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김선태 기자] 유럽의약품청(EMA)이 16일(현지시각)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일부에서 혈전이 발생했다는 보고와 관련, “이 백신이 혈전을 유발했다는 징후는 없다”는 ‘예비 입장’을 밝혔다.

유럽의약품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으로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회수는 500만 건인데, 이중 혈전색전증이 보고된 사례는 30건으로 0.001% 이하 수준이다.

영국의 임상연구 자료에 따르면 접종 후 혈전 관련 질환이 화이자 백신은 100만명당 2.15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78건으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이탈리아·영국 “EMA 평가 고무적”…정부 “접종 계속”

AP 통신에 따르면 에머 쿡 EMA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EU 전역에서 매년 수천 명에게서 다양한 이유로 혈전이 생기므로 이는 충분히 예상가능한 수준”이라며 “아직은 백신 접종이 혈전 질환을 유발했다는 명백한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 시험에서 혈전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쿡 청장은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진지하고 상세한 과학적 결과를 얻기 위해 우리는 관련 사례별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쿡 청장은 “하지만 현재까지는 백신을 접종해서 얻는 이익이 접종을 피해서 생길 위험성보다 크다”고 말했다.

EMA는 현재까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이익이 부작용의 위험성보다 크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AZ 백신이 혈전을 유발했다는 징후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EMA 안전성 위원회는 새로운 정보를 취합하여 추가 검토한 뒤 오는 18일 회의를 열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유럽 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이들에게서 혈전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나왔고, 이후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이 예방 차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또는 AZ 백신을 포함한 특정 제조 단위(batch) 백신에 대한 접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쿡 청장의 설명에 대해 유럽 각국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프랑스·이탈리아 정상은 “고무적”이라는 성명을 냈고, 영국 역시 “AZ 백신은 여전히 안전하다”면서 접종을 계속할 방침이라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16일(현지시각) “EMA의 예비 입장은 고무적”이라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냈다.

현재 두 나라는 접종을 잠정 중단한 상태인데, 두 정상은 “EMA가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면 AZ 백신 접종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접종을 재개하면 본인이 이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맷 행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AZ 백신이 수많은 영국인의 목숨을 살리는 중”이라며 국민에게 접종을 계속 받을 것을 호소했다.

이와 달리 리투아니아 등 일부 국가는 AZ 백신에 관한 EMA의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접종을 중단할 방침이다. 리투아니아의 경우 AZ 백신 가운데 특정 제조단위(batch) 물량의사용을 중단한 상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보건 당국은 “지난 몇 시간 동안 AZ 백신을 맞은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혈전 사례가 3건 발생했다”며 접종 중단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해당 혈전이 AZ 백신으로 인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7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중단할 근거가 없다”면서 계획대로 접종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