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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마침내 오스카 여주조연상 거머쥐다

수상소감서 “제 이름 발음하기 어렵죠? 오늘은 틀려도 용서할게요.”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4.26 15:09
  • 수정 2021.04.2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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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 피트와 나란히 서서 미소짓는 윤여정주요 외신과 방송은 25일(현지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윤여정(73)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자 "아카데미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사진은 영화 미나리 제작사를 설립한 브래드 피트와 함께 포즈를 취한 윤여정. / 사진=연합뉴스
브레드 피트와 나란히 서서 미소짓는 윤여정
주요 외신과 방송은 26일 오전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윤여정(73)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자 “아카데미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사진은 영화 ‘미나리‘ 제작사를 설립한 브래드 피트와 함께 포즈를 취한 윤여정. / 사진=연합뉴스

[시그널=김선태 기자] 윤여정이 마침내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6일, 윤여정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오늘은 제 이름 틀리게 불러도 용서할게요.”
이에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윤여정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수상 소감으로 박수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 CNN 등 외신이 전했다.

“제 이름은 여정 윤(Yuh-Jung Youn)입니다.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은 저를 유-윤(Yuh Youn)이라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저를 유-정(Yuh-Jung)이라고 부르지요. 하지만 오늘 밤만은 제 이름을 틀리게 불러도 용서할게요.”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청중들에게 이렇게 유쾌한 농담을 던졌다.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시상자로 참석한 브래드 피트가 호명하여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 앞서 마이크를 잡으며 “내가 드디어 브래드 피트를 만났네요. 당신은 우리가 영화를 찍을 때 대체 어디 있었어요?” 묻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브래드 피트는 영화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의 설립자다.

먼저 자신의 이름 이야기로 청중을 웃게 만든 다음, 그녀는 아카데미 관계자와 ‘미나리’ 출연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정이삭 감독에 대해서는 “그가 없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윤여정은 이어 함께 노미네이트된 배우 모두에게 인사를 전했는데, 동갑내기 여배우 글렌 클로스를 언급할 때는 “제가 어떻게 그녀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할 수 있을까요” 하면서, “그저 제가 운이 좀 더 좋았거나, 이번에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를 특별히 환대해 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렌 클로즈는 오스카상에 여덟 번이나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쓴 잔을 마셔 무관의 여왕으로 남게 됐다. 

두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 ‘화녀(1971)’의 김기영 감독에게 특별한 존경을 표했다.

윤여정은 “나의 첫 번째 영화를 연출한 첫 감독님, 김기영 감독님에게 감사 드린다”면서, “그는 천재 감독이시며,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1998년 타계한 김기영 감독의 ‘화녀’, ‘충녀’(1972) 그리고 ‘죽어도 좋은 경험’(1990) 등 여러 영화에 출연해 모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검은 드레스 입고 아카데미상 시상식 참석한 윤여정
검은 드레스 입고 아카데미상 시상식 참석한 윤여정. / 사진-=연합뉴스

”윤여정은 묵직한 메시지를 재치 있게 풀어낸 배우“
로이터는 윤여정의 수상을 전하면서, 그녀가 수십 년간 한국 영화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배우로서 묵직한 메시지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캐릭터를 맡았다고 밝혔다.

국내 영화계에서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에 이어 홍상수, 이현승, 임상수, 그리고 이재용 감독, 또 최근 김초희 감독 등 많은 감독들과 호흡을 맞춰 왔다.

홍상수 감독과는 ‘하하하’(2010), ‘다른 나라에서’(2011), ‘자유의 언덕’(2014),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등으로 꾸준히 함께 일하면서 짧지만 맛깔나는 감초 연기를 펼쳤다.

임상수 감독과는 ‘바람난 가족’(2003), ‘그때 그 사람들’(2004), ‘오래된 정원’(2007), ‘하녀’(2010), ‘돈의 맛’(2012), ‘나의 절친 악당들’(2014) 등으로 다작을 찍으면서 평생의 인연을 맺었다.

‘하녀’는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 ‘하녀’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윤여정은 당시 그 후속작인 ‘화녀(1971)’에서 강제 임신당한 하녀 명자의 소름 끼치는 복수극을 선보였고, 이듬해 김기영 감독의 ‘충녀’에서 다시 명자 역을 맡았다.

2010년 작 ‘하녀’에서 윤여정은 재벌가 하녀의 이중적 면모를 완벽하게 펼쳐 평단의 갈채를 받았다.

‘하녀’를 크랭크인할 당시 이정재가 자신의 청춘 배우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배역 맡기를 주저하자, 윤여정이 “이 영화가 너에게 크게 도움이 될 거야”라면서 그를 격려했다. 실제 그 후 이정재는 청춘스타를 넘어 중견스타로 자리 잡았다.

2012년 칸 영화제 당시 임상수 감독(가운데)과 윤여정 / 사진-=연합뉴스
2012년 칸 영화제 당시 임상수 감독(가운데)과 윤여정.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감독과는 영화계 여배우의 뒷얘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룬 ‘여배우들’(2009)과 그 후속작인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2012)를 찍었고, 이어 끔찍하고 애잔한 일상을 이어가는 속칭 박카스 할머니 역을 맡은 ‘죽여주는 여자’(2016)에서 열연을 펼쳤다.

같은 해에 잃어버린 손녀를 찾아 나선 할머니 역을 맡은 ‘계춘할망’(2016)에 출연, “세상에 한 명이라도 자기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살만하다”라는 대사를 남기며 “인생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받았다.

이어 홍상수 감독의 프로듀서로 일하다 감독으로 데뷔한 김초희 감독의 ‘산나물 처녀’(2016),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에서 할머니 역을 맡았다.

올 초 개봉한 ‘미나리’는 그다음 작품이자 윤여정의 최신작이다.

50년에 걸친 배우의 인생에서 윤여정은 김상경, 문소리, 전도연 등 많은 후배 배우와 정을 나누고 우정을 쌓아 왔다. 최근 전도연은 “작품이 풀리지 않아 하소연했더니 선생님께서 ‘너는 전도연이니까 잘 할 거야’ 하며 격려해주셔서 감동받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 외에도 최근 코로나 시대에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따뜻한 하루를 선사하는 TV 예능 ‘윤스테이’의 윤사장님 역으로 나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등, 윤여정은 국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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