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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 총리 ‘시진핑 비판’ 암시글에 대륙이 ‘발칵’

원자바오 “공정·정의·자유는 영원한 진리”...‘규정 위반’으로 게시 금지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4.20 16:54
  • 수정 2021.04.2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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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원자바오 전 총리와 생전 그의 어머니. / 사진=연합뉴스
중국 원자바오 전 총리와 생전 그의 어머니. / 사진=연합뉴스

[시그널=김선태 기자] 중국 당국이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글을 소셜미디어에서 ‘공유 금지’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19일 BBC, CNN, 홍콩 명보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해당 글에는 ‘공정’, ‘정의’, ‘자유’ 등이 언급되었는데 사실상 현 시진핑 국가주석의 통치 방식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강하게 제기된다.

“중국, 공정과 정의로 충만한 나라 되어야”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원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별세한 모친을 추모하는 ‘나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마카오 소재 주간지 ‘마카오 헤럴드’에 4회에 걸쳐 실었다.

시기적으로 1회는 항일전쟁기를 다루었고 2회는 주로 부친의 삶을 다루었으며, 3회는 자신과 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1950~60년대를 주로 다루었다고 한다. 이어 4회에는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특히 모친의 교육관과 자신의 지난 공직 생활의 소회가 주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 원 전 총리는 모친으로부터 총리직 수행과 관련하여 받은 두 통의 편지를 소개했다. 이 글이 현시기와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원 총리는 “어머니는 고난의 시간과 고난의 땅에서 태어나 강했다”면서 모친의 자립심과 동정심, 온화한 성품과 소박한 생활 태도가 자신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썼다.

이어 그는 “내가 총리직을 맡았다고 하자 어머니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면서 이에 두 통의 편지를 써서 보내 왔다고 적었다. 2003년 11월 첫 총리를 맡을 당시 한 통, 그리고 2007년 10월 두 번째 총리를 맡자 다시 한 통의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첫 번째 편지에서 원 총리의 모친은 아들에게 당부하는 마음을 담아 이렇게 적었다.

“너에게는 집안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기댈만한 어떤 배경도 없으니, 오늘 이처럼 높은 관직에 오르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너의 성격은 완벽을 추구하지만, 나라가 이렇게 크고 인구가 이처럼 많아서, 완벽하게 해내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이에 원 총리는 “나처럼 아무 배경 없는 관리 출신에게 ‘이처럼 높은 관직’은 우연일 수밖에 없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다시 모친이 편지에서 당부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살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이 조심하라 하셨고, 일을 시작할 때는 항상 마지막인 것처럼 대하라 당부하셨다”고 적었다.

원 총리는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나는 가난한 사람을 동정하고, 약자를 동정하며, 모욕하고 억압하는 일에 반대한다. 내가 생각하는 중국은 마땅히 공정과 정의로 충만한 나라일 것이다. 이 나라는 사람의 마음과 사람된 도리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존중이 영원히 존재하며, 젊음과 자유, 분투의 기질 또한 영원히 존재한다. 나도 그것을 외쳤고 그것을 위해 노력했다. 이상은 삶이 나에게 알려준 진리이자 어머니가 나에게 물려준 것이다.”

원 총리의 이 글은 지난 17일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 위챗(웨이신)에 올라왔고, 삽시간에 중국인들 사이에 공유되어 나갔다. 그러자 위챗은 ‘규정 위반’이라며 이 글의 공유를 중단했고 더는 SNS에서 이 글을 읽을 수 없다.

정확히 무엇이 ‘규정 위반’인지 분명하지 않으나 홍콩 내 반체제 언론인 빈과일보는 “원 총리의 글 가운데 ‘자유’가 언급된 것이 가장 문제”라고 보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미 CNN과 영국 BBC가 장문의 분석 기사를 내보내는 등 서방 언론이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19일(현지시각) CNN은 ‘중국 전 총리, 시 주석을 미묘하게 비판’이라는 제하에서, “중국의 전직 지도자들이 시 주석에게 고개를 숙이는 데 익숙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썼다.

CNN은 “원 총리가 쓴 글에 나타난 공정, 정의, 자유 같은 단어는 중국 공산당이 잊고자 하는 역사의 일부분을 소환한 것”이라 해석했다. 때문에 “원 총리의 에세이에 많은 중국인이 찬사를 보낸 행태는, 동시에 시진핑 주석에 대한 중국인들의 코드화된 즉 은근한 비판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CNN은 그러면서 이번 일은 비록 전 총리이지만 지난 10년간 총리직에 있던 인사조차도 언론 검열을 피할 수 없다고 보충 설명했다.

실제 원 총리의 글은 위챗에 올라온 지 몇 시간 만에 수십만 회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유 속도가 너무 빨라 중국 사정당국의 검열관들이 미처 손쓸 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미, 내정간섭 안 돼”보아오 포럼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미, 내정간섭 안 돼”
20일 보아오 포럼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연합뉴스

“원자바오, 작심하고 써...중국 정부 당황한 듯”

CNN은 또한 원 총리의 이번 에세이가 중국 본토가 아닌 마카오 내 한 무명 언론사 인터넷판에 실렸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는 아마도 중국 본토 출판사가 (정부의 검열을 의식하여) 원 총리의 글을 싣지 않으려 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원 총리가 굳이 이번 에세이를 공개하고자 한 배경에 대해 CNN은 대체로 그의 집안 내력과 연관 지어 추정했다.

원자바오 전 총리는 마오쩌둥 치하이던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를 힘들게 거쳐온 인물이다. 그는 모친을 동경하는 것 이상으로 부친을 존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원 총리는 2011년 10월 톈진시에 있는 모교 난카이(南開) 중학을 방문해 강연하면서 자신의 가족사에 관해 밝힌 바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이던 1942년 톈진 북쪽 이싱부(宜興埠)에서 초등학교를 운영하던 조부의 집에서 태어났다. 부친도 교직을 맡았지만, 당시 부모님과 삼 남매까지 다섯 식구가 세 평 남짓한 집에서 살 정도로 생활고가 심했다.

그러다 중국이 대약진운동 등 급진적인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밀어붙이던 1960년, 부친은 우경화된 지식인으로 몰려 교직을 박탈당하고 시 외곽 돼지농장으로 ‘하방’당했다. 중국 관리가 공산당에 의해 강제 좌천되는 일을 이렇게 지칭하는데 유명한 덩샤오핑도 문혁 시기에 하방되어 벽돌 공장으로 쫓겨난 적이 있다.

위의 강연회에서 원 총리는 참담한 심경으로 “평생을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하신 그분은 올해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CNN은 이번 에세이에서 원 총리가 부친에게 가해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의 기억을 끄집어낸 점을 중시했다. 부친의 삶을 다룬 2회 기고문에서 원 총리가 부친이 가택 연금된 채 받은 심문을 언급, “고문으로 인해 아버지의 얼굴이 너무 부어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고 적은 것을 말한다.

원 총리의 가족은 우익 지식분자로 몰려 더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아들인 그가 지질학을 전공하여 실력을 발휘하면서 점차 어려움을 극복했다. 이후 원 총리는 자오쯔양 총서기에게 발탁되어 중앙 정계에까지 이름을 알렸다.

원 총리는 자오쯔양 총서기의 보좌관으로 오래 일하면서 그 기질을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자오쯔양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민주화’를 내건 1989년 6월 베이징 천안문 시위 당시 폭력 진압에 반대하다 숙청된 인물이다.

하지만 개혁개방 시기에 실권자 덩샤오핑 총리에게 발탁되어 탄탄대로를 달린 원 총리는 1997년 중앙 정치국 위원 중앙서기처 서기, 1998년 중앙 정치국 위원, 국무원 부총리 등 주요 보직을 거친 다음, 2003년 주룽지의 후임으로 총리 자리에 올랐다. 앞서 공개한 어머니의 첫 편지도 이때 받은 것이다.

CNN은 원 총리가 기고문 4편에서 ‘내가 생각하는 중국’을 말하며 현재 시 주석 치하의 중국과 이를 은밀히 대비시켰다고 적었다. “원 총리는 이상적인 중국에 대한 비전의 개요를 설명했는데, 이는 올해로 78세에 이르는 중국의 현재 상태가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CNN은 “공정과 정의, 인간 본성에 대한 존중, 특히 자유” 같은 원 총리의 이상은 “외부의 시각에서는 검열의 가치조차 없어 보이지만, 중국 정부의 시각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중국 정부가 올 7월 공산당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언론의 고삐를 좨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보기에 원 총리의 글은 어떤 식으로 해석되건 시 주석에 대한 비판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는 달리 원 총리가 대중의 동정으로 자신의 치부를 덮으려 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19일 자 BBC 중국어판은 원 총리 ‘사건’을 소개하면서 그와 그의 가족이 엄청난 재산을 가진 거부임을 밝혔다.

2012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원 총리 재임 시절 그의 자녀들을 포함한 친인척들이 모은 재산 총액이 당시 화폐 기준으로 27억 달러 규모였다는 것이다.

참고 : 아래는 본문에 소개된 원자바오 전 총리 글의 원문 일부.

你今天能位居人臣,如此高的地位,沒有任何靠山,家裏更不用說了,得來多麼不易。你的性格是力求完美,但國家這麼大,人口這麼多,很難做到完美。(...) 對我這樣出身的人來說,『做官』本是偶然之事。我奉命唯謹,如履薄冰、如臨深淵,受事之始,即常作歸計。(...)

我同情窮人、同情弱者,反對欺侮和壓迫。我心目中的中國應該是一個充滿公平正義的國家,那裏永遠有對人心、人道和人的本質的尊重,永遠有青春、自由、奮鬥的氣質。我為此吶喊過、奮鬥過。這是生活讓我懂得的真理,也是媽媽給予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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