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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과 여론 – 현 정세를 보는 어떤 시각에 대하여

“민심은 천심”, 그만큼 민심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
“대통령 레임덕 불가피” 주장에도 “차기 1위 이재명”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1.01 23:33
  • 수정 2021.05.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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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비태세 점검 지휘비행하는 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공군 항공통제기 E-737에 탑승해 우리 군의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며 지휘비행을 하고 있다. / 사진 청와대 제공.
군사대비태세 점검 차 지휘비행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공군 항공통제기 E-737에 탑승해 우리 군의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며 지휘비행을 하고 있다. / 사진 청와대 제공.

민심은 속으로 간직한 마음(心, mind)이고 여론은 겉으로 드러낸 의견(論, opinion)이다. 서로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매우 이질적으로 작동한다. 양자는 다수 집단의 공통된 생각을 일컫는다는 점에서만 같을 뿐이다. 둘 다 같은 사유의 산물이지만 민심은 감성적 결과물이고 여론은 이성적 결과물이다. 

민심과 여론, 혼동하면 판단 그르치기 쉬워
감성과 이성은 어느 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주도할 수 없다. 민심과 여론 역시 한 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규정하지 못한다. 때로는 민심이 여론을 주도하기도 하고 거꾸로 여론이 민심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감성적인 판단을 이성적으로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때 마음을 숨기고 답하지 않거나 마음과 다른 답을 내놓는다. 이 때문에 때로 여론이 민심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 여론이 민심과 반대로 드러나기도 하며 심지어 뒤죽박죽으로 섞인 민심이 여론으로 포장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더욱 문제는 여론은 보고 분석하여 판단할 수 있지만, 민심은 직접 듣고 판단해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맹자가 민심을 천심에 비유한 것은 민심이 중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파악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개 여론은 보고 또 보면 이해할 수 있으나 민심은 듣고 또 들어도 느낄 수만 있을 뿐이다.

굳이 양자의 관계를 정하자면 여론은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민심의 일시적이고 일면적인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이성적 판단의 결과물인 여론과 달리 민심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성적 판단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여론을 수면 위의 빙산이라 하고 민심을 수면 아래 빙산이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실은 이 둘을 혼동하거나 동일시하여 민심과 여론을 아무렇지 않게 뒤섞어 말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여론 전문가들이 종종 이런 함정에 빠진다. 하나의 사례로 이를 살피려 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난 12월 31일 자 모 언론사 칼럼에서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은 2020년 12월 완벽한 패배로 막을 내렸다”고 썼다. 그 근거로 정경심 교수에 대한 4년 선고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철회를 들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 “민심도 잃었다”라고 말한 것은 완벽하게 여론과 민심을 동일시한 오류다. 검찰개혁은 검찰 권력의 비대화를 막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기소독점권 폐지와 수사·기소의 분리, 정치 중립화 등 산적한 현안을 안고 있다.

정경심 교수의 1심 선고와 검찰개혁 사이에는 상당히 많은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그 고리 중 하나가 윤석열 총장의 전횡인데 이 전횡은 검찰 권력의 남용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는 다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사안이 된다. 

이런 이유에서 박 대표는 “현 정부가 검찰개혁의 실패로 민심을 잃었다”고 말하기보다는 “현 정부가 사법적 판단과 검찰개혁의 어려움을 실감했다”라고 표현했어야 마땅하다. 

박성민, “트럼프는 연성 독재를 펼친 탓에 쫓겨나”
어찌 됐건 박 대표는 “진보는 대체로 비도덕적이며”, “문재인 정부는 총만 안 든 나치 파시즘 즉 ‘연성 독재’”이므로 “보수와 민주를 지향하는 국민들이 선거로 쫓아낼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결론을 내린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현실적으로 ‘긴급조치’나 ‘비상계엄’을 발동할 수 없는 연성 독재는 결국 트럼프처럼 선거에 ‘져서’ 쫓겨날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이 말이 제대로 된 비유가 되려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패배가 연성 독재의 결과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여태 미국의 어느 학자도 진지하게 그런 주장을 편 적이 없다. 

어쨌든 지난해 하반기에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상당 폭 떨어진 건 사실이고 다수의 정책적 실패 또는 지연이 뒤따른 것도 사실이므로 현 정부가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박 대표는 느닷없이 현 정부가 “위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다음, 그러므로 현 정부는 당연히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이에 덧붙여 그는 최근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검찰개혁 입법안을 상기시키며 “전략적 실패를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검찰개혁 시즌2’를 예고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런 다음 그는 여권발 정치의 결핍으로 인해 사법의 과잉 지배가 일어나 다시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했으며, 이 위기를 회복하기란 “당분간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 모든 논리가 성립하려면 먼저 현 정부가 위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으므로 그는 민주주의 원리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자신의 논리를 포장한다. 예를 들어 그는 종종 “진보 정권은 객관적 이슈를 도덕적 레토릭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비난하는데, 실은 그 자신이 감정적 레토릭으로 자신의 논리 비약을 뭉개려 한 것이다. 

그의 주장이 장황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뼈대를 추리면 이렇다. 현 정권은 연성 독재인데(입증 필요), 그건 총 없는 파시즘 같은 것이다(형용모순?). 그래서 민주주의를 회복 불능 상태에 빠뜨렸고(입증 필요) 그 결과 사법부가 개입하기에 이르렀는데(입증 필요) 그런데도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므로(입증 필요) 트럼프처럼 대선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입증 필요).

자신이 보기에 어차피 망할 정권이므로, 즉 눈치 볼 일이 없으므로, 그는 마음껏 훈계를 펼친다. 가령 “정치는 누구나 해도 되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라거나, “대한민국은 이들 가짜 민주주의자들이 키운 괴물인 ‘팬덤’의 폭력에 지배당하는 사회가 되었다”거나, “진영 논리에 논리가 있을 리 없다. 광기가 있을 뿐이다”거나 하는 식으로. 

서두를 이렇게 마무리한 다음 박 대표는 2021년 정치정세를 대략 이렇게 내다본다. 대통령 지지율은 몇 번 뛰어내리다 결국 밑바닥으로 내려가 레임덕으로 이어질 것이며,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작아지고 패배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것이다, 라고. 

이 지점에서 처음으로 수치를 동원한 근거도 제시된다. 즉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20% 이상 앞지르면 레임덕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문재인 대통령이 치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쯤은 알고 있다. 

“이재명, 대권주자 1위” vs. “우리는 윤석열이 있다”
아쉽게도 이 칼럼이 나간 다음날인 1일 발표된 세 종류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이재명 지사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대권주자라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없고 야권 주자라거나 아니라고는 더더욱 할 수 없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2위 또는 3위에 머물렀다. 심지어 조사기관 세 군데 중 한 군데에서는 6.6%포인트 차이로, 다른 한 군데에서는 5.2%포인트 차이로 2위에 머물렀으며, 나머지 한 군데에서는 오차범위 내이지만 3위에 그쳤다. 

다수 여론조사 기관이 집계, 1일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 그래프=연합뉴스
다수 여론조사 기관이 집계, 1일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 그래프=연합뉴스

그렇다면 박성민 대표의 말처럼 ‘거의 반드시 정권을 탈환하게 되어 있는 대권 주자’는 누구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쥐가 고양이를 제압하려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쥐가 있어야 한다. 정치적 혜안으로 가득한 박 대표도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이 이르지 못했나보다, 라고 말한다면 천만의 말씀. 

박 대표는 “모든 정권이 레임덕이 없을 거라고 호언했지만 모두 허언”이었고 현 정부도 마찬가지 운명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그는 현 정부가 저절로 몰락할 거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점에서 그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다.

“핵심 변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이 야권의 대권주자가 될지는 묻지 않기로 하자. 그건 그렇다 치고, 더 현실적인 문제는 박 대표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윤 총장이 자신의 ‘포지션’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 대표의 본심을 그대로 옮기자면 “적어도 안철수는 반새누리당 포지션을 분명하게 밝혔지만 윤석열의 포지션은 아직도 애매하다.” 다만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패한다면” 윤석열은 대안부재로 강력한 ‘상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로 위안을 삼는다.

그의 논리 또는 희망사항에 따르자면 먼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이 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유력하지만 별 영양가 없는 어떤 주자가 탈락하므로 ”차기 대권을 윤석열이 거머쥘 것이 확실시(?)”된다. 

이것을 냉혹한 정치공학적 셈법이라 봐야 하는지, 도덕도 이성도 상실한 진영논리라 봐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지금 윤석열이 유일한 야당 대권 주자이므로 안철수건 누구건 희생을 시켜서라도 그를 야권 유일 차기 대선 주자로 내세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야권이 할 일은 윤석열 총장을 물심양면으로 보호하는 일일 것이다. 먼저 윤 총장이 “지지율 1위로 정치적 파괴력을 확인한 지금” 그를 여론조사에서 빼주어야 한다. 그런 다음 그가 남은 임기를 다 채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는 말과 함께 명예롭게 퇴진하도록 감싸야 한다. 정권교체를 향한 절체절명의 절실함에서 우러나온 이 놀라운 도덕 불감증을 감히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의 말이 다 허망하지만은 않다. 충분히 받아들일 지점이 있다. 예를 들어 “총칼로 통치할 수 없는 시대에 대통령이 민심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현 정부에 갖다 붙이려면 무언가 그에 상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진영논리 대신 진짜 민심을 전하려 노력해야” 
이 지점에서 그의 주장들은 ‘민심’이라는 준엄한 잣대를 내세운 호령에 그치고 있어 아쉽기 그지없다. 만일 그가 장기간에 걸쳐 다각도로 측정한 ‘여론’을 객관적 근거로 들었다면 한결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론과 민심을 혼동한 결과 감정과 논리를 버무려 자신의 정치적 보수성을 드러내 결과적으로 상대 정파 즉 진보 진영을 싸잡아 공격하는 데 그쳤다. 

그는 “민심을 이긴 정권은 없다”며 민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경고하는 말로 결론을 맺는다. 여권이 충분히 숙고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렇게 말하려면 먼저 그 자신이 민심의 향배를 제대로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살핀 것처럼 민심은 그 자체로 포착되지 않기에, 독자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사실과 지표로 공감대를 끌어내야 한다. 그는 그렇게 하는 대신 몇 가지 사안과 몇 가지 지표로 민심을 대체하려 했다. 여론과 민심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그나마 논지 전개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모든 사안을 일관되게 보수 여권의 시각, 달리 말해 진영논리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원래 자신의 정치적 지향이 그러했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을 무시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보기에 기왕 대세가 보수로 기울어졌으므로 향후를 도모하고자 다양한 해석을 외면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서서(徐庶) 초상.중국 후한말 혼란기의 삼국 쟁패 시대 촉한 땅 형주 출신 학자이자 군사지략가. 이름은 복, 자는 원직으로 후에 서로 개명했다. 유비가 총애한 참모였으나 조조가 형주로 진격한 와중에 모친이 위군에게 포로로 사로잡히자 유비에게 제갈량을 천거한 뒤 조조에게 의탁했다. 
서서(徐庶, 170? ~ 234?) 초상.
중국 후한말 혼란기의 삼국 쟁패 시대 촉한 땅 형주 출신 학자이자 군사지략가. 이름은 복, 자는 원직인데 후에 서로 개명했다. 유비가 총애한 참모였으나 조조가 형주로 진격한 와중에 모친이 위군에게 사로잡히자 유비에게 제갈량을 천거한 뒤 조조에게 의탁했다. 사진=위키백과

일찍이 촉한 승상 제갈량은 ‘여러 신하에게 내린 교서(與群下敎)’에서 여론과 민심의 미묘한 상관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사를 함께 논의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서 나라에 유익한 의견을 결집하는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꺼리고 싫어함이 있어 이를 피하려고 한다면 지속적인 토론은 어려울 것이고, 결과적으로 많은 오류와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마음이 항상 여러 걱정 속에 있어서, 마음속에 있는 말을 모두 하지 못한다. 오직 서원직(徐庶)만이 이런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았다. 만약 사람들이 서원직의 십분의 일만 배운다면, 나 제갈량으로 하여금 잘못을 줄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삼국지 촉지 동화전’ 중에서)

지난해 4·15 총선을 한달 여 앞둔 시점에서 박성민 대표는 당당하게 “비례위성정당을 선점한 미래통합당이 최소 20석 앞서는 1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결과는 참담한 오류로 나타났다. 

당시 야당 승리를 자신하는 근거로 박 대표는 “민주당이 우세해 보이는 여론조사 흐름이지만, 밑바닥 정서는 빠른 속도로 문재인 심판론이 작동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자신이 읽은 '민심'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론과 민심을 동일시하는 그의 태도에 변함이 없다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 

4·15총선 당시 필자는 한 달간 매일 전국 여론조사 집계를 비교대조했는데, 여론은 선거 막바지가 되어서야 민심을 드러냈다. 그전까지 여론조사 집계는 혼돈 양상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선거를 10여일 앞둔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을 두 배로 압도하며 영남-비영남 지역구도를 굳힌 상황을 보여주었던 것이다(참고 : 101곳 여론조사, '영남-비영남 양당구도').

부디 박 대표가 여론과 민심을 뒤섞어 거듭 판단을 그르치는 대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말을 충분히 헤아려본 뒤, 서원직의 심정으로 현 정부와 여당에게 충고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참, 서원직은 노모를 위해 유비를 떠나 조조 진영으로 넘어갔지만 거기서 단 하나의 계책도 내놓지 않는 것으로 상풍고절(霜風高節)을 지켰다.

 

글·김선태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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