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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바다달팽이, 머리만으로 몸통 ’완벽 재생’

기생충 감염시 스스로 머리 잘라...늙은 달팽이에겐 ‘자살행위’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3.09 17:38
  • 수정 2021.03.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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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달팽이 엘리시아 cf. 마르기나타의 자가절단 직후 모습. / 사진=연합뉴스
바다 달팽이 엘리시아 cf. 마르기나타의 자가절단 직후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그널=김선태 기자] 몸통에서 분리된 머리만으로 체내 장기를 모두 복구, 완벽하게 재생하는 바다 달팽이가 학계에 보고됐다.

‘참수형‘을 당한다고 해서 모든 동물이 사망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스스로 머리 잘라 광합성 시작, 20일 만에 완벽 부활

낭설류(囊舌類)에 속하는 두 종의 이 바다달팽이들은 먹이인 조류(藻類)의 엽록체로 광합성을 일으켜 3주일 만에 몸통 전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통을 재생하는 동물이 학계에서 확인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사한 사례로 도마뱀이 있으나 이 경우 잘린 꼬리를 회복하는 수준이라 재생 능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생물학 연구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따르면, 일본 나라(奈良)여대 생물과학과 유사 요이지 교수 연구팀이 바다 달팽이 ‘엘리시아 cf, 마르기나타(Elysia cf. marginata)와 엘리시아 아트로비리디스(Elysia atroviridis)의 자기 절단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연구원들은 두 바다달팽이가 잘린 머리로도 자신의 몸을 재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 관측으로 확인했다. CNN은 나라여대 생명과학과 미토 사야카 연구원의 말을 빌려 “이들 일부 민달팽이들은 자가소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기제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들의 머리 부위 절단면에 줄기세포와 같은 만능 세포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체 내부에 자리 잡은 기생충의 번식을 억제하기 위해 그와 같은 능력을 길러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실험에 따르면 새끼 엘리시아 cf. 마진나타 민달팽이 중 5마리는 부화한 지 226일에서 336일 후에 ‘심장이 멎어 죽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체 일부를 잃은 지 몇 시간 뒤 해조류를 먹기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7일 만에 심장이 재생했다. 20일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그들 민달팽이 모두가 자기 몸을 완벽하게 재생해냈다.

바다 달팽이 엘리시아 cf. 마르기나타의 자기절단 이후 살아 움직이는 머리. / 사진=연합뉴스
바다 달팽이 엘리시아 cf. 마르기나타의 자기절단 이후 살아 움직이는 머리. / 사진=연합뉴스

신체 일부분이 아닌 장기 전체 재생시킨 최초 사례

CNN에 따르면 연구팀은 우연한 기회에 실험실에서 이 달팽이들의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된 채 저절로 돌아다니는 광경을 목격했다.

실은 이 달팽이들이 생존을 위해 스스로 목을 몸통으로부터 절단했다는 것이다.

미토 사야카는 “자기절단한 머리 부위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심장 등 내부 장기가 모두 떨어져 나가 곧 죽을 것으로 보았는데 그렇지 않고 몸통을 완벽하게 재생해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여 몸의 표면에서 산소를 흡수해 재생 에너지를 얻었다는 말이다.

머리만 남은 달팽이는 그 직후부터 움직였고, 수 시간 뒤 근처 조류를 먹어치웠다. 이어 절단면이 아무는 데 사나흘이 걸렸으며 1주일 뒤 심장을 만들었고, 3주일 뒤에는 정상의 몸체로 돌아왔다.

다만 이는 젊은 달팽이에 해당하는 능력으로, 늙은 달팽이는 머리가 절단 뒤 조류를 먹지 못했고 따라서 광합성도 할 수 없었으며 그로부터 10일 만에 죽었다고 한다.

이에 미토 교수는 “늙은 민달팽이도 스스로 머리를 몸에서 잘라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보 같은 선택으로 보인다”며 “목만 남아도 신체를 재생시키는 능력은 젊은 달팽이에게만 허락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대학 앙겔 발데스(Ángel Valdés) 교수는 “다른 사코글로스산 바다 민달팽이는 맹장이나 신체의 다른 부분을 재생시킬 수 있지만 이는 극단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일부 바다 민달팽이가 신체를 재생하기는 하지만 이번과 같이 필수 장기를 재생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신체의 필수 장기를 복원해내는 분자학적이고 생리학적인 기제는 아직까지 밝혀진 일이 없다”고 발데스 교수는 말했다.

식물 가운데 극강의 생명력을 지닌 수종으로 은행나무를 들 수 있다.

은행나무는 고생대 페름기에 등장해 3~4억년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수십 종에 이르던 경쟁 수목이 모두 멸종했다. 이후 계문강목과속종으로 이어지는 진화 사다리 중 은행나무문에서 은행나무종에 이르기까지 단 한 종(種)만이 살아남았다.

이번에 발견된 두 종의 이 바다달팽이들을 ‘동물계의 은행나무’라 부를 만하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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