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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17(영국발 코로나) 전파력 파괴적...백신 의존 안돼”

“인체 감염에 최적화된 변이, 교묘하고 정교해져”
“이미 60여국가로 확산...3월중 미국 점령할 수도”
“일상 방역 집중해야, 백신만으로 집단면역 불가”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1.21 01:02
  • 수정 2021.01.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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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사진=연합뉴스
기자회견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사진=연합뉴스

세계가 코로나19 백신의 희망에 부푼 가운데, B117로 명명된 영국발 신종 변이 바이러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1일 현재 적어도 60여개국에서 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1일 처음 발견된 지 40일 만의 일이자, 단 일주일 만에 10개 국가로 확산한 결과다. 

영국발 변이 B117, 40일 만에 60개국 확산
이대로라면 상반기 안에 전 세계로 이 변종이 퍼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당장 발생지 영국에서 이 변이 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영국의 경우 백신 접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19일 현재 영국 내 일일 신규 확진자는 33,355명, 일일 신규 사망자는 1,610명이며,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3,466,849명과 91,470명으로 집계됐다.

면역력이 약한 인체에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돌연변이를 누적시키는 바이러스의 특징을 고려하면 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보리스 존슨 총리의 담화에 따라, 18일(현지시각)부터 영국에 입국하는 모든 사람은 출발 72시간 이내 실시한 코로나19 음성 판정 증명과 영국 내 체류지 기재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영국 입국 뒤 10일간의 자가 격리도 의무화됐다. 

그러한 조치로도 B117의 빠른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인접한 유럽 20여 개 국가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이 변이가 발견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은 B117로 인해 치명타를 입은 나라다. 서유럽에서 의료 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 나라에서 영국발 변이가 기승을 부린 탓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하루 평균 확진자 8,800명을 넘어섰고 16일에는 확진자 1만1천 명, 사망 166명을 기록했다.

17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는 B117 바이러스의 확산 우려에 24일까지로 예고되었던 기왕의 3차 봉쇄를 다음 달 7일까지로 연장했다. 이날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봉쇄 연장 방침을 발표하고 “앞으로 2∼3달의 어려운 시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각)에는 서유럽에서 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벨기에의 한 요양원에서 B117 바이러스에 111명이 집단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각) 3차 봉쇄 연장을 발표하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 사진=연합뉴스
17일(현지시각) 3차 봉쇄 연장을 발표하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 사진=연합뉴스

백악관 비서실장, “2월 미 사망자 50만명 예상”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0일 베이징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최근 베이징에서 발견된 코로나19 감염 사례 2건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라면서 이로 인해 베이징 남부 5개 지역을 봉쇄했다고 밝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5일 발표한 주간 보고에서 “다음 달까지 미국도 영국발 변이에 점령당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보냈다.

영국발 변이는 미국에서 확산 중인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두 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금까지 미국에서 76명 정도가 영국발 변이에 감염됐다.

뉴욕타임스는 “B117이 다른 변이에 비해 더 치명적이거나 중증인 것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높은 전염력 때문에 의료 체계 부담을 가중시켜 결국 사망자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썼다.

같은 맥락에서 CDC는 “B117의 강력한 전염력 탓에 백신을 접종해야 할 인구 비율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시간을 벌려면 공공보건 대책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갓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현재 지명자)은 워싱턴포스트(WP)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전 행정부는 코로나 대응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면서 “다음 달 이 나라에서 50만 명의 사망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론 클레인 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15일(현지시각)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는 2월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사진=연합뉴스
론 클레인 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15일(현지시각)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는 2월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사진=연합뉴스

대체 B117이라는 변이 바이러스가 어떤 것이길래 전 유럽과 미국이 이처럼 전전긍긍하는 걸까?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진 이유에선지, 우연하게도 12~18일 사이 우리의 기초과학연구원이 세 차례에 걸쳐, 그리고 현지시각 18일 뉴욕타임스가 도표를 곁들인 진단을 통해, 각각 상세한 B117 해설을 실었다. 양자의 핵심을 간추리면 대략 아래와 같다. 

B117 돌연변이 방식, 기존 계통과 달라
일반적으로 생명체는 유전정보를 지닌 핵산과 몸체를 구성하는 단백질로 세포를 이루며, 이를 통해 호흡하며 생식을 통해 증식한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마찬가지다. 

가령 미역은 한해살이 해초인 식물이지만 바다의 온도 날씨 조류 등 조건이 갖춰지면 바위에 붙은 포자가 발아하여 암수 배우체로 나뉜 뒤 각각에서 만들어진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 세포 분열하는 방법으로 자손을 만들어낸다. 

이와 달리 바이러스는 단지 핵산과 단백질 껍데기로만 구성된 반생명체로, 숙주 내부로 침투해 상대방 세포를 이용해 자신을 복제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그중에서도 비교적 덩치가 큰 존재이지만 증식 방법은 마찬가지다. 

하나의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중심에 3만 개 내외의 RNA 꼬인 가닥, 종종 ‘문자’로 비유되는 게놈이 있다. 이 게놈은 감염된 인간 세포가 코로나바이러스의 복제에 필요한, 최대 29종의 단백질을 제조하도록 ‘지시’하는 일을 수행한다. 

바이러스가 복제될 때, 게놈 원본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 작은 오류가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데 이것이 돌연변이(mutations)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그 범주에 속하는 다양한 하위 계통이 있지만, 어떤 계통이건 복제과정에서 종종 돌연변이가 생기고 이것을 자기 내부에 무작위적으로 축적한다. 

돌연변이라고 해서 모두 바이러스의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돌연변이는 재생산된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고, 어떤 돌연변이는 단지 단백질의 형태와 기능에 변형을 가할 뿐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부각된, 영국에서 처음 보고된 코로나바이러스 변종(variant)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또는 그 변종에 비해 몸체인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변경하거나 삭제하는 17개의 최신 돌연변이로 구별된다. 

영국 공중보건국(Public Health England)이 Variant of Concern 202012/01라 명명한 이 변종은 코로나바이러스 계통(lineage)의 하나인 B.1.1.7의 일부로 분류된다(이하 B117로 표기). 우한에서 처음 등장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통상 L형이고, 현재는 G형이 전 세계적인 우세종인데, 영국 변이체 B117은 G형에서 다시 변이를 일으켜 파생된 것이다.

특이한 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자연적으로 매달 1~2개의 돌연변이가 그 내부에 생겨 누적되는데, B117의 경우 ‘갑자기’ 23개의 돌연변이가 군집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점진적인 돌연변이 축적과 다른 방식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이다. 

그림. 영국에서 발생한 B117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변이체와 스파이크 돌연변이 /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2021년 1월 12일원 내부가 코로나바이러스의 구조. 안쪽의 꼬인 가닥이 유전정보를 지닌 RNA(리보핵산)이며 이를 둘러싼 겹겹의 원형이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 외피다. 그 바깥으로 난 돌기가 스파이크 단백질인데 이것이 인체 세포에 달라붙어 자신의 RNA를 그 안으로 주입하면 감염이 일어난다. 
그림 1. 영국에서 발생한 B117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변이체와 스파이크 돌연변이 /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2021년 1월 12일.

“B117, 더 교묘하고 더 강력하게 침투한다”
최근 영국 연구자들은 B117이 다른 버전의 코로나바이러스보다 50~70% 더 전염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무엇보다 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영역에서 일어난 다음과 같은 돌연변이 때문이다. 

첫째, 침투력을 높인 8개의 스파이크 돌연변이(Spike Mutations).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이 바이러스 몸체 바깥으로 튀어나온 돌기들인데 이것이 스파이크 단백질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체와 접촉하는 순간 세포의 특정 수용체에 달라붙어 바이러스 RNA를 세포 안으로 침투시킨다. 영국형 변종에서 가장 위협적인 부분이 이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일어난 8개의 돌연변이다. 

하나의 스파이크는 세 개의 서로 얽혀 있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그룹이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 하나를 만드는데 대개 1,273개의 아미노산(amino acids)이 동원된다. 

돌연변이된 B117 계통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이 아미노산 서열 중 2개가 제거(deletions)되고 6개가 다른 아미노산으로 대체(substitutions)된 것이다. 

이 돌연변이는 아미노산이 뒤엉켜 접히게 만들어 스파이크 단백질의 모양을 바꾼다. 그 결과 세포 침투력이 훨씬 강화된 것이다. 

둘째, 접착력이 강화된 스파이크 N501Y 돌연변이(Spike N501Y Mutation).

더욱 전염력을 강화시킨 돌연변이로 추정되는 부분이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501번째 아미노산이 N(아스파라긴)에서 Y(티로신)로 바뀌었다 해서 N501Y라 불리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돌연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질 상단에 있는 특정 아미노산을 변화시켜, 인체 세포의 특정 수용체에 강력하게 접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전형적인 코로나바이러스는 대체로 스파이크 단백질의 끝이 일정한 구조를 갖지 않는 일종의 퍼즐 조각과 같았다. 그것들도 인체 세포에 달라붙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세포의 수용체와 정확하게 결합하지 못해 침투에 실패한다.

반면 N501Y 돌연변이는 퍼즐 조각을 매우 정교하게 다듬어 마치 인체 세포의 특정 수용체와 꼭 맞도록 재구성한 것처럼 보이는 데다 스파이크의 특성상 그와 같은 돌출부(Tip)가 세 군데나 된다. 

영국형 돌연변이가 무서운 것도 바로 N501Y 돌연변이로 인해 인체 세포 침투력이 크게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돌연변이가 영국형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덴마크, 일본,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의 각 주에서 독립적으로 이와 같은 돌연변이가 발견되었다. 안타깝게도 이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직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셋째, 침투 성공률을 높인 스파이크 단백질의 H69–V70 아미노산 삭제(Deletion) 돌연변이

N501Y 돌연변이를 구성하는 것으로 스파이크 단백질의 69번째(H69)와 70번째(V70) 아미노산이 삭제된 경우다. 실험에 따르면 이 부분이 삭제되면서 코로나바이러스는 항체가 자신에게 달라붙는 것을 방해하고 그 결과 인체 세포에 더 성공적으로 침투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지난해 덴마크에서 수백만 마리의 밍크를 감염시킨 코로나바이러스에서 확인된 것이 이와 같은 돌연변이다. 어떻게 해서 바이러스가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넷째, 항체의 접촉을 방해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Y144–Y145 아미노산 삭제(Deletion) 돌연변이

이 아미노산 변이에서 다른 삭제 영역이 하나 더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144번째(Y144) 또는 145번째(Y144) 아미노산이 제거된 곳이다. 

두 개의 티로신(Y)을 의미하는 이 삭제 역시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출부에서 발생한다. 이 경우에도 H69–V70 아미노산 삭제와 마찬가지로 항체의 접촉을 방해하여 결과적으로 인체 세포 감염력을 높인다. 

다섯째, 세포 접근성을 강화한 스파이크 단백질의 P681H 아미노산 돌연변이

이 돌연변이는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줄기에 있는 P 아미노산을 H 아미노산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표면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이 생성될 때 처음부터 세포에 잘 부착하도록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건에서 인체 세포의 효소(human enzyme)가 먼저 스파이크 줄기의 한 부분을 잘라내는데, 이후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에 달라붙기 시작한다. 

그런데 P681H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효소가 스파이크 단백질의 절단 지점에 더 쉽게 도달할 수 있게 된다. 

P681H 돌연변이 자체는 흔한 것이어서 B117 계통이 아닌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계통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하지만 한 계통의 바이러스에서 N501Y와 P681H 두 돌연변이가 동시에 발견되는 일은 매우 드물며, 이 때문에 B117의 감염력이 다른 계통의 그것에 비해 특별히 강력해지는 것이다. 

그림 2.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 3차원 구조 (PDB code: 7A97)에 표시한 돌연변이 위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빨간색)와 영국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파란색)를 비교하면 그 위치가 상당히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2021년 1월 15일
그림 2.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 3차원 구조 (PDB code: 7A97)에 표시한 돌연변이 위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빨간색)와 영국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파란색)를 비교하면 그 위치가 상당히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2021년 1월 15일

여전히 오리무중인 B117의 초기 발생지
B117은 지난해 11월 말 영국에서 처음 확인되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이전 샘플을 조사한 결과 최소 9월 20일경 이 돌연변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인체에 유해한 바이러스 돌연변이는 백신 접종에 따른 ‘선택 압력’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이므로 그럴 가능성은 없다. 이에 기초과학연구원은 다음 세 가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 면역체계가 약화된 만성질환자들이 바이러스 돌연변이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면서 슈퍼전파자가 되는 경우다. 

건강한 사람이 감염되면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한 번 복제하면서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반면 면역이 약화된 환자의 인체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수개월 동안 복제를 거듭하면서 연속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실제로 사망 전 거의 5개월 동안 감염되고 면역이 떨어진 45세 남성 사례에서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가속화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마찬가지로 바이러스 치료를 여러 번 받은 환자에게서도 돌연변이가 촉진된다. 실제로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사용하는 혈장 치료법이나 렘데시비르를 장기적으로 투여한 환자에서는 돌연변이가 더 빈번하게 일어났다.

둘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에서 다른 동물로 감염되었다가 인간에게 재감염되었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 단기간에 군집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덴마크의 밍크 살처분 사례는 이런 위험성이 고려되어 내려진 조치다. 

셋째, 국가 간 유입 가능성이다. 즉 방역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B117 변이체가 폭넓게 전파된 이후, 영국 런던과 남동부 지역으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다. 

영국 자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유전체 분석 및 추적 시스템을 보유한 나라다. 하지만 지난해 이 나라는 집단방역을 추진하다 실패한 데다 시민들이 방역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외부로부터의 유입에 장기간 무방비상태였을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B117은 영국에서 맨 먼저 확인되었지만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B117 바이러스가 확인된 나라들 가운데 러시아, 중국, 멕시코, 인도, 브라질, 호주 등은 B117 돌연변이가 외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B117 돌연변이가 자국 내에서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라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백신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의 코로나19 방역”
B117이 다른 계통의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치명률이 낮다고 위안 삼을 수도 없다. 이 돌연변이가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치명율을 높이는 것은 아니지만, 더 강력한 감염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B117의 높은 전파력은 감염자 수를 증가시키며 이로써 의료체계를 뒤흔들어 결과적으로 사망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기초과학연구원의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바이러스의 완전 박멸은 어렵더라도 전파 속도만큼은 늦춰야 한다. 그러면 돌연변이 시계도 늦출 수 있다. 확산을 줄이면 변이 확률이 낮아진다.”

그렇다면 B117은 백신으로 막을 수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답이 가능하다. 

첫째, 여러 실험의 결과 현재 공인받은 다수 백신이 B117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항체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변했다는 증거는 없다. 게다가 최근 화이자의 백신이 영국과 남아공에서 퍼진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즉 화이자 백신으로 생성된 항체가 N501Y 스파이크 돌연변이를 가진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에 달라붙어 세포 감염을 억제하는 모습이 실험에서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우리는 아직 B117의 능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섣불리 답하기 어렵다.

기초과학연구원은 다른 돌연변이와 달리 B117에서 “아미노산 변화를 초래하는 17개의 돌연변이가 한꺼번에 생겼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만큼 이 바이러스의 구조가 복잡하므로, 바이러스의 면역 회피 능력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지금 나와 있는 대부분의 백신은 인체 면역계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식하여 이를 차단할 항체를 만들도록 설계되었다. 만일 스파이크 단백질이 더 복잡한 구조로 변형되면 백신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앞서 본 B117의 스파이크 N501Y 돌연변이가 그 같은 경우를 암시하는데, 어떤 다른 돌연변이가 일어나 스파이크 단백질에 더욱 ‘기괴한’ 변형이 생긴다면 지금까지 나온 백신의 기능이 크게 떨어지거나, 아예 백신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셋째, 시간이 더 흐르면 현재의 백신으로 변이 바이러스를 막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며, 사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B117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일어나는 돌연변이의 한 계통일 뿐이다. 그 자체가 더 복잡한 돌연변이를 파생시키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슈퍼 돌연변이가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게다가 국지적으로 B117 바이러스 팬데믹이 초래되어 국가 방역망이 무력화될 경우 백신은 부차적인 도구가 될 뿐이다. 우리에게는 지금도 지구촌 60여 개 국가로 확산 중인 이 돌연변이를 감시하고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백신 접종이 아무리 빨리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민관이 합심하여 코로나19 확산세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글·김선태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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