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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는 게 절대 유리

“감염 억제, 변이 예방 효과적”...“미룰 여유 없어”
“변이·고령층 문제 불구, 값싸고 보관·운반 편리”
WHO “현 시점, 좋은 백신보다 많은 백신이 유리”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2.11 19:38
  • 수정 2021.02.1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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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허가’ 브리핑하는 김강립 식약처장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식약처 회의실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허가 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허가’ 브리핑하는 김강립 식약처장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식약처 회의실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허가 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코로나19(이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국내 접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둘러싸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는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가장 먼저 대량 구입해 공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동시에 남아공 변이에 취약하며 고령층에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도입에 따른 진통이 만만치 않았다. 

급기야 식약처는 최종점검위원회를 구성하여 회의를 가진 끝에 10일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만 18세 이상 모든 연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허가했다. 

여기에는 ‘추후 고령자 7천500여명을 포함한 3만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미국 등의 임상 3상 중간 결과를 4월말까지 제출할 것’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또한 “65세 이상의 고령자 접종에 신중할 것”이 의무기재되지만 이는 효능과 관련된 문제일 뿐, 식약처는 “고령층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일정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일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용을 공식 허가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됐다. / 그래픽=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일정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일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용을 공식 허가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됐다. / 그래픽=연합뉴스

“남아공 변이에 취약하고 고령층 효과 미검증”
식약처 허가가 나기 전날인 현지시각 8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공식 성명을 내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을 중지시켰다.

자국에서 범람중인 ‘B1351’ 즉 코로나19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이 백신이 취약함을 드러냈다는 주된 이유다. 

남아프리카 보건부 쯔웰리 음키제(Zweli Mkhize)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실험 결과 과학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공급할 방법을 알아낼 때까지” 일시 그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음키제 장관은 “대신 화이자와 존슨앤존슨 백신 공급을 고려할 예정”이라 말했다.

언급된 실험에는 평균 31세의 자원봉사자 약 2,000명이 참가해 절반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절반은 플라시보(가짜) 백신을 투여해 경과를 측정했다. 남아프리카의 위트워터스랜드 대학과 백신 개발 주역인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원들이 데이터를 분석했고 그 내용은 이미 공개되었다. 

남아공 보건부에 따르면 해당 실험 결과 이 백신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사실상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염력의 약화를 의미하는 바이러스 중성화 실험 결과도 마찬가지여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전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남아공 변이에 특히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연구는 남아공 변이 감염에 따른 경증과 중등증 발현 억제 능력을 다룬 것으로, 같은 감염에 따른 중증 진행 억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남아공 보건부 발표 다음날 파스칼 소리오 아스크라제네카 CEO는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 참석, “우리 백신은 여전히 중증 진행을 막는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말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경우 변이로 인한 감염을 막지 못한다 해도 그로 인한 치사율은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문제는 고령층에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월 28일(현지시각) 독일 내무부 산하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의 백신위원회가 “65세 이상 그룹에 대한 백신의 효율성과 관련된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며 사용 자제를 권고해 이미 파장이 크게 일어났다. 

고령층 문제에 대해 권위 있는 설명을 내놓은 곳은 영국 의약품·건강제품 규제국(MHRA)이다. 규제국은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의 아스트라제네카 임상시험 분석을 토대로 1월말 내놓은 보고서에서 “65세 이상 그룹 참여자에 대한 효율성 관련 정보는 제한적이며, 그럼에도 백신의 안전성이 부족하다고 입증할 만한 것은 없다”고 썼다. 

비록 해당 연령층의 시험 정보는 부족하지만 “우리가 본 데이터에 따르면 백신이 65세 이상의 그룹에게 강한 항체반응을 형성한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제조사인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이 문제가 백신의 조기 개발에 따른 선택의 결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아스트라제네카 파스칼 소리오(Pascal Soriot) 최고경영자는 “연구를 진행한 옥스퍼드의 과학자들이 한정된 시간 내에 18~55세 그룹의 안전성을 우선 확인해야 했다”며 그에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하느라 고령자 그룹에 대한 임상시험은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나중에 고령층을 섭외해 사례를 수집했지만 충분한 인원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불완전한 데이터를 얻었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현재 옥스퍼드 대학과 협력하여 백신의 재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을이면 업그레이드된 신약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어쩌면 이 기간이 단축될 수도 있다. 첫째 코로나바이러스의 염기 서열, 특히 세포 결합 부위인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자 지도(게놈)는 잘 알려져 있으며 그 돌연변이 여부 또한 쉽게 파악된다. 

둘째 아스트라제네카 사의 경우 아데노바이러스를 운반체(벡터) 삼아 코로나바이러스 RNA를 체내에 주입, 항체를 유도하는데 탁월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변이된 RNA를 빠르게 적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전염성 통제 컨설턴트로 인정받는 영국의 피터 잉글리쉬 박사는 CNN 인터뷰에서 이런 이유를 들어 “아스트라제네카 사가 몇 개월 내에 남아공 변이에 대응할 새로운 백신을 출시할 것”이라 예측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 주요국 입장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으로는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가했다. 접종 대상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포함한 만 18세 이상 성인이다. / 그래픽=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 주요국 입장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으로는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가했다. 접종 대상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포함한 만 18세 이상 성인이다. / 그래픽=연합뉴스

WHO “AZ 백신, 접종 간격 늘리면 충분히 효과적”
남아공 변이에 취약점을 보였고 고령층 임상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유한 코로나19 방역 효과는 의심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 

3일 CNN은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진이 동료검토를 거치지 않은 예비 결과임을 전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증상 수준의 감염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상당 폭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진은 아스트라제네카사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했으며 특히 임상시험과 그에 따른 분석을 주도해 왔다. 

옥스퍼드 연구진에 따르면 백신을 한 번 투여한 뒤 코로나19 양성 비율이 67% 감소했으며, 두 번 투여한 뒤 실시한 PCR 테스트의 양성 비율은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후 영국 임상 2·3상, 브라질 임상 3상 등 2건의 임상시험 결과 예방효과는 62%로 나타났다.

영국 면역학회 회장인 더그 브라운(Doug Brown) 박사는 “이는 이 백신이 사람들 사이의 전염을 막는데 효과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도 “아직은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한 뒤에도 당분간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공 변이에 전혀 효력이 없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현재의 백신으로도 “투약 주기가 8~12주일 때 코로나19 남아공 변종에 효능을 보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애초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백신 접종 간격을 4~12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서는 WHO 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도 같은 입장이다. 남아공 변종과 관련, “접종 간격이 좀 더 길면 효능과 면역 증가율이 높아지는 것을 관찰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 WHO 코로나19 기술책임자 마리아 반 케르코브(Maria Van Kerkhove) 박사는 현지시각 7일 미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 프로그램에 출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알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이 백신이 유효함을 강조했다. 

그녀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제품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다수의 백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10일(현지시각) WHO 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도 권장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인류가 당면한 상황과 사용 가능한 증거를 고려할 때”, “변이가 나타난 국가라 해서 이 백신의 사용을 권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 코로나19 현황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한국시간 10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억738만 명에 이르고 있다. / 그래픽=연합
세계 코로나19 현황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한국시간 10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억738만 명에 이르고 있다. / 그래픽=연합

CNN “조기 집단면역 불가능...AZ로 방어전 펴야”
9일(현지시각) CNN은 “남아공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실험 결과가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큰 장애를 일으키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백신이 현재 서구에서 나온 가장 값싸고 운반과 보관이 편리해 저소득층과 비서구 국가의 팬데믹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어 왔다”는 점이 그 근거다. 

최근의 부정적인 발표들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저항이 커진다면 결과적으로 빈곤 계층과 나라에서 팬데믹을 막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며 그에 따라 “백신의 국가간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것”이 자명하다는 뜻이다. 

더욱이 이번 남아공 시험은 변이를 대상으로 한 것인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적임이 간과되어서는 안 되며, “따라서 심각한 관련 질병과 사망을 예방하는데 여전히 효과적”이라고 기사는 적었다. 

한편, 국경을 손쉽게 무력화시키는 감염병의 특성상 빈곤국의 팬데믹은 곧장 부유국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가게 마련이다. 

피터 잉글리쉬 박사는 영국 사이언스 미디어 센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전략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그는 “효능에 다소 불만이 있다고 해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급증을 막는 일까지 중단할 이유가 없다”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중기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게 해줄 방패막”이라고 주장했다. 

CNN 논평은 이런 관점에 따라 변종이 우세할 경우를 대비한 새로운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어차피 변이의 범람을 막을 수 없고 따라서 집단 면역이 가능하지 않다면, 최소한 사망자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각국이 더 효과적인 백신을 도입하기 전까지 코로나19 환자의 중증 진행을 막으면서 시간을 벌 필요가 있는데, 현단계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방어의 최전선을 맡을 수 있다는 논리다. 

참고로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0일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했다. 남아공 변이는 비록 40여 국가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상황이다. 

그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프로그램의 핵심이 되어 왔다.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서운 기세로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와중에 수립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 전략은 이들 국가의 감염 억제와 변이 예방에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제반 상황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가령 WHO는 비서구 국가들을 위해 백신 공동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활용중이다.

코백스가 현재까지 확보한 백신 총량은 3억3700만 도스로, 그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3억3600만 도스로 압도적 다량을 차지한다. 반면 코백스가 확보한 화이자 백신은 120만 도스에 불과하다(도스란 1인당 적정 접종량을 말하는데 백신에 따라 접종 횟수가 1~2회로 다르므로 편의상 도스 단위를 사용한다).

아스트라제네카 이외의 백신은 도입 시기도 불투명하다. 우리의 경우 코백스를 통해 화이자 백신 초도물량 6만 도스 가량을 시급히 도입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9일 정세균 총리가 도입 시기를 당초 2월 중순에서 2월 말로 늦춰 발표했지만, 실은 코백스와 화이자 사이의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아 공급일정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우리 정부가 제약사와의 개별 계약으로 1천만 도스를 확보했으며, 1차로 오는 24일부터 들여올 75만 도스가 그중 일부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적어도 올초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장 먼저 도입할 백신일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사진=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사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사진=연합뉴스

 

글·김선태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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