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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그 후에 오는 일들

미 CDC, “당분간 백신을 맞기 전처럼 행동해야”

“격리대상에서만 자유...집단면역까지 기다려야”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2.24 15:27
  • 수정 2021.03.0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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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수송차량 확인하는 관계자들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이틀 앞둔 24일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위탁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경기도 이천의 지트리비앤티 물류센터로 입고되어 관계자들이 백신 수송차량을 확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백신 수송차량 확인하는 관계자들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이틀 앞둔 24일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위탁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경기도 이천의 지트리비앤티 물류센터로 입고되어 관계자들이 백신 수송차량을 확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본격적으로 시행된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프로그램이 정상 궤도에 진입한 모양새다. 23일(현지시각) 현재 백신 접종을 받은 미국인이 4천만 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전체 미국 인구의 13%에 달하는 규모다.

게다가 미국의 신규 확진 비율이 전국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는 분위기다.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총확진자 수는 1월 31일 9백93만272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하락, 22일 9백19만9932명으로 73만2795명이 줄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월 8일 30만8013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빠른 속도로 하락, 2월 22일 5만9614명으로 지난해 10월 중순 대유행 직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백신으로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총 확진자 추이, 월드오미터 집계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총 확진자 추이, 월드오미터 집계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 월드오미터 집계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 월드오미터 집계

미 CDC, “백신을 맞아도 맞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야”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실시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의문에 부딪히게 되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할 일은 무엇일까?’ 하는 문제다.

가령 백신을 맞았으니 이제부터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도 되는 걸까? 이대로 있어야 한다면 그건 언제까지일까?

거창한 질문이 아니라도 궁금하게 여길 점들은 얼마든지 있다. 백신 접종이 끝났다면 마스크를 벗어도 될까? 이전처럼 자주 그리고 꼼꼼하게 손을 씻지 않아도 될까? 마스크를 내려놓고 옆 사람과 대놓고 이야기해도 될까? 식당에서 마음 놓고 아무 자리나 가서 앉아도 되나?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또는 화장실에서 잠시 마스크를 벗고 있어도 될까? 늘 달고 살아야 했던 손세정제 따위 이제 내다 버려도 되나? 등등.

CNN 의학전문기자 켄트 셉코위츠(Kent Sepkowitz) 박사는 농담 섞인 어조로 “이런 식으로 백만 가지 질문은 던질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문제는 아직 어느 나라의 정부 당국도 백신 접종 이후의 행동 요령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우리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운영하는 코로나19 백신 및 예방접종 코너를 보면 이와 관련한 방역관련 주의 사항은 한 가지다.

“예방접종을 받았더라도 유행이 통제될 때까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예방 수칙을 계속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

언제 ‘유행이 통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 막연히 이전처럼 행동하라는 말은 얼핏 답답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 사진=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 사진=연합뉴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이미 4천여만 명이 예방접종을 받은 미국조차 이 문제에 대해 세부적인 가이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CNN은 질병 통제 및 예방 센터(CDC)에서 이 문제를 다룬 항목을 살핀 뒤 한 가지 유의미한 행동지침을 발견했다.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자의든 타의든 격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실은 상식에 불과한 이야기다.

나머지 가이드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라(Act like you have not been vaccinated at all.)” 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미국인들의 의문과 불만이 쇄도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수석 의료자문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개정 지침이 곧 나올 것”이라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그와 무관하게 “어떤 지침이 나오더라도 백신 접종자들에게 이전에 없던 새로운 행동 수칙을 제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셉코위츠 박사는 장담한다.

바이러스는 예방접종자라고 면책특권을 주지 않는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초유의 전국민적 실험인 만큼 명확한 근거가 없는 행동 요령은 크나큰 위험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당장 수백수천만 명이 예방접종을 받고 “그다음은 어떻게?” 하고 일시에 따져 묻는다고 성급하게 답하면 결코 안 되는 이유다. 우리 속담에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쓸까, 하는 말이 이처럼 딱 맞을 수도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종결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백신 접종은 팬데믹 극복의 한 방편으로서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그로부터 한 사람 한 사람 항체를 쌓아나가는 기나긴 과정의 일부이지, 예방접종을 맞았다고 코로나바이러스가 면책특권을 부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정은 그렇지만 우리가 예방접종을 받은 뒤에도 여전히 바이러스에 짓눌려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성적 판단을 뚫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적 서글픔과 때로 분노를 누르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생각의 대상을 바이러스가 아닌 주변 사람으로 돌려 보면 어떨까. 나는 비록 귀중한 시간을 들여 예방접종을 받았지만, 여전히 백신을 맞지 못한 수많은 사람이 주위에 있다.

더군다나 내 주위를 스쳐 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 길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백신을 맞았다고 남들과 다른 행동을 보일 필요가 있을까?

분명한 것은 비록 백신을 맞았다 해도 바이러스는 여전히 나를 매개체 삼아 퍼질 수 있으며, 게다가 내 몸의 항체를 위협하는 변종까지 돌아다니는 와중에 아직은 나만의 일상을 즐길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글프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첫 접종자는 요양병원 시설 65세 미만 입소·종사자”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특집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첫 접종자는 요양병원 시설 65세 미만 입소·종사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특집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물론 질병청이든 중앙사고수습본부든 조만간 세부적인 접종자 행동 요령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우리나라가 집단면역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와 관련 정은경 질병청장은 “올 3분기가 종료될 때까지 집단면역 수준으로 접종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의 최대 70%, 3천600여만 명이 이 기간에 백신 접종을 마칠 것을 전제로 한 말이다.

집단면역을 가로막는 변수는 여전히 많고 강하다. 코로나바이러스만 해도 영국발 변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에서 보았듯이 돌연변이의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변이 구조 또한 매우 교묘하고 정교하다.

세포 공격의 첨병, 스파이크 단백질을 보면 제 구조를 바꾸도록 변이하는가 하면 항체의 공격을 피하도록 변이하기도 한다. 장기간 백신에 저항하며 살아남는 과정에서 백신을 회피할 변이가 생겨나 결과적으로 백신이 변이체를 강제 생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 나온 백신이 향후 나올 변이 바이러스에 유효하리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상을 고려하면 백신 접종 후의 일상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예방접종 대열에 주저 없이 합류하자. 그게 무슨 백신이건 중요하지 않다.
백신을 맞은 뒤라도 맞지 않은 사람들과 똑같은 일상을 유지하자.
이웃이 백신을 맞아야 내 항체가 산다는 신념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도록 권장하자.

한 가지 더,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한 우리는 백신의 실험 대상임을 부정하지 말자. 이를 거부하는 순간 바이러스가 우리를 집어삼킬 것이므로.

 

글·김선태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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