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김선태 기자] 26일(현지시각) 유럽에서 가장 독실한 가톨릭 국가에 속하는 폴란드에서 임신 중절 즉 낙태를 전면 불법화하는 법원 판결이 정식 발효된 가운데,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22일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불법화하는 판결을 내렸고 당시 항의시위는 최근 일, 이십 년간 최대 규모의 항의시위를 촉발했다. 이에 정부가 법 시행을 연기하다 이번에 정식 발효한 것.
이 법에 따르면 폴란드에서는 다음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경우에 낙태는 불법이다. 첫째 임신으로 산모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거나 둘째 여성이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임신한 경우다.
그 전날 법원 판결이 관보에 실린 뒤 집권 ‘법과 정의당(PiS)’이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발표하면서 산발적으로 열리던 시위가, 하루 만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2015년 ‘법과 정의당(PiS)’이 들어선 뒤로 낙태 문제는 이 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집권당은 주로 교육 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을 겨냥, 낙태 불법화를 복지 정책의 일환이라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 판결은 수많은 여성에게 고통을 강요할 것이라며 “이 바보 같은 판결에 대해 판사들은 책임져야 하며, 정부가 무얼 하건 낙태를 해야 하는 여성의 결정을 막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더욱이 이 시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지속하여 온 것으로 이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낙태 금지 반대를 넘어 현 정부를 비토하는 수준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정부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CNN에 따르면 집권당 국회의원 바르트워미에이 료블르스키(Bartłomiej Piotr Wróblewski)는 “태아가 아프고, 장애가 있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그 생명을 빼앗을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 정부는 장애아동과 부모들을 돕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의회가 법으로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규제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의 한 의원은 “당이 극단적인 태아 기형을 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폴란드 내 여론조사기관들의 발표에 따르면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지난해 10월 30% 수준에서 이달 들어 35%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0월 집권한 현 법과 정의당(PiS)은 2019년 다른 두 군소정당을 규합하여 44%의 득표율로 재집권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