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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포트 데트릭’ 조사해야”.. 美 “코로나19 음모론일 뿐”

중 외교부, “미 생물 실험실 폐쇄, 코로나19 관련성 의심돼”
CNN, “포트 데트릭을 우한 기원설 탈출 지렛대 삼으려 해”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3.16 14:19
  • 수정 2021.03.1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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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 데트릭 실험실 관련 입장 밝히는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
포트 데트릭 실험실 관련 입장 밝히는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

[시그널=김선태 기자]바이든 정부 들어 미·중 대치 국면이 지속 중인 가운데 이번에는 중국 측에서 미국의 바이러스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중, “포트 데트릭 실험실, 코로나19 관련성 배제 못 해”

7일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회의 화상 기자회견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미 관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양국 관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내정간섭”이라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이에 덧붙여 “오랫동안 미국은 이른바 민주와 인권을 빙자해 다른 나라 내정에 제멋대로 간섭해 왔다”며 “미국이 이러한 점을 깨닫지 않는 한 이 세계에는 안정된 날이 없을 것”이라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와 같은 입장은 중국의 음력 섣달 그믐날을 맞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전화 통화를 가진 사실과 배치되는 것으로, 당분간 두 나라 사이에 극적인 전환이 일어나기 어려울 것을 짐작게 한다.

미·중 양국 갈등을 고조시키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 논쟁이다.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연구되고 심지어 유포되었다는 음모론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최근 WHO 전문가들이 우한을 방문하여 코로나19 감염증의 기원과 관련하여 다양한 현지 조사를 펼쳤지만 새로운 사실은 나오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서방에서 중국 측의 비협조적인 자세를 문제 삼는 등 오히려 의혹만 증폭되고 말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국 측에서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음모론을 들고나오는 중이다. 중국 외교부가 미국도 WHO를 초청해 현지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먼저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2월 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모범 사례를 만들었으므로, 유관국도 중국처럼 WHO의 기원 조사에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유관국은 당연히 미국을 에둘러 지칭한 말이다.

당시 한 기자가 “중국 관원이 미국 포트 데트릭(Fort Detrick) 생물실험실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면서 “이 같은 연구가 공공의 건강에 잠재적인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닌지, 엄격한 외부 심사를 받을 필요성이 있지 않은가”라고 질문했고, 자오리젠 대변인이 그와 같이 답변한 것이다.

중국은 이와 관련된 발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2월 18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역시 정례 브리핑에서 ‘포트 데트릭 생물실험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메릴랜드주에 소재한 이 실험실은 미 육군 산하 연구기관으로 생물, 특히 바이러스 병원체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 오다 지난 2019년 7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명령으로 폐쇄된 적이 있다.

화춘잉 대변인은 포트 데트릭 생물실험실을 언급한 이유로 “2019년 하반기에 세계 여러 곳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2019년 7월 미국 버지니아주 북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질환이 위스콘신주에서 전자담배 관련 질병이 대규모로 발생했다. 그러자 근처에 있는 이 실험실이 질환을 발생시킨 진원지로 거론됐다는 것이다.

화 대변인은 “그럼에도 같은 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원인을 밝히지 않은 채 메릴랜드주 생물실험실을 폐쇄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2019년 가을 미국에서 독감으로 숨진 사람이 코로나19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와 “그해 12월 일부 미국인의 혈액에서 코로나19 항체가 발견됐다”는 보도를 언급했다.

앞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포트 데트릭 생물실험실 폐쇄가 코로나19와 관련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다.

화춘잉 대변인은 이와 관련 “미국이 모든 미가공 자료를 제공하고 WHO와 함께 전면적인 조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국제기구의 조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화 대변인의 성명이 나간 뒤, 미 CNN은 2월 18일(현지시각) “WHO가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기원을 조사하자 중국이 미국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이 메릴랜드주 미군기지인 포트 데트릭을 지목하며 코로나바이러스 미국 기원설을 꾸미려 한다”는 내용이다.

CNN은 중국 외교부의 이와 같은 주장이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기원설에 대한 중국 측의 대체재로 활용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즉 그간 우한이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지적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해 국제사회로부터 한동안 비난에 시달려 왔음을 자각한 중국이 포트 데트릭을 일종의 탈출구로 삼으려 한다는 말이다.

2021년 2월 24일 댈러스 페어파크 코로나19 주민접종센터에서 미 육군 소속의 한 의무병이 이 지역 주민에게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해주는 모습. 사진=미 육군 홈페이지.
2021년 2월 24일 댈러스 페어파크 코로나19 주민접종센터에서 미 육군 소속의 한 의무병이 이 지역 주민에게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해주는 모습. 사진=미 육군 홈페이지.

'포트 데트릭 실험실'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우한 바이러스 기원설은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5월 3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의 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거대한 증거가 있다”고 말한 뒤 걷잡을 수 없이 퍼진 가설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폼페이오는 이에 대해 별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중국이 공세를 펼치게 된 배경으로 CNN은 WHO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온 것으로 볼 증거는 없다”고 밝힌 점을 들었다.

즉 우한 실험실을 방문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WHO 피터 벤 엠바렉(Peter Ben Embarek) 연구원은 “(우한) 연구소에서 의도적으로든 실수로든 시중에 바이러스가 새나갔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는데, 이에 중국 측이 반격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주장이다.

중국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CNN은 중국계 CDC 연구원의 말을 빌려 “이 이론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미국 실험실의 불투명한 운영이 이런 의심을 사게 만들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비록 많은 미국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나왔다고 믿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역시 자신이 보유한 생화학 무기를 대체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2020년 4월 미 여론조사기관 퓨(Pew)는, 미국인의 약 30%가 코로나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배양되었다고 믿으며, 대부분의 미국인이 이 바이러스가 어떤 식으로건 고의로 만들어졌다고 믿는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3월 들어 중국 관영 매체는 포트 데트릭 음모설과 관련된 기사를 집중적으로 쏟아내는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미 정부는 포트 데트릭 실험실 폐쇄 배경에 대해 전 세계에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과연 포트 데트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CNN에 따르면 이 문제는 포트 데트릭 내 미 육군 감염병 의학 연구소(USAMRIID)에서 일하던 CDC 연구원들이 2019년 안전상의 문제로 연구를 일시 중단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구소라고 하지만 전체 1200에이커(490만 제곱미터)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당시 이 연구소는 에볼라, 지카, 페스트를 포함한 각종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병원체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부 음모론자들은 이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운반체 즉 트리브리드(Tribrid) 변종 가운데 하나가 코로나바이러스이며, 그것이 어디론가 옮겨졌다고 주장한다.

CNN에 따르면 연구소(USAMRIID)의 린든(Caree Vander Linden) 공보대변인은 “당시 연구 중단은 실내 멸균 방식을 증기 시스템에서 화학 시스템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취해진 조치에 불과했다”며 관련 의문을 일축했다. 당시 이로 인한 기계상의 단순한 실수가 있었으며 그 또한 CDC가 밝힌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미국 내에서도 언급되곤 했는데, 이는 포트 데트릭이 냉전 시대의 산물로 일찍이 1969년부터 생물 무기 프로그램을 수행해 왔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실험을 CIA가 주도하면서 운영 과정 일체가 비밀리에 부쳐졌고 그것이 외부의 의구심을 키우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가령 2020년 3월 인민일보는 백악관 ‘위더피플(We the People)’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글을 인용, “미 육군 감염병 의학 연구소(USAMRIID)가 이미 ‘생물학적 선택 물질과 독소(Biological Select Agents And Toxins)’에 대한 연구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정부로부터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불행하게도 지난해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공격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일종의 무시 정책이 결합하면서 ‘포트 데트릭 음모 이론’을 더욱 키운 꼴이 되었다고 CNN은 분석했다.

이후 중국이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이 문제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 양국의 경색 국면이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중국은 다시 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침 우한을 방문한 WHO가 별다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일은 불 붙은 나무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고 CNN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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