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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거리두기’, 체제 유지 장치로 간주해야

장기적 안목에서 ‘백신 상비화’ ‘거리두기 제도화’ 나설 필요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5.05 16:54
  • 수정 2021.05.0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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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건물 밖에 누워있는 인도의 코로나19 환자. / 사진=연합뉴스
병원 건물 밖에 누워있는 인도의 코로나19 환자. / 사진=연합뉴스

이 슬픈 시간의 무게에 우리는 복종해야 한다.
단지 느낌을 말하자면 그렇다.
그럼 이제 해야 할 말을 하자.

- 셰익스피어, ‘리어 왕‘ 중 에드가의 말을 재구성

코로나19 팬데믹이 해를 넘겨 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인류는 바야흐로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생존 방식을 모색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인류를 덮친 이 바이러스가 앞으로도 장기간 사라지지 않고 시시때때로 우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사실, 백신을 접종하거나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거나 국경을 차단하는 일 따위는 비록 효과는 있으나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라는 사실, 아무리 뛰어난 백신도 ‘변이’에 만능일 수는 없다는 사실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분명해지고 있다.

WHO “지난 2주간 확진자가 초기 6개월보다 많아”
이처럼 우울한 결론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시각 세계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한 번 전반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먼저 세계보건기구(WHO)의 관측이다. 지난 3일(현지시각)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2주간 보고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첫 6개월보다 더 많았다”고 보고했다.

제네바 본부의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비록 인도와 브라질이 그중 과반수를 차지하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가 아주 취약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백신의 치유력에 관해 묻는 말에 그는 “백신이 해답의 일부이지만 유일한 답은 아니다”라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밀집 장소 피하기, 손 씻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거듭 강조했다.

크게 백신과 거리두기로 요약되는 이 두 가지 방어 수단을 효과적으로 병행해야만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논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지적한 것처럼 인도와 브라질의 상황은 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다. 인도의 경우 지난해 봄 미국이 직면한 것과 유사한 광란의 도가니를 연출하는 중인데, 문제는 인구 14억에 달하는 이 나라가 자력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인도, 나흘에 백만 명 감염...병원에서 사망자 속출”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5월 4일(현지시각) 현재 인도의 누적 확진자는 20,275,543명으로 2천만 명을 넘어섰다. 처음 100만 명이 되는 데 169일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사나흘마다 100만 명씩 불어나고 있어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임을 짐작게 한다.

인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355,828명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보름째 30만 명을 넘어서는 중이다.

현재까지 총 사망자 222,383명, 일일 신규 사망자 3,438명으로 사망자 역시 매일 3천 명 이상 나오는 중이다.

인도의 1백만 명당 확진자는 14,573명, 1백만 명당 사망자는 160명인데 1백만 명당 검진 수는 209,615로 결코 적지 않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오고 있다.

최종 집계된 인도 인구는 13억9134만5879명이며 그중 총접종(도즈) 횟수는 1억5421만1511명, 100명당 접종자 수는 11명으로 적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완료 접종비 2.00%에 잔여 접종비 7.20%로 완료 접종자 수가 워낙 적어 폭발하는 감염추세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하 코로나19 확진 관련 국가 통계는 모두 현지시각 5월 4일자 월드오미터 집계)

인도는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도심 대형병원도 의료 붕괴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3일 수도 뉴델리가 소재한 델리주 마니시 시소디아 부총리는 “산소와 병상 부족으로 보건이 압도된 상태”라며 군 당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환자를 돌볼 인력도 장비도 없어 입원 환자가 무더기로 사망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하순 뉴델리 병원에서 산소 부족으로 환자 수십 명이, 지난 2일에는 카르나타카주의 한 병원에서 같은 이유로 10여 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거대 인구가 직면한 이 위기 앞에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도움의 손길을 뻗는 중이다. 하지만 당장 백신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데만도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인도의 상황은 쉽사리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내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내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이 방역 막은 브라질, 불안정한 수습 국면”
대통령의 방역 회피로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 세계를 놀라게 한 브라질은 대규모 확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나마 불안정한 진정 국면을 맞았다.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는 14,791,434명, 신규 확진자는 36,524명으로 그나마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총 사망자는 408,829명, 신규 사망자는 1,054명인데 이 또한 감소 추세를 보이는 중이다.

브라질의 1백만 명당 확진자는 69,176명, 1백만 명당 사망자는 1,912명이며, 1백만 명당 검진 수는 217,184명으로 적지 않다.

백신의 경우 인구 213,823,632명에 총 접종(도즈) 횟수 43,173,356명으로 100명당 접종자 수 20명, 완료 접종비 6.50% 잔여 접종비 7.40%로 인도보다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브라질은 ‘코로나 공황’ 국면을 가까스로 넘겼을 뿐,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브라질의 경우 국가가 방역을 회피한 결과 그간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들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는데 여전히 많은 걸림돌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3일(현지시각) 국경없는의사회(MSF)의 크리스토스 크리스토우 국제회장은 “기본 방역 수칙을 지켰다면 브라질의 코로나19 사망자 40만 명 가운데 상당수는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브라질의 악몽은 상당 부분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기행에 기인한다. 그는 마스크와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유용하다”면서 유사 말라리아약과 구충제로 구성된 일명 ‘코로나 키트’ 사용을 강제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를 두고 크리스토우 회장은 “브라질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약물을 사용하는 유일한 나라”라며 비난을 퍼부었고,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달 15일 성명을 내고 브라질의 확진자 폭증을 “인도주의적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국가가 방역 실패를 주도하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처방이 난무하는 등 브라질 역시 혼돈에서 벗어나는데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 현지시각 5월 4일자 월드오미터 집계
일본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 현지시각 5월 4일자 월드오미터 집계.
일본의 코로나19 총 확진자 추이. 현지시각 5월 4일자 월드오미터 집계.
일본의 코로나19 총 확진자 추이. 현지시각 5월 4일자 월드오미터 집계.

“일본, 긴급사태 발효에도 진정 기미 보이지 않아”
일본의 경우 이미 세 번째 긴급사태를 발효했지만 3월 중순 이후 다시 돌아선 증가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아 스가 내각을 애태우고 있다. 경제 대국이자 방역 강국이라 자랑하던 일본이 코로나19에 맥을 못 추게 된 것은 올림픽 개최를 이유로 환자 감추기에 급급했던 아베 신조 내각의 과실이 크다.

하지만 이후에도 극적인 방역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행정조치를 무력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은 백신 도입도 늦어 당분간 위기는 지속할 전망이다.

통계를 통해 일본과 우리의 상황을 비교하면 이 점이 분명해진다.

일본의 경우 누적 확진자 602,862명, 신규 확진자 5,607명, 총 사망자 10,361명, 신규 사망자 65명이다.

한국의 경우 누적 확진자 123,728명, 신규 확진자 488명, 총 사망자 1,834명, 신규 사망자 1명이다. 일본의 인구가 1억2615만1493명으로 인구 5130만6175명인 우리의 2.5배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인구 비례로 보면 1백만 명당 확진자와 사망자에서 일본이 4779명과 82명, 우리는 2412명과 36으로 일본이 두 배 이상의 확진세를 보이는 중이다.

백신 접종의 경우에도 일본은 총 접종(도즈) 횟수 3,489,719 100명당 접종자 수 3명, 우리는 총 접종(도즈) 횟수 3,633,353 100명당 접종자 수 7명으로 차이를 보인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5일부터 6월 11일까지 예정으로 도쿄, 오사카 등 4개 광역지역에 3차 긴급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하지만 확진자 급증세가 이어지면서 중증환자도 함께 늘어 병상 부족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2일 일본 후생노동성은 일본의 코로나19 중증환자가 1천50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 27일 최다 기록 1천43명을 넘어선 수치다.

미 버지니아주 커뮤니티 칼리지서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미 버지니아주 커뮤니티 칼리지서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미국, “백신 효과 가시화”...‘접종 거부’ 정치적 변수로
바이든 정부 들어 시행된 ‘진격의 백신 접종’이 극적인 효과를 거두는 가운데, 미국은 접종 거부라는 새로운 암초를 만나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지난 30일(현지시각) 접종자 1억 명을 넘어선 미국은 그 압도적인 백신 효과를 이미 맞이하는 중이다.

그간 미국은 재선을 노리고 중국을 공격하는데 몰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 회피 정책으로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수치로 이를 알 수 있다. 그간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33,230,355명으로 이는 비교할 여지 없이 압도적인 규모였다. 총 사망자는 591,512명, 1백만 명당 확진자는 9만9903명, 1백만 명당 사망자는 1778명이나 됐다. 지난 1월 8일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 25만1천여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만회하고자 바이든 대통령은 1호 행정명령으로 백신 접종을 지시했고, 이후 본궤도에 오를 당시 일일 접종 회수는 300만 회는 상회했고 지금도 매일 250만 회의 접종이 이루어진다.

이후 4일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3만9561명, 최다 확진자 수의 16%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규 사망자 역시 443명으로 크게 줄었다.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 현지시각 5월 4일자 월드오미터 집계.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 현지시각 5월 4일자 월드오미터 집계.
미국의 코로나19 총 확진자 추이. 현지시각 5월 4일자 월드오미터 집계.
미국의 코로나19 총 확진자 추이. 현지시각 5월 4일자 월드오미터 집계.

이런 효과는 전적으로 백신에서 나왔다. 미국의 현재 총 접종(도즈) 횟수는 2억4559만1469회로, 이는 100명당 접종자 수 73.43명, 완료 접종비 31.30%, 잔여 접종비 12.60%에 해당한다. 미국 인구가 3억3262만 명인데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1억 명을 넘어선 것이다. 18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는 39.0%, 65세 이상 고령자 중에서는 68.8%가 접종을 완료했다.

그런 바이든 정부에 새로운 문제가 제기됐다. 상당수 미국인이 백신 맞기를 늦추려 하거나 아예 백신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고심 끝에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터널 끝의 빛이 점점 더 밝아지고 있다”면서,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미국 성인의 70%가 백신의 최소 1회 접종을 마치도록 하겠다”는 새 목표를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그때까지 미국인 1억6천만 명이 완전접종을 마치도록 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두 달 동안 1억 회 접종을 실시할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무엇보다 이 목표 안에는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들을 설득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 실제 미국의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 또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접종 거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는 의도하건 아니건 정치적 반대파들을 더욱 강력하게 끌어안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거리에서 운동하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민들. / 사진=연합뉴스
마스크를 벗고 거리에서 운동하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민들. / 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 방역 완화 속 ‘접종자 변이 감염’ 현실화
이스라엘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하여 최근 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나라로 떠올랐다. 백신 접종이 일정 규모 이상 이루어졌을 때 실제 방역 효과가 뒤따른다는 점을 개별 국가의 사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 가운데 이스라엘의 접종 속도는 인구 비례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인구 919만7590명인 이스라엘의 총 접종(도즈) 횟수는 10,458,345회로, 이는 100명당 접종자 수 120.83명에 해당하고, 완료 접종비는 58.40% 잔여 접종비는 4.00%이다. 인구의 과반수가 접종을 마친 것이다.

이스라엘의 누적 확진자는 83만8621명, 총 사망자는 6367명인 가운데, 4일 현재 신규 확진자는 67명, 신규 사망자는 1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봉쇄 조치를 완화해도 이스라엘의 방역 지표는 악화하지 않고 오히려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검사자 대비 확진자 비율이 0.2∼0.5%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 현지시각 5월 4일자 월드오미터 집계.
이스라엘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 현지시각 5월 4일자 월드오미터 집계.
이스라엘의 코로나19 총 확진자 추이. 현지시각 5월 4일자 월드오미터 집계.
이스라엘의 코로나19 총 확진자 추이. 현지시각 5월 4일자 월드오미터 집계.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스라엘 정부는 현지시각 지난 27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데 이어 대중교통 수용인원 제한을 폐지했다. 6일부터는 16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대중시설 이용을 허용한다. 백신을 맞지 못한 아동이나 청소년도 유전자 증폭(PCR)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면 행사 참석이나 공중시설 이용이 허용된다. 현재 대부분의 상업 및 공공시설이 정상 가동되는 중이다.

그러한 이스라엘이 새로운 도전에 봉착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시민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

현지시각 3일 이스라엘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자국민에게서 변이 바이러스 감염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 보건부는 백신 접종을 마친 뒤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 가운데 2건의 브라질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사례와 1건의 칠레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사례가 생겼음을 밝혔다. 여기에 인도발 변이 감염사례를 포함하면 1차 접종자이거나 접종 완료 후 감염 환자는 대략 60명에 이른다. 그중 5명은 화이자 백신을 두 번 맞고도 감염된 사례다.

문제는 백신 접종을 마쳐 항체 생성이 확인된, 즉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것으로 판명된 사람도 변이 바이러스에게 감염된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확인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인도·남아공·브라질 등 변이 바이러스가 널리 퍼진 7개 국가에 대해서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 중인 유럽에 대해서는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이탈리아 한 성당 내에 안치된 코로나19 사망자들의 관 위에 성수를 뿌리며 기도하는 사제. / 사진=연합뉴스
이탈리아 한 성당 내에 안치된 코로나19 사망자들의 관 위에 성수를 뿌리며 기도하는 사제. / 사진=연합뉴스

백신과 거리두기, 변수 아닌 상수...사회시스템 재구성해야
이스라엘의 경우에서 보듯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을 무력화시키는 데다, 그것이 다시 변이를 일으키는 2중·3중 변이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중 가장 최근 사례 중 하나인 인도발 변이를 보자.

지난 28일(현지시각) WHO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B.1.617)가 최소 17개국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WHO에 따르면 이 변이는 영국·남아공·브라질 변이 같은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 보다 덜 위험한 ‘관심 변이(variant of interest)’로 분류된다.

하지만 인도 변이는 다른 변이에 비해 더 높은 확산율(growth rate)을 지녔다는 것이 WHO의 설명이다. 전염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게다가 인도에서 창궐하고 있는 이 변이가 현지의 의료 붕괴로 걸러지지 않은 채 해외로 전파되는 데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이의 변이까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위험은 결코 낮은 수준이라 보기 어렵다.

하루 확진자가 수십만 명씩 쏟아지는 데다 변이 확인을 위한 유전자 시퀀싱(염기서열 분석) 능력이 마비 지경에 이른 인도의 현실이 이런 우려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브로드 인스티튜트 생물의학 연구소의 브로닌 매키닌스 박사는, “인도에서 어떤 변이가 어느 정도로 코로나 확산을 불러왔는지 알 수 없다”면서, “영국발 변이(B.1.1.7)와 인도발 변이(B.1.617)가 합쳐질 가능성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인도 현지에 많은 주재원이 있는 우리가 당장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상당수 입국자에게서 인도발 변이가 확인된 상태이며 그중 일부가 ‘이중 변이’임이 방역 당국을 통해 확인된 상태다.

심지어 3중변이까지 보고되는 중이다. 3일(현지시각) WHO 판케르크호버 기술팀장은 “남아공발 변이가 다시 변이해 인도에서 삼중 변이한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에서 매일 수많은 변이가 발견되고 정신없이 보고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변이가 이미 코로나바이러스의 주류를 형성한 경우도 있다. 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는 지난달 15일 현재 자국 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의 91.6%가 영국발 변이 감염자라고 밝혔다. 세부 지역에 따라 이 비율이 100%인 곳도 있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영국발 변이가 다른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를 제치고 이탈리아를 점령한 것이다.

누적 확진자가 4백만명이 넘고 4일 신규 확진자가 5948, 총 사망자 12만1433명에 이르러 여전히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이탈리아에 이는 재앙과 같은 소식일 것이다.

이탈리아는 백신 접종(도즈) 횟수가 2천만 회를 넘고 완료 접종비 10.30%, 잔여 접종비 13.80%로 비교적 빠른 접종 속도를 보이지만, 이처럼 변이가 창궐한다면 백신 효능의 저하는 피할 길이 없게 된다. 이탈리아가 이와 같은 상황에 부닥치면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에 빠져 있는 독일, 프랑스 등 인근 국가들의 우려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주요국 국민 100명당 접종자 수. 자료  CNN 데이터베이스, 5. 4. 01:05 GMT.
주요국 국민 100명당 접종자 수. 자료 CNN 데이터베이스, 5. 4. 01:05 GMT.
주요국 백신 접종 비율. 자료 CNN 데이터베이스, 5. 4. 01:05 GMT.
주요국 백신 접종 비율. 자료 CNN 데이터베이스, 5. 4. 01:05 GMT.

시야를 돌려 한국을 보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가 시스템이 유지되는 중이고 방역 수준이나 의료 체계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으며, 몇 차례 위기에도 빠른 속도로 일상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 앞에는 이 모두가 일시적인 성과들일 뿐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 나은 백신을 더 많은 사람이 맞는다면 머지않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백신의 개량이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사실 외에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인류의 상당 부분이 개인적인 이유에서건 국가적인 여건에서건 백신 접종에서 비켜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러한 낙관을 부인하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에서 백신과 거리두기는 향후 수년간, 아니면 그 이상에 걸쳐 일상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백신으로 대표되는 접종 주사, 치료제, 상비약 등 의료적 해결책을 주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마스크, 비대면(언택트), 자가격리 등 예방 조치가 주민들의 실생활에 녹아들도록 사회시스템을 재구성해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조기에 극복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보다, 장기적 계획 아래 ‘백신 상비화’와 ‘거리두기 제도화’를 서두르는 것이 우리의 안전한 미래를 더 효과적으로 보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글·김선태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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