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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변이 비상’...유럽·미국서 “무서운 확산세”

파우치, “영국발 변이, 미국 내 감염 주도”...강한 전파력에 ‘백신 무력화’ 우려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3.24 01:17
  • 수정 2021.03.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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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코로나19’에 조업 중단한 거제도 대우조선해양영남권을 중심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빠르게 퍼지는 가운데, 22일 경남 거제시 소재 대우조선해양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관련 이날 하루 조업을 중단하고 직원 전수조사에 나섰다. / 사진=연합뉴스
변이 우려에 조업 중단한 대우조선해양
영남권을 중심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는 가운데, 22일 경남 거제시 소재 대우조선해양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관련 이날 하루 조업을 중단하고 직원 전수조사에 나섰다. / 사진=연합뉴스

[시그널=김선태 기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유럽·미국을 중심으로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들 중 일부는 기존 백신을 피해가거나 심지어 백신으로 생성된 항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기술 책임자 마리아 판 케르호브(Kerkhove)는 21일(현지시각)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5주 연속 증가하는 등 우려할 만한 추세를 보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케르호브 박사는 “코로나19 감염은 지난주 유럽에서 12%로 크게 늘었는데 문제는 이 증가를 영국발 변이가 주도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확산세는 최근 세계적인 양상을 보인다. 지난 1주일을 기준으로 볼 때 동남아시아 지역은 인도의 폭증세와 더불어 49%, 동부 지중해 지역은 8%, 서태평양 지역은 필리핀을 중심으로 29%가 증가했다. 비록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지난 7일 동안 소폭 하락했지만, 전반적으로 확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스파이크 단백질의 '변신'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세포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한 후 변형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접힌 머리핀 형태로 일부 돌기가 변한 스파이크 단백질 이미지. / 사진=연합뉴스
변형된 신종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세포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한 후 변형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접힌 머리핀 형태로 일부 돌기가 변한 스파이크 단백질 이미지. / 사진=연합뉴스

미 CDC 소장, “변이 못 막으면 다시 팬데믹 올 수도”
22일(현지시각)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로셸 왈렌스키(Rochelle Walensky) 소장은 만약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여행이나 밀접시설 피하기 같은 완화 조치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미국이 또 다른 팬데믹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왈렌스키 소장은 특히 “여러 주에서 변이 감염 환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협”이라 말했다. 예를 들어 B.1427과 B.1429가 캘리포니아에서 52%, 네바다에서 41%, 애리조나에서 25%를 각각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왈렌스키 소장은 “우리는 새로운 대유행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서 “한 국가로서 우리가 올바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지금 유럽이 겪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의 4분의 1이 1차 백신 접종을 마친 미국의 주무 부서 수장이 한 말이라 다소 충격적으로 들린다. 

통계를 보면 그녀의 경고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미국 교통안전국(TSA)은 23일(현지시각) 지난 11일간 매일 평균 100만 명 이상의 승객들이 미 전역의 공항을 활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23일 하루에만 154만3115명이 공항 이용자로 나타났는데 이를 두고 베일러 의과대학 열대의학대 피터 호테즈(Peter Hotez) 박사는 “이는 한 마디로 B.1.1.7(영국발 변이)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짓”이라고 비꼬아 말했다. 

미, 항공 여행 증가와 접종 거부로 ‘변이 온상’ 되나
한 가지 사례를 보자. 미 항공 여행객 중 일부는 유명 휴양지인 플로리다에 도착하는데 이들은 종종 현지 방역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한다. 그 결과 지난 주말 마이애미 해변 경찰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파티를 즐긴 수많은 여행객과 몸싸움을 벌이는 일이 생겼다. 

이와 관련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까지 플로리다가 가장 많은 영국발 변이 환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 당국은 여행객들의 일부만이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심지어 백신 공급으로 주 정부의 경계가 느슨해지면서 이들 여행객에 대한 방역 역시 느슨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무시하기 어렵다. 바이든 행정부가 21일(현지시각)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지역사회 예방접종센터 설립을 발표했고, 다수 주지사가 지역 주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호소하고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 여론조사 기관인 SSRS가 최근 실시한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92%가 백신 접종에 긍정적인 데 비해 공화당원은 50%만이 접종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전문가는 “이로 인해 코로나19의 더욱 위험한 변종들이 전국으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항공 여행객들이 완벽한 차단이 불가능한 코로나 변이를 다른 나라로도 운반할 수 있어, 이를 남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스콧 고틀립 전 식품의약국 국장은 CBS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하락세를 지속하기도 전에 다시 고공행진을 하는 중”이라며 “이는 우리가 너무 일찍 마스크를 벗어 너무 빨리 후퇴하는 것을 뜻한다”고 개탄했다. 

남아공발 변이 코로나19의 돌연변이적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남아공발 변이 스파이크 단백질(PDB: 7a94)에 생긴 돌연변이. 흐린 청색은 N-말단 도메인, 녹색은 수용체 결합 도메인. 흑색은 인간 세포의 ACE2 수용체이며 회색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나머지 부분. / 사진=연합뉴스
남아공 변이의 스파이크 돌연변이
적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남아공발 변이 스파이크 단백질에 생긴 돌연변이. 흐린 청색은 N-말단 도메인, 녹색은 수용체 결합 도메인. 흑색은 인간 세포의 ACE2 수용체이며 회색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나머지 부분.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의 면역 회피 진화(좌)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에 결손이 없으면 여러 유형의 항체(녹색·적색)가 바이러스에 달라붙는다. (우)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유전자 서열에 결손이 생긴 결과, 중화항체(녹색) 대신 다른 항체(적색)가 바이러스에 달라붙는다.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의 면역 회피 진화 양상
(좌)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에 결손이 없으면 여러 유형의 항체(녹색·적색)가 바이러스에 달라붙는다. (우)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유전자 서열에 결손이 생긴 결과, 중화항체(녹색) 대신 다른 항체(적색)가 바이러스에 달라붙는다. / 사진=연합뉴스

“브라질·남아공 변이, 백신 유도항체 접속 차단”
이런 가운데 기존 백신에 대한 면역 회피 능력이 더욱 강해진 변이가 보고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연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발표한 기관은 글로벌 감염병 연구기관인 미 라곤 연구소(Ragon Institute)다. 라곤은 하버드의대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매사추세츠공대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세계적 수준의 면역치료 연구기관이다. 

알레한드로 발라스 교수가 이끄는 라곤 연구팀은 최근 의학학술지 셀(Cell)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덴마크, 영국, 남아공, 브라질, 일본 등에서 발견된 다수의 변이 코로나에서 면역 회피 능력을 확인했다. 

특히 브라질과 남아공 변이 코로나는 전파력이 강한 데다 백신으로 유도된 항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확인됐다. 해당 논문은 지난 12일 세계적인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 셀(Cell)의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됐다(링크 참고). 

일반적으로 백신으로 형성된 면역 중화항체(백신 유도항체)는 표적이 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정 부위에 달라붙어 바이러스가 세포 내부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화항체와 바이러스의 특정 부위가 마치 하나의 열쇠와 자물쇠처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해야 한다. 

지금까지 승인된 모든 코로나19 백신은 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영역을 표적 삼아 항체를 포함한 면역 반응을 생성하도록 체내 유전물질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만일 표적에 해당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생겨 중화항체가 표적 부위와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면 중화작용(또는 면역 기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학적으로 이를 “바이러스가 중화항체에 저항한다”거나 “바이러스가 중화항체에 내성을 지녔다”라고 설명한다.

발라스 교수팀은 자체 기법을 활용해 다수의 변이 코로나가 각각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으로 형성된 중화항체에 어느 정도 저항하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남아공 변이는 초기형 코로나보다 20~40배, 브라질과 일본발 변이는 5~7배 강하게 저항하는 것으로 나왔다. 애초 두 백신은 2020년 말에 수행된 임상 3상 시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면역에 94% 이상의 효과를 나타냈다.

이 결과를 두고 MGH 병리학과 레지던트 의사이자 연구 제1저자인 윌프레도 가르시아-벨트란 교수는 “수용체 결합 도메인이라 불리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위에서 돌연변이가 생긴 결과, 바이러스가 중화항체에 대한 내성을 결정적으로 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저항력이 센 남아공의 세 변종 모두 ‘수용체 결합 도메인’에 생긴 돌연변이로 항체를 중화시킨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이 영역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항체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피해갈 수 있는데, 그 때문에 학계는 이 부분의 변이를 ‘탈출 돌연변이(escape mutations)’라 하여 특별히 경계한다.

발라스 교수팀이 다룬 영국(B.1.1.7), 덴마크(B.1.1.298), 미국(B.1.429), 브라질과 일본(P.2 및 P.1), 남아프리카공화국(B.1.351) 변이들은 비록 그 발생 부위나 기제가 조금씩 달랐지만, 항체를 결정적으로 중화시키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영역, 즉 돌기 머리부분인 S1과 리셉터 바인딩 도메인(RBD)에서 변이가 일어난 점은 동일하다. 

세계 주요 코로나19 변이 발생국가. 사진=라곤 연구소 보고서(CELL 11931)
세계 주요 코로나19 변이 발생국가
사진=라곤 연구소 보고서(CELL 11931)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단면도. 라곤 연구소가 다룬 모든 바이러스가 그림의 S1, RBD 영역에서 변이를 일으켰다. 사진=라곤 연구소 보고서(CELL 11931)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 단면도
라곤 연구소가 다룬 모든 바이러스가 그림의 S1, RBD 영역에서 변이를 일으켰다. 사진=라곤 연구소 보고서(CELL 11931)

기존 백신, 아스트라제네카뿐만 아니라 화이자나 모더나와 같이 다소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백신조차 이들 변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다. 

이번 연구에서 다시 확인된 사실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는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춤을 추듯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 그만큼 변이 가능성이 큰 구조를 지니고 있다.

거기에다 2019년 12월 현재까지 인체에 사용되도록 승인된 9개의 백신은 모두 자연형 코로나19 바이러스 즉 중국 우한에서 초기에 격리된 사스-CoV-2에서 추출한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응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 백신이 변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물론 인체에는 다른 면역 기제가 있으므로 달리 변이 코로나를 막을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이들 백신만 놓고 보면 발라스 교수의 말처럼 “변이 코로나를 잘 식별하지 못할 것”이므로 면역은 불가능해진다.

변이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덴마크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지난해 말 덴마크에서 ‘밍크 클러스터 5’ 또는 B.1.1.298이라 불리는 변이가 나타났는데 이것은 인간과 밍크 사이에서 종간 전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에 따른 공포로 인해 덴마크 정부는 추가적인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1700만 마리 이상의 자국 내 밍크를 도살하고 말았다.

파우치 “영국발 변이, 미국 내 감염 이미 주도해”
더욱 문제는 현재도 세계 각지에서 새로운 변이가 보고되고 있는 데다, 현재의 변이조차도 계속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발라스 교수팀은 논문에서 희망 섞인 의견도 제시한다. 즉 코로나바이러스의 어떤 변이가 백신에서 파생된 항체를 가장 잘 회피하는지 이해하면, 새로운 변이를 예방할 수 있을 차세대 백신 나아가 범용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백신이 영국발 변이에 완전히 효과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방어력을 보이는 일종의 ‘쿠션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도 다수 전문가가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이언스 지는 최근 호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실험 결과 특히 55세 미만 참가자들에게서 일정 정도 중화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백신 접종자를 위한 지침’에서 “현재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이 영국발 변이의 다양한 변종으로부터 상당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은 희망을 말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백악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 수석 의학 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영국발 변이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전염될 뿐만 아니라 더 치명적”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파우치 박사는 구체적인 수치로 이를 뒷받침했다. 영국발 변이는 올 초 변이가 유입된 뒤 이미 50개 관할 지역에서 발견되었으며, 현재 미국 내 신규 감염의 약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갈수록 그 비중이 커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또한 파우치 박사는 “영국발 변이에 감염될 경우 질병의 심각성이 증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변이에 감염된 환자의 사망 위험이 기타 변이 환자와 비교하면 64%나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파우치 박사는 “이 변이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첫째 가능한 한 빨리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는 일”이며 “둘째 우리가 항상 말하는 공공 보건(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지키는 일”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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