생이 “평생 수집한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아무런 조건 없이 국가에 기증해왔으며, 올해 2월에는 금전으로 그 값을 매길 수 없는 국보 ‘김정희 필 세한도’를 기증해 국민 모두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문화재청은 나아가 손창근 선생이 “국민 문화향유 증대에 크게 기여한 것은 물론,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통해 개인 소장 문화재를 금전적 가치로 우선시하는 세태에도 큰 울림을 줬다”며 그 의미를 부연했다.

사진. 손창근 선생이 국가에 기증한 추사의 걸작 ‘세한도(歲寒圖)’ 두루마리 펼친 면 우측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전시본. 필자 사진.
손창근 선생이 국가에 기증한 추사의 걸작 ‘세한도(歲寒圖)’ 두루마리 펼친 면 우측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전시본. 필자 사진.

9일 손창근 선생이 탄 차가 청와대 본관에 도착하자 문 대통령은 직접 현관까지 마중을 나가 '90도 인사'를 하며 환영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신문에서 세한도를 두고 ‘무가지보’(無價之寶), 즉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라고 표현한 것을 봤다”면서 “국가가 얼마나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추사 선생은 유배 시절 제자인 이상적이 서적을 가져다주자 ‘추운 한겨울이 돼서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했다”며 세한도의 유래를 되짚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세한(歲寒)이라는 말이 공교롭게도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국민의 상황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말”이라면서, 손 선생의 이번 기증이 “국민들께 큰 힘과 희망, 위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손창근 선생에게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는 글귀가 담긴 자수천을 선물했다. 장무상망은 “세월이 흘러도 우리 서로 잊지 말자”는 뜻이다. 유배당한 자신에게 귀한 책을 구해 주는 등 헌신해 준 제자 이상적을 생각하며 추사가 세한도 그림 오른편 아래에 인장으로 남긴 문구라고 하는데, 혹자는 이상적이 새겨 찍은 것이라고도 한다.

다만 추사는 그림에 발문을 남겨 세한도를 그린 이유가 이상적의 마음 씀에 감동한 데 있음을 밝혔다. 그 일부가 대략 아래와 같다.

공자께서는 날씨가 추워져 뭇 나무들이 시든 후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게 된다 하셨네
소나무와 잣나무는 사철 시들지 않고 변함이 없다네
송백은 추워지기 전이나 뒤나 한결같이 그 모습이니
성인께서 추워진 뒤 두 나무의 푸름을 높여 이르셨네
그대가 나를 대함이 이전 높은 지위에 있을 때라 하여
더 낫지 않았고 귀양온 뒤라 하여 더 못하지도 않았네
전에 나를 대하던 그대야 더 크게 칭찬할 일 없겠지만
지금의 그대는 저 성인의 칭찬을 받을만 하지 않은가

추사가 그린 세힌도와 추사가 세한도에 찍어둔 ‘장무상망(長毋相忘)’ 인장. 필자 사진.
추사가 그린 세힌도와 추사가 세한도에 찍어둔 ‘장무상망(長毋相忘)’ 인장. 필자 사진.
추사가 그린 세힌도와 추사가 찍어둔 ‘장무상망(長毋相忘)’ 인장. 필자 사진.

손창근 선생과 함께 청와대를 함께 찾은 아들 손성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세한도는 우리 가족이 50년 동안 잠시 가지고 있었던 것일 뿐,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일을 아버지가 잘 매듭지어 기쁘다”며 “국민들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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