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김선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2시 대검찰청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 사의를 표명했다.
사퇴문에는 국회의 중수청 입법시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될 것이며, “검찰총장으로서 이를 방치할 수 없어 사퇴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선거 뒤 본격적인 대선 체제가 들어설 경우, 정치에 나설 명분이 없어질 것을 우려한 윤 총장이 중수청 입법을 명분 삼아 미리 사퇴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보다는 오는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윤총장이 지금부터 야당 후보를 지원해 당선에 기여할 경우, 야권 내에서 상당한 지분을 가지면서 “보수진영 대선 후보”로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에 맞춰, 언론 노출 효과가 가장 큰 주중에 사의를 발표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게 한다.
이번 일로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최종 경선에서 누가 이기든 윤 총장을 중심으로 정계 개편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 총장이 일찌감치 보수진영 대선후보로 나설 결심을 굳혔을 경우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했겠지만, 그중에서도 진보진영이 분열하는 경우를 노려야 한다는 참모 또는 배후의 조언을 그가 따랐을 수 있다.
여권에서 친문 진영의 후보가 부상하고 이에 이재명 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 복수 후보가 나온다면 윤 총장 필승 구도가 조성될 것이라 믿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양한 변수에 대해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이 일로 대선 시계가 극적으로 단축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음은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문 전문.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합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리고 제게 날 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