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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반아시아 정서, 인종차별로 이어져”

NYT, “트럼프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이 문제 키워”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4.06 15:13
  • 수정 2021.04.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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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노부부 금품 뺏는 미국 청년들. 현지 언론인 디온 림 트위터 영상 갈무리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계 노부부 금품 뺏는 미국 청년들. 현지 언론인 디온 림 트위터 영상 갈무리 / 사진=연합뉴스

[시그널=김선태 기자] 뉴욕타임스(NYT) 지가 극단으로 치닫는 미국 내 아시아 증오범죄와 관련, 그 기원이 트럼프의 반중 정책에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차이나 바이러스’ 주장, 반아시아 정서의 기원”
3월 중순 애틀랜타 인근 안마시술소에서 한 미국인이 총기를 난사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8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NYT는 30일 그에 따른 반응을 묻는 텔레그램의 한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는데, 놀랍게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당한 보복”이라는 응답이 84%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NYT는 “올해 들어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를 조롱하는 앱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장된 얼굴 생김새의 캐리커처, 개고기를 먹는 아시아인, 그리고 베트남 전쟁 당시 폭력을 행사하는 미군을 미화하는 내용 등 표현 방식도 글로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다.

NYT는 “친트럼프 계열의 극우 성향 앱들에서 이런 움직임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썼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이 감염병을 중국 탓으로 돌리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NYT는 보고 있다.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고하 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그릇된 선동이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그릇된 분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당시 트럼프는 “코로나19가 곧 사라질 것”이라며 방역 조처를 하지 않다 팬데믹을 맞자, “중국 바이러스”라며 미국인의 반중 정서를 자극했다.

이어 지난해 4월 친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가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만들어졌으며 의도적으로 방출되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NYT에 따르면 이 기사는 페이스북에서 100만 회 이상 ‘좋아요’를 받았고 트위터에서 7만8800번 리트윗됐다.

혐오 감정은 단순한 감정으로 그치지 않는다.

루트거스 대학 네트워크 전염 연구소의 알렉스 골든버그(Alex Goldenberg)는 NYT 인터뷰에서 “온라인에서 반아시아적인 언사가 급증한다는 것은 그 집단을 겨냥한 현실 세계의 위협적인 사건들 역시 증가한다는 사실을 뜻한다”고 말했다.

골든버그는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생물무기로 만들었다는, 근거 없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이와 같은 공포와 독설을 증폭시켰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 불행한 것은 이 가짜뉴스를 미국 대통령이 앞장서서 퍼뜨렸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NYT는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이 있기 전, 공화당 소속인 애리조나주 폴 고사르 하원의원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원 등 정치인들이 ‘우한 바이러스’와 ‘중국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용어를 트윗에 올렸다.

그 직후 이들 용어의 사용이 미국 내 전체 트윗에서 650% 증가했고, 다음날 보수 매체에서 이들 용어의 비중이 무려 800%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흑인 남성이 아시아계 남성을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영상. / 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흑인 남성이 아시아계 남성을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영상. / 사진=연합뉴스

때와 장소 가리지 않는 ‘반아시아’ 증오범죄
현재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범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퍼지는 중이며, 그 수위도 단순한 감정표현에서 무차별 살인에 이르기까지 종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한 모자가 버스에서 “중국인이 바이러스를 우리에게 옮겼다”는 말을 들으며 걷어차이는 수모를 당했다.

2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국계 공군 전역자인 데니 김이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말과 함께 안면을 강타당했다.

3월 뉴욕 맨해튼에서 한 흑인이 “너는 여기 있을 자격이 없다”면서 65살 필리핀계 여성을 걷어차 쓰러뜨린 뒤 여러 차례 가격했다.

지난달 29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아시아계 70대 노부부가 문앞에서 4명의 강도에게 물건을 갈취당했는데, 이들의 비명을 들은 아들이 대형 칼을 들고나와 강도들을 쫓아내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요 16개 도시에서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는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수위는 이보다 낮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있기 전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인종 혐오가 만연하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된다.

NYT는 5일자 기사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보통 때였다면 다정한 이웃이었을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다양한 언어폭력 사례를 소개했다.

인디애나주 마틴즈빌에서 한 한국계 의사는 주유소에 들러 커피를 마시다가 직원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말을 들으며 쫓겨났다.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한 필리핀계 스포츠 리포터는 식료품점에 들렀다가 “쿵 플루”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어야 했다. 쿵 플루는 쿵푸와 신종플루를 합친 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을 비하하며 자주 쓴 용어다.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서는 한 한국계 사업가가 “우한(武漢)으로 돌아가라”며 손가락질을 당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는 한 아시아계 여성이 버스에서 다른 승객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권했는데, 돌아온 답은 “지옥에나 가라. 여긴 미국이다”라는 말이었다.

LA 한인타운 증오범죄 규탄 집회3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서 아시안 증오범죄 근절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LA 한인타운 증오범죄 규탄 집회
3월 27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서 아시안 증오범죄 근절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내 인종차별, 히스패닉에서 아시아계로 이동”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번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인종차별이 코로나19가 퍼진 뒤부터 크게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자대회) 온라인 소조가 조사하여 발표한 ‘미국의 코로나 바로 알기’ 자료에 따르면, 역시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왜곡된 ‘중국 혐오’ 발언들이 문제의 진원지로 지목된다.

2020년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각료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우한 바이러스’라 부르는 등 중국을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 일반인들이 아시아계 미국인 전체를 코로나19와 연관 지어 혐오하는 현상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그로 인해 지난해 내내 “아시아계 미국인이 타민족이나 그 후예들보다 훨씬 많은 위협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도출했다.

중국 전인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6월에서 2021년 2월 사이에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위협과 괴롭힘 사건이 타민족보다 한층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미국 내 증오범죄와 인종차별이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히스패닉계에 집중됐는데, 그 이후 아시아계가 그들보다 심한 신체적·언어적 협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또한 지난 2월 미국 내 여러 인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주일간의 조사 기간에 위협이나 괴롭힘을 당한 미국인을 인종별로 보면 백인은 5%로 나타났고, 히스패닉계는 6%,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8%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11%로 나타나 그 비중이 가장 높았고, 백인에 비해서는 괴롭힘을 당한 정도가 두 배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위협 정도가 낮은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 조사는 “타인과 비교했을 때 합당한 예우나 존중을 받지 못했는가?”, “식당이나 상점에서 질 낮은 서비스를 받았는가?”, “친절하지 않거나 두려운 대상으로 오해를 받은 적은 있는가?” 같이 크게 심각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그 결과 아시아계 미국인이 느끼는 차별 정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초, 즉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모든 인종의 응답자들이 비슷한 정도로 괴롭힘이나 차별을 호소했다.

이 경우 대부분은 피해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것이라 의심받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코로나19로 인한 분노와 혐오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났으며, 이는 감염 의심과도 무관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코로나19 감염자로 의심받는 상황에서도 백인의 경우 피해를 보는 빈도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조사는 밝히고 있다.

현지 매체인 중국망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우리가 그 질병을 완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차별은 이미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인종 편견으로 바뀌었다”고 썼다.

혐오를 방관하면 더 큰 혐오가 생겨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인을 혐오할 때 많은 미국인이 자신은 중국인이 아니라며 방관했다.

시간이 흐르자 중국인에 대한 혐오는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 발전해, 급기야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국을 균열시킬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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