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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초청, 중국 求愛...삼성 “전략 부심”

산업연구원, “반도체 놓고 미·중 양국 모두 삼성에 당근과 채찍 사용”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4.07 14:13
  • 수정 2021.04.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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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오는 12일 글로벌 업계 관계자들과 반도체 칩 부족 사태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삼성전자, 제너럴 모터스, 글로벌파운드리 등과 같은 반도체, 자동차, 기술중심 기업 등이 다수 초청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 사진=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12일 글로벌 업계 관계자들과 반도체 칩 부족 사태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삼성전자, 제너럴 모터스, 글로벌파운드리 등과 같은 반도체, 자동차, 기술중심 기업 등이 다수 초청됐다. / 사진=연합뉴스

[시그널=김선태 기자] 산업연구원(KIET)이 최신 보고서에서 “美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공급망 조사 행정명령으로 우리 반도체산업 생태계가 심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정부와 산업계의 대응을 촉구했다.

미·중 반도체 갈등,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라”
반도체는 한국이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인 데다, 미중 양국이 향후 이 분야에서 양보 없는 결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경우 삼성전자가 한편으로는 애플 등 대미 반도체 공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데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아 이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은 3월 25일 자 정기보고서 ‘KIET 산업경제’에 ‘바이든 반도체 공급망 조사 행정명령의 함의와 한국의 대응방향(경희권·이 준 연구원 작성)’ 제하의 논문을 실었다.

바이든 美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반도체 등 4개 품목에 대한 100일간의 공급망 조사를 지시한 행정명령 14017호를 분석하고 대처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바이든 행정명령은 조사 결과에 따라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을 위한 행동이 뒤따를 예정인데, 핵심은 중국에 대한 견제와 미국 내 산업기반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그중 제3장에 해당하는 반도체 조사 명령은 한국 특히 삼성전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도체가 국가 주력 산업인 데다 갈등을 겪는 두 강대국 모두에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자칫 잘못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판’이다.

미국의 첨단 제조업 분야 상품 무역수지 추세. 출처=산업연구원 동 보고서.
미국의 첨단 제조업 분야 상품 무역수지 추세. 출처=산업연구원 동 보고서.
미국의 반도체 수입 구조. 출처=산업연구원 동 보고서.
미국의 반도체 수입 구조. 출처=산업연구원 동 보고서.

“미국의 첨단산업 지위 하락은 중국 부상 탓”
반도체와 관련한 미 행정명령의 골자는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위협요인과 대응전략’을 조사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반도체 핵심 제품 및 소재, 필수 제품 및 소재의 제조와 관련 역량, 공급망 위협요인의 식별 그리고 유사시 민·군을 망라한 미국 제조업 공급망과 산업기반의 회복력 및 생산능력 등이 망라되어 있다.

잠재 적성국과 불안정 국가로부터의 위협요인은 물론, 동맹 및 파트너 국가의 동향 파악도 포함된다.

추후 제출될 보고서에는 핵심·필수 제품 및 소재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정책 제언을 담는다. 한 마디로 반도체와 관련 미국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요인을 미리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외견상, 이 명령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긴급한 산업 현안을 해결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포장일 뿐, 배경을 들여다보면 지난 10년여에 걸쳐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보고서는 “일찍이 2011년 1기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PCAST)가 미국의 반도체 분야 위상 하락을 심각하게 우려했다”고 적었다.

일례로 1990년대 20%이던 미국의 반도체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8년 11%로 추락했다. PCAST는 이를 두고 “미국의 빈자리를 주로 중국의 수출산업이 차지하였다”고 보았다.

이후 지난해 6월까지 미국은 정부 성격과 무관하게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보고서를 일관되게 작성해 왔는데, 이번 행정명령도 그 연장 선상에 놓인 조치라는 것이다.

반도체산업만 놓고 보면 트럼프 정부와 바이든 정부 사이에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하에서 취해졌던 보호무역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2019년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국방수권법을 발효할 당시 공화-민주 양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일 반도체협정 이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위상 변화. 출처=산업연구원 동 보고서.
미·일 반도체협정 이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위상 변화. 출처=산업연구원 동 보고서.

미국식 반도체 굴기 선언, ‘CHIPS for America Act’
2020년 6월 미 국방부는 중국 인민해방군 소유·관계가 확인된 정보·통신, 전기·전자, 스마트폰 분야 중국 기업들을 블랙리스트로 지정했는데, 이때 화웨이와 중국 반도체의 상징이던 SMIC도 추가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법안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지원을 골자로 하는 일명 ‘CHIPS for America Act’다. 이 법 역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6월 하원에 제출된 것이지만 올해 초 민주당 정부하에서 통과되었다.

이 법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반도체 능력 향상 노력이 한국의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자국 반도체 기술과 시설에 대해 최대 500억 달러(55조원)를 지원할 경우 향후 10년간 27%의 생산능력 향상과 7만여 개의 고임금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당연히 그 반대급부로 우리의 입지는 줄어들 것이다.

‘CHIPS for America Act’ 법안은 이처럼 중국에 대응하는 ‘미국식 반도체 굴기’를 위하여 제조 분야에 대규모 연방자금을 투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자금을 신청하면 건별로 최대 30억 달러(약 3조 3,000억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삼성과 같은 외국 기업도 포함되는데, 삼성이 이 자금을 받으려면 당연히 미국 반도체산업에 명시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이 법안은 민감한 안보 분야도 함께 다루고 있다. 가령 미 정부는 연방자금을 지원해 민간 기업을 포함한 군사 분야 반도체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대해 법안은 “해당 자금으로 개발된 반도체 관련 지식재산권 및 기술을 활용한 제조·생산활동을 국내로 제한한다”라는 이른바 ‘국내 생산 의무화’를 강제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 미·중 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
산업연구원은 이와 같은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로 인해 “글로벌 분업체계에 얽혀있는 우리 반도체산업이 더욱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중 핵심인 메모리반도체는 대중국 수출 비중이 60%를 상회하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반도체 굴기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를 한국 등 해외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라는 점은 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의 분쟁이 격화될 경우 극단적으로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미 반도체 공급망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사와 무관하게 미국이 한국 반도체산업의 대중국 편중 현상을 어떤 식으로건 깨뜨리려 할 것이라 보는 이유다.

실제 보고서는 미국이 향후 한국의 삼성 등을 자국 내 투자로 유도할 것이라 본다. 이미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삼성반도체 생산시설에 약 19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할 예정으로, 텍사스주가 ‘15년 세제 감면’을 승인해 최종 의결만 남은 상태다.

산업연구원 보고서는 미국이 한국에 대해 대중 교역과 관련하여 제재조치를 발동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고 보았다. 미국 특허가 포함된 한국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거나,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소재·부품의 조달처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중 회담 위해 함께 한 양국 외교 수장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3일 중국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 위해 회담 장소로 향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한중 회담 위해 함께 한 양국 외교 수장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3일 중국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 위해 회담 장소로 향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반대로 이처럼 삼성이 미국 내 가치사슬에 편입된다면 당연히 삼성의 최대 고객인 중국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상황은 빠르게 전개되는 중이다. 백악관이 오는 12일 열릴 반도체 공급난 대책 회의에 삼성전자를 초청한 가운데, 5일 중국 외교부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 뒤 내놓은 공식 발표문에 “반도체 등 첨단 분야 협력”을 포함했다.

일촉즉발의 미·중 대결에 사로잡힌 건 정치와 군사만이 아니다. 경제와 산업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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