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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년 전통 日 알몸축제, 코로나19에 제동 걸려”

사회적 거리두기 지키며 참여 인원 100명 대로 제한해

전통적인 몸싸움 대신 코로나19 종식 기원하는 행사로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2.23 14:36
  • 수정 2021.02.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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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치러진 일본 ‘하다카 마쓰리’ 축제 본 행사 모습. / CNN 홈페이지 영상 캡쳐 화면
지난해 2월 치러진 일본 ‘하다카 마쓰리’ 축제 본 행사 모습. / CNN 홈페이지 영상 캡쳐 화면

[시그널=김선태 기자] 일본 오카야마의 알몸축제, 하다카 마쓰리(岡山の裸祭り) 가 일부만 제외하고 모두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23일(현지 시각) CNN이 보도했다.

하다카 마쓰리는 일본의 본토에 해당하는 혼슈섬 남부의 오카야마현에서 지난 오백 년 동안 열린 전통적인 남성 중심의 알몸축제다.

매년 2월 세 번째 토요일(올해는 20일)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그간 주요 도시에서 유사한 형태로 이어져 사실상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오카야마현 사이다이지 칸노닌 신사의 주 행사에는 많은 경우 1만 명이 참가하기도 한다.

‘신성한 막대’ 차지하려 1만 명이 ‘알몸 사투’

하다카 마쓰리에 참가하는 남자들은 ‘훈도시’라는 짧은 샅바와 ‘다비’라는 흰 양말을 착용하는데, 실제 행사에서는 윗도리를 벗은 군중이 덕지덕지 뒤엉켜 알몸이나 마찬가지 모습을 연출한다.

주 행사에는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남자들이 참가하는데 호기심에 참가하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종종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을 위해 마련되어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되는 순서도 있다.

하다카 마쓰리는 다가오는 봄을 맞아 한 해의 풍요와 번영을 기원하는 행사다. 주 행사에 앞서 오후 무렵 어린이를 위한 약식 행사가 열린다. 이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 행사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이해된다.

저녁 무렵이 되면 훈도시를 걸친 남자들이 한두 시간 사찰 구내를 뛰어다니며 몸을 정화하다 정해진 시각에 본관 건물로 몰려든다. 이때 참가자들은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 혈액형 등을 적은 종이를 훈도시 안에 꼭꼭 집어넣어야 한다.

때에 따라 팀 단위로 참가하기도 하는데 이때 팀원들은 같은 색깔의 밴드를 손목에 차고 행사를 치른다.

저녁 7시에는 행사장 바깥 경내에서 여성 고수들로 구성된 공연단이 전통춤과 공연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이와 함께 불꽃놀이로 흥을 북돋운다.

밤 10시가 되어 참가자들이 모인 경내에 불이 꺼지면 그 4미터 위층 창문으로 한 성직자가 등장해 100다발의 작은 막대와 ‘싱기’라 불리는 20센티미터 길이의 이른바 행운의 부적 막대 두 개를 군중 속으로 던진다. 이로써 본 행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온통 벌거벗은 남자들이 마치 ‘정어리처럼 포장된 채’ 막대를 서로 잡고자 일대 혼전을 치른다. 전설에 따르면 누구든 부적 ‘싱기’를 잡는 이에게는 한해의 행운이 보장된다고 전해지며, 이를 믿는 참가자들은 온몸을 내던지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많은 참가자가 다치게 되며 작은 상처나 멍은 피하기 어렵고 관절을 삐는 경우도 일반적이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지난해 2월 치러진 일본 ‘하다카 마쓰리’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본 행사장에 입장하는 모습. / CNN 홈페이지 영상 캡쳐 화면
지난해 2월 치러진 일본 ‘하다카 마쓰리’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본 행사장에 입장하는 모습. / CNN 홈페이지 영상 캡쳐 화면

올해 행운의 인원 100명 참가, ”500년 만에 처음”

지난해에 코로나19가 왕성하게 퍼질 시점에 행사를 강행, 내외의 비난에 시달렸던 주최 측은 올해 이 행사 개최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지난 20일에 하다카 마쓰리가 열리기는 했지만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이전 해에 싱기를 획득했던 ‘행운의 인원’ 100명가량만 주 행사에 참여했고, 관람객 역시 크게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이번 행사는 전통적인 쟁탈전을 지양하고 차분하게 한해의 풍요와 더불어 특별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을 기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은 “이 축제는 오백 년 이상 중단 없이 계속되어 온 것”이라면서 이번 축제를 이처럼 대폭 축소한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CNN에 따르면 축제 조직위원회 오모리 미노루 회장은 “주최 측은 논의 끝에 지금은 전통적인 방식을 접고 대신 ‘이요’를 위해 기도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번 행사의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요’는 “가혹하고 추운 겨울을 견디고 나면 봄의 온기가 돌아온다”는 뜻을 지닌 ‘이치요라이후쿠(いちようらいふく)’를 줄인 말이다. 코로나19 역경을 이겨내고 행운이 오기를 기원하는 일본인들의 염원을 담아 극도로 간소한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집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3일 현재 일본 코로나19 누적확진자는 42만5597명, 사망자는 7474명이며 지난 1월 9일 신규 확진자 7855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해 23일 현재 1090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일본 정부는 올 7월 23일로 예정된,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1만1000명의 선수단이 집결하게 될 하계 올림픽 개최 여부와 방식 문제를 놓고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일본 코로나확진자 추이 / 출처=월드오미터
일본 코로나확진자 추이 / 출처=월드오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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