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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우한 기원설’, 새 국면 들어서나

미국, ‘실험실 누출설’ 다시 제기...파우치 “자연발생설 못 믿어”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5.26 16:47
  • 수정 2021.06.0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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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 사진=연합뉴스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 사진=연합뉴스

[시그널=김선태 기자] 미국 백악관에서 25일(현지시각)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논란과 관련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줄곧 제기해오다 바이든 정부 들어 수그러드는 듯하던 ‘코로나19 우한 기원설’이 다시 제기된 배경에 대해 각국이 주목하는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각), “2019년 11월 우한연구소 연구원 3명이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아팠다”는 미 정부의 비공개 정보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WSJ “중, 바이러스 검출된 폐광 접근 차단...광부 사망 감춰”
이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우한연구소 기원설은 2012년 4월 2일 중국 남서부 대나무숲에 둘러싸인 구리 폐광에서 시작된다.

당시 박쥐 배설물을 치우러 폐광에 들어간 광부 6명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렸고, 우한연구소 학자들이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출한 바이러스가 실험실 바깥으로 유출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폐광에서 박쥐 배설물을 치우던 광부들의 초기 상태는 쿤밍의대 소속 교수 보고서에 상세히 기술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르면 4월 2일부터 박쥐 배설물을 청소한 한 광부는 25일 입원할 때까지 발열과 기침 증상을 보였는데, 입원 직전에는 피를 토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의대 측은 일종의 폐렴 증세를 확인했지만, 당시까지 병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이후 함께 폐광에서 일했던 나머지 30∼63세의 광부들이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같은 병원에 입원했다.

이에 쿤밍의대 병원 측은 중국의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중난산(鐘南山) 교수를 찾았다. 중난산은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여 사스 검사와 박쥐 배설물 확인을 조언했다. 이에 우한연구소 연구진이 박쥐 배설물 연구를 위해 폐광을 조사했다.

그해 8월 중순까지 6명의 광부 중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사가 의혹을 제기한 지점으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과학자들이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새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출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후 알려진 바로는 우한연구소가 폐광에서 채집한 박쥐 6종의 배설물을 확인했으며, 그중 일부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의 사스 계열 바이러스가 나왔는데 연구소 측은 이를 ‘RaBtCoV/4991’이라 명명했다.

연구소는 또한 이 바이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했는데 이는 이 박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도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한연구소는 2016년 대략 이런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폐광 갱도를 언급하는 대신 광부들의 사망 관련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구의 다수 바이러스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존재를 공개하는 것이 과학자의 도리”라고 지적해 왔다. 이 연구소는 미국의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었는데, 이와 같은 문제제기가 그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미국은 논문 발표 2년 전인 2014년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중단했다.

WSJ는 이와 같은 내용을 밝히면서 “우한연구소가 여전히 진상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앞뒤가 맞지 않는 정보를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굴에서 서식하며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매개체로 지목되는 박쥐 / 사진=연합뉴스
동굴에서 서식하며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매개체로 지목되는 박쥐 / 사진=연합뉴스

백악관 “독립적인 조사 필요”...CNN “내부고발자들 모두 사라져”

그러자 백악관이 반응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WSJ 보도와 관련, “우리에게는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진상을 알려면) 다양한 옵션을 살필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 측이 제대로 된 자료를 내놓아야 하며 국제기구가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요구”라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 선임고문인 앤디 슬라빗도 가세했다. 슬라빗은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이 지구촌에 분명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초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문가 조사팀이 우한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 같은 동물에서 중간 동물 숙주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같은 보고서는 또 “우한연구소 유출설의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적었다.

하지만 조사팀은 ‘우한 유출설’을 검토하면서 보고서 연구소 직원의 우발적 감염 가능성만 고려 대상에 두었을 뿐, 고의적인 실험실 유출 가능성은 고려 대상에 두지 않았다.

이번 WSJ의 주장은 이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WHO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 됐다.

미국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 사진=연합뉴스

이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자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19 수석 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가세하여 ‘우한 유출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파우치 박사는 지난 11일 일종의 코로나19 팩트체크 행사인 ‘유나이티드 팩트 오브 아메리카’에서 “여전히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 확신하나”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답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파우치 박사는 이어 “그렇게 말할 확신이 없다”면서 “우리 능력이 허용하는 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속 조사해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100%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재조사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같은 날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실험실 유출설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들이 점점 더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NN은 25일(현지시각)자 기사에서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의 존재를 은폐하려 했다는 증거는 충분하다”고 썼다.

CNN은 그 근거로 지난 2월 자체 취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출현 시기에 이를 경고한 중국 ‘내부고발자’들의 근황을 들었다. 그들 중 일부는 현재 실종 상태이고 다른 일부는 당국에 의해 구금되었으며, 나머지 일부는 코로나19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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