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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한담] 삼성 이재용과 작량감경(酌量減輕)

  • 기자명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 입력 2021.01.19 11:21
  • 수정 2021.01.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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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선고가 어제 있었다. 법률적 판단은 나의 소관이 아니므로 언급은 피하고, 다만 며칠간 뉴스 기사에 계속 오르내리던 <이번에 작량감경(酌量減輕)이 적용될 것인가......등등> 의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작량감경(酌量減輕)은 법률상의 감경사유가 없더라도 법률로 정한 형이 범죄의 구체적인 정상에 비추어 과중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법관이 그 재량에 의하여 형을 감경하는 것(형법 제53)

인문학도의 눈에는 형법의 감경보다는 작량(酌量)이 눈에 들어온다. 작량이란 술잔에 술의 양을 짐작하여 채운다는 것이다. 즉 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친구든 누구든 만나면 술 한잔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오랜만에 혹은 처음 만나서 술한잔 나누며 사귀는 것을 수작(酬酌)이라고 한다. 즉 건넬 수, 따를 작, 즉 술잔을 건네는 것은 사귐의 행위를 의미한다.

미암 유희춘의 미암일기에 보면 전라도로 업무 출장을 갔을 때의 기록에도 등장한다.

감사가 대청으로 나와 기다리므로 나도 관대를 갖추고 들어가니, 감사가 계단 아래로 내려가서 서로 읍()하고 올라와 나에게 주인 자리를 양보하고 술상을 차려 수작했다.

監司出待于大廳。余亦具冠帶而往監司降下階相揖而升讓余主座。設

수작이란 본래 이런 뜻이고 좋은 의미였다.

그런데, 사극을 보면 한량 두엇이 주막에 앉아 막걸리 한잔하며 어여쁜 주모를 보고 엉덩이를 툭 치면서 주모도 한잔하지?” 하면, 주모가 눈을 부라리며 어디서 수작질이야?‘ 한다. 난 너랑 사귀기 싫다는 뜻이다. < ~ >이 붙으면서 안좋은 뜻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수작을 하다보면 옛 술병은 자기라서, 투명하지 않으니 술이 나오는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조심조심 잘 생각하면서 따라야한다. 이것을 짐작(斟酌)이라고 한다,

미리 어림잡아 계산하는 것...... 짐작.

술은 취향이다. 누구는 가득 채워진 것을 좋아하고 누구는 7, 누구는 반잔을 좋아한다. 그래서 상대를 배려해 따르는 술의 양을 결정해야한다. 이것을 작정(酌定)이라 한다. 작정하지 않고 무작정(無酌定) 따르다보면 넘치거나, 술 한잔 주고도 괜스레 한소리를 듣는다.

또한 술이란 세고 약한 것이 사람마다 다르니 늘 그 사람을 배려해서 적당히 권해야한다. 이것을 참작(參酌)이라 한다. 법률의 정상참작이란 여기서 유래된 말이다.

이렇게 술은 우리 생활 곳곳에 포진해 있는 아주 가까운 벗이다. 그러나 술은 좋으나 술을 이기지 못하면 실수가 많아지는 법, 그래서 술이 법이 되었는 지는 모르나 코로나로 한창인 요즈음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작부리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마음 놓고 수작부릴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기다리며...... 이런 때는 자작(自酌)이 술꾼의 살길이다.

이현진-우문현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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