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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들 초유의 ‘미 의회 점거’

"우리가 이겼다" 외치며 의사당 난입, 총상에 중태도

‘헌정질서 부정’ 선동한 트럼프, 험난한 앞길 예고돼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1.07 11:28
  • 수정 2021.01.0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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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사당 난입해 성조기 흔드는 트럼프 지지자들 / 사진 =연합뉴스
미 의사당 난입해 성조기 흔드는 트럼프 지지자들 / 사진 =연합뉴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리니.” - 마태오복음 26장 52절

[시그널=김선태 기자] 6일(미 동부 현지시각) 오후 트럼프 미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 의회의사당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트럼프 지지자들 상원 회의장 점거, 경찰과 무장 대치

상·하원 의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합동회의를 개최하기 직전이었다. 회의 주재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정부와 의회 요인들이 모인 가운데 의사당 난입이 강행되었고 그로 인해 합동회의는 전격 중단되었다.

사태의 발단은 이날 오전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행한 ‘대선 승복 불가’ 연설이었다. 집회에 모인 지지자들이 시위대로 변해 그대로 근처 국회의사당으로 몰려간 것이다.

현지시각 오후 1시, 국회 경비 병력이 진입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쳤지만 수천 명의 시위대에 속수무책 밀려났다. 계속해서 불어난 시위대는 국회를 포위했고 그중 일부가 경내 잔디밭을 가로질러 건물 내로 짓치고 들어갔다.

시위대 일부는 의회 외벽을 타고 의사당 건물 위로 올라갔으며 일부는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안에 진입했다. 이후 시위대는 상원 회의장까지 들어가 의장석을 점거했고, 그 와중에 “우리가 이겼다”며 고함을 질렀다.

대부분의 시위대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일부는 총기를 소지한 채 경비 병력과 무장대치했으며, 이 과정이 생중계로 전 세계에 공개됐다.

미 의회의사당에 몰려든 트럼프 지지자들 / 사진 =연합뉴스
미 의회의사당 담벽에 기어오른 트럼프 지지자들 / 사진 =연합뉴스

공화당 밋 롬니 의원, “트럼프 대통령이 선동한 반란”

오후 2시경 회의가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상·하원 합동회의는 중단됐고, 2시 30분경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의원들은 급히 회의장을 떠났다. CNN은 “의회 지도자들이 시위대 진입 직전 의사당에서 2.4㎞가량 떨어진 포트 맥네어 육군기지로 긴급 대피했다”고 전했다.

CNN은 의사당 안에 갇혀있다 풀려난 콜로라도 출신 민주당 제이슨 크로우(Jason Crow) 의원의 말을 빌려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매우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육군 정찰병으로 근무했지만 그 뒤로 이런 상황에 부닥쳐본 적이 없다. 시위대가 의사당을 뚫은 뒤, 우리는 하원 의원실에 갇혀있었다. 폭도들이 밀고 들어와 의사당 보안 경계선을 돌파했다. 경내로 들어와 의회 지도부를 밀어냈는데, 이날 토론회를 지켜보려고 갤러리에 있던 사람들은 폭도들이 문을 막고 회의장을 포위했기 때문에 갇히고 말았다.”

분개하기는 공화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유타주 상원의원 밋 롬니(Mitt Romney)는 CNN 인터뷰에서 “오늘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대통령이 선동한 반란(insurrection, incited by the President)”이라 규정했다. 롬니는 이어 아래와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오늘 아침, 한 이기적인 남자의 자존심으로 인해 왜곡 전달된 사실에 속아 분노한 지지자들이 행동으로 옮긴 일을 목도했다. 오늘 여기서 일어난 일은 미국 대통령이 선동한 반란이다.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선거 결과에 반대함으로써 그의 위험한 책략을 계속 지지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에 연루된 이들로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그들이 미국 역사에 오점으로 남긴 이 부끄러운 일화가 곧 그들의 유산이 될 것이다.”

이어 롬니 의원은 더 이상의 반대를 자제하고 이번 대통령 선거의 정당성을 만장일치로 확인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회를 점거한 시위대는 한동안 보안 병력과 대치를 이어갔다. 하원 회의장 앞에서는 기물로 바리케이드를 친 경호 인력이 권총을 꺼내든 채 문을 밀고 들어가려는 시위대와 대치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상원 회의장은 소수 시위대가 들어갔다가 얼마 뒤 해산되었는데, 이 와중에 한 여성이 가슴에 총을 맞고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도 나왔다.

하원 회의장에 진입하려는 시위대와 권총을 겨눈 미 의회 경찰. / 사진=연합뉴스
하원 회의장에 진입하려는 시위대와 권총을 겨눈 채 대치중인 미 의회 보안요원들. / 사진=연합뉴스

트위터 ‘불법 조장’ 이유로 트럼프 메시지 삭제

그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엄연한 시위대의 폭력을 언급하는 대신, “여러분이 어떻게 느끼는지 안다”며 오히려 불법 시위를 두둔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와 관련 이날 트위터 본사는 미 국회 의사당 점거 사태를 전후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다수의 트윗글을 ‘불법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삭제했다.

그중에는 트럼프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선거 불복을 선동하는 동영상이 포함되었으며, 또한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하다”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난한 트윗도 삭제되었다.

이 사태가 있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에게 의회 인증을 거부해 달라 요청했으나 펜스는 “그것은 법적 권한 밖의 일”이라며 분명하게 거부했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 대통령 선임 보좌관은 시위대를 ‘미국의 애국자’라 부른 트윗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삭제하기도 했다.

워싱턴주 공화당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Cathy McMorris Rodgers) 의원은 사태 직후 CNN 인터뷰에서 “더는 트럼프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평화적인 정권 이양이다. 나는 미국인들이 2020년 선거에 대한 그들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헌법적 도구와 법적 절차를 이용해야 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본 것은 불법이며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서 맥모리스 로저스는 “나는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지지하며, 도널드 트럼프가 작금의 광기(madness)를 종식시키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 들어가 책상에 발 올린 트럼프 지지자. / 사진=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 들어가 책상에 발을 올린 채 웃고 있는 트럼프 지지자.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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