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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댕냥이, 코로나19 옮길 수 있나?”

“사람은 반려동물에게 옮기지만 그 역일 가능성은 작아”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4.09 11:07
  • 수정 2021.04.0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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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와 반려인. 사진 출처=픽사베이.
반려인과 반려묘. 사진 출처=픽사베이.

[시그널=김선태 기자]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은 거의 모두 반려인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반려동물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외신을 통해 심심치 않게 알려진다.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작년 11월 20일 기준 세계 19개국에서 456건의 동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 1월에는 국내에서도 첫 동물 감염 사례가 나왔다.

엄재구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가 이 문제를 다룬 글을 기초과학연구원(IBS)이 3월 17일 ‘과학 리포트’로 발표해, 본지는 그 내용을 아래에 소개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의해 유발되는 사람의 질환을 코로나19(COVID-19)라고 하는데 이는 사람의 질환 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동물로부터 유발한 경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이 정확한 표현이다.)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 동물에게 흔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반려동물들은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코로나19 감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친척 관계다.

가령 개의 소화·호흡기계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금도 유행한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돼지에게도, 소에게도 사촌 간인 바이러스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는 인간 사회 주변에 흔하게 퍼져 있다는 말이다. 감염 방식도 대부분 스파이크 단백질과 숙주세포 수용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인간이 동물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되려면 원래부터 동물이 보유한 바이러스종이 아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된 동물이 인간을 감염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215종의 동물을 대상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위험성을 평가하는 대규모 실험을 진행하여, 특별히 사람과 접촉 가능성이 큰 동물들을 중심으로 감염 가능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반려동물 중에는 개보다는 고양이가, 가축 가운데는 돼지, 말, 염소는 가능성이 있고 소, 양은 가능성이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된 동물들. /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된 동물들. /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고양이과, 개보다 코로나19 감염에 취약
이 실험과 별개로 현재까지 ‘사스코로나바이스-2’에 감염된 동물 사례를 보면 개와 밍크 그리고 고양이, 호랑이, 사자, 퓨마 등이 있는데 역시 고양이과 동물들에게서 감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동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어떤 상태에 이르게 될까? 다행히 반려동물의 경우 ‘사스코로나바이스-2’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위중한 상태에 이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최초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동물은 홍콩의 반려견인데 이들에게서는 별다른 임상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된 반려동물은 대부분 어떠한 질병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으로 반려동물이 죽은 사례도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정도, 즉 감염력은 동물마다 차이를 보인다. 현재까지 진행된 동물실험 결과에서 개와 개 사이에는 이 바이러스가 사실상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이는 사정이 달라서, 개보다 감염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되기도 한다.

벨기에에서 사람으로부터 감염된 고양이 사례가 나왔고, 미국 뉴욕에서는 고양이와 고양이 사이에서 이 감염이 일어났다고 추정되는 사례가 나왔다. 때문에 CDC는 함께 살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서로의 반려동물 접촉도 피하라고 권고한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박쥐로부터 중간숙주로 알려진 천산갑을 거쳐 사람에게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주변 동물들에게 퍼지고 있다. 현재까지 감염이 확인된 동물들은 총 6종이다. /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박쥐로부터 중간숙주로 알려진 천산갑을 거쳐 사람에게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주변 동물들에게 퍼지고 있다. 현재까지 감염이 확인된 동물들은 총 6종이다. / 출처=기초과학연구원(IBS)

앞의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결과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고양이과는 전반적으로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뉴욕 브롱스 동물원에서 4마리의 호랑이와 2마리의 사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 근거다. 이 동물원에는 수년간 새로운 동물이 유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육사로부터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래는 CDC의 권고사항이다.

“반려인이 주의하며 반려동물 대하는 게 중요”
현재 각국에서 진행중인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반려묘, 반려견에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옮길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홍콩에서 코로나19 감염 반려인과 사는 고양이 17마리와 개 15마리 중 고양이 1마리와 개 2마리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프랑스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825명 반려인의 반려동물 중 21~53%가 항체면역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 정도와 별개로 감염 자체는 일어난다는 말이다.

그와 반대로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학계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중이다.

지난해 네덜란드 밍크 대량 살처분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몰고 온 사례의 경우, 농장 관계자들이 항원양성반응 혹은 항체면역반응을 보인 것이 사태의 발단이었다. 이처럼 밍크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중간숙주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아직 다른 동물에서 유의미한 증거가 발견되지는 않고 있다.

지난 1월 24일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가족이 기르던 고양이가 확진된 사례가 나왔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있으면 각 시‧도 동물위생시험소에서 진단 검사를 하도록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반려인들을 위한 CDC의 권고사항(출처: CDC)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반려인들을 위한 CDC의 권고사항(출처: CDC)

질병관리청은 반려동물에서 양성 판정이 나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2주간 격리 조치에 들어가도록 했다. 미국 CDC 역시 이 경우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격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3월 21일 공개한 ‘2021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현재 반려동물을 둔 가구는 604만가구로 우리나라 총가구의 29.7%를 차지한다.

엄재구 교수는 결론적으로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반려인의 부주의한 행동이 반려동물을 감염시킬 수는 있다”고 적었다.

엄 교수는 “소중한 식구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과 같은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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