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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한담 - 가뭄 때문에 임금 노릇 못하겠다는 세종대왕

  • 기자명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 입력 2021.02.01 13:53
  • 수정 2021.02.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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旱乾如此, 不堪視事

<이토록 가뭄이 심하니 일하기가 너무 어렵구나> 세종 1(1419) 63

세종실록
세종실록

조선의 성군이라 불린 세종, 그러나 즉위하고 몇 해간 계속되는 가뭄에 시달렸다. 가뭄, 홍수, 지진 등 자연 재해를 임금의 일에 대한 하늘의 경고로 생각했던 조선이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한 흉년, 이로 인한 백성의 고통은 형(양녕대군) 대신 왕권을 이은 자신의 정통성에 의문이 생길 수도 있었다. 기우제를 지내고, 감선(減膳-임금이 먹는 것을 검소하게 줄인다)을 해도 나아지지가 않았다. 계속되는 가뭄과 흉년으로 고통 받는 백성을 보는 일은 임금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하루 하루였다.

오죽하면, <가뭄 때문에 임금 노릇 못해먹겠다> 란 생각이 들었을까?

영조 26(1750) 전국에 역질이 돌아 많은 백성이 죽어 나갔다.

임금이 하교하기를, "......역질이 치성하여 사망자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 해는 이미 바뀌어 만물이 모두 봄기운을 타고 있는데, ! 우리 백성들은 친척·형제·고아·과처(寡妻)가 울부짖고 서러워하니, 생각이 여기에 미치매 저절로 처절해진다......죽은 자는 방법을 다하여 거두어 묻어 주고 산 사람은 특별히 구원하여 살려내게 하라. 더군다나 구휼을 실시하는 도리에서는 더욱 불쌍한 생각으로, 진휼하고 구활함을 한결같이 하도록 신칙하라. 부지런하고 태만함을 내가 응당 염문(廉問)하리라. <영조실록 2615>

백성을 구휼하는 일에 부지런한지 게으른지 임금이 직접 조사하겠다고 영조가 엄포를 놓았다.

영조로 부터 370년이 지났다. <2020년 코로나가 발생하여 사망자와 환자가 급증했는데, 이제 해가 바뀌어 2021, 만물이 봄기운을 타는 입춘(24)을 향해 가고 있는데 여전히 국민들은 울부짖고 서러워하고 있다>. 왕조실록의 기록이나 오늘날의 뉴스 기사나 별반 차이가 없다.

백성의 굶주림과 고통에 대한 조선 복지정책의 핵심기관은 의창(義倉)이었다. 흉년이 들면 굶주린 백성에게 곡식을 나누어주는 진제(賑濟)와 춘궁기에 곡식을 꿔주고 가을에 받는 환상(還上)을 집행하는 복지기관이다. 왜 그 이름을 의창(義倉)이라 붙였을까? 창은 창고이고, 의란, 사람이 지켜야할 바른 도리이다. 이 의()의 본래 의미는 <마음이 편하고 떳떳하고 마땅하다>는 뜻이다. 백성이 근본인 나라에서 백성을 위한 구휼 활동이야말로 당연히 <마음이 편하고 떳떳하고 마땅히 옳은>일이다. 정부기관 의창(義倉)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것에 있다.

계속된 흉년으로 인한 의창의 살림이 넉넉치 않다. 재정 부족을 국고로 메꾸는 일에 대한 관리들의 의견이 세종 때 올라 온다. 마치 오늘날 복지재정의 부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공직자들의 고민과 유사하다.

1423(세종 5) 916일 호조에서 의창제도의 견실한 운영책에 대해 건의한다.

"......근년 이후로 여러 번 흉년이 들어...... 이로 인하여 의창(義倉)이 넉넉지 못하므로 ......부득이 국고(國庫)로 구휼(救恤)하게 되매...... 진실로 염려할 만한 일입니다...... 청컨대, 임인년과 계묘년의 흉년에 각도의 환상·진제에서 급여한 수와 기축년에 올린 민호(民戶)의 수를 작량(酌量)하여 국고(國庫)에서 덜어내어 ......군수에 대비하게......서울의 민호에 미두·잡곡이 모두 7,198석이고, 유후사의 곡식이 1만 석이요......신축년에 받아 낸 환상은 의창에 수납(收納)하여 보첨하고, 만약 신축년 환상이 없으면 각 고을에서 임인년의 환상으로 수납하여 숫자를 보첨할 것이며......"라고 하니, 그대로 따랐다. 재정 부족을 보완하는 다양한 방식과 대책은 관리, 공직자들이 담당해야할 고민과 지혜, 역할이다.

이 문제에 대한 세종의 지시는 명확하다.

民惟邦本, 食爲民天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먹는 것이 백성의 하늘이다> ......떳떳한 산업을 지닌 백성까지도 역시 굶주림을 면치 못하니...... 호조에 명령하여 창고를 열어 구제하게 하고...... 만약 한 백성이라도 굶어 죽은 자가 있다면, 감사나 수령이 모두 교서를 위반한 것으로써 죄를 논할 것이다.” <세종실록 1212>

오늘날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피해지원 등 복잡한 상황에서, 무엇을 염두에 두고 행정이 가야할 지를 역사는 들려주고 있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

이현진 - 우문현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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