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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의 모든 것_1편 [김광훈 칼럼]

  • 기자명 양동균 명예
  • 입력 2019.01.0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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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Gerbeth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Intro


활에 대한 관심이나 기호는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을 제외하면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일반 대중은 물론이요, 소위 ‘음악 애호가’를 자처하는 이들조차 악기가 스트라드나 과르네리는 아닌지 여부에 관심이 있을 뿐, 정작 사용하는 활에 대해서는 무지한 수준이다. 아마도 활이란 물건은 모양새부터가 -악기에 비해- 단순하여 주목을 받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웬만한 저가 악기에는 그저 ‘딸려 나오는’ 물건 정도로 인식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일반인들에게 활이란 악기와 마찬가지로 ‘따로’ 구매해야 하는 물건이며, 전문 연주자들은 연주용으로 최소 두 개 이상에서부터 수집용으로 수십 개의 활을 구비하고 있는 사람도 있노라고 이야기하면 대개 놀라움을 표한다.

 

이에 더하여 전공자들이 선택하는 활의 가격은 최소 기백만 원에서부터 시작하여 수천만 원대에 이르며, 심지어 수억에 이르는 활까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고작’ 나무 작대기 하나에 이런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움과 더불어 허탈함(?)마저 표현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활은 중요하다. 활은 악기에 그냥 ‘끼워주는’ 물건이 아닌, 독자적인 역사를 가진 현악기의 한 축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악기가 가진 장점을 강화해 주고 단점을 보완해 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제 악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살리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악기의 빛을 잃게 만들기도 하는, 활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Domique Peccatte

 

활의 역사

 

활은 현악기의 탄생과 더불어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지만, 현대 활의 역사는 프랑수와 뚜르뜨(François Xavier Tourte, 1747 - 1835. 4. 25)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원래 시계 장인이었으나 곧 활 제작자로 변신, ‘활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칭호를 받으며 아직까지도 최고의 활 제작자로 칭송받고 있다.

 

모던 활의 시발점으로서 뚜르뜨 활은 이전 활에 비해 훨씬 무겁게 제작 되었는데, 그 이유는 활의 헤드 부분에 더 많은 나무를 사용했기 때문이며 또 그에 대한 대칭으로 균형감을 주기 위해 프로그 역시 더 무겁게 제작되었기 때문이라 전해진다. 이에 대한 결과로 사용 가능한 활털의 길이는 약 65cm, 그리고 균형이 잡히는 ‘밸런스 포인트’는 프로그로부터 약 19cm 지점에 위치하는 뚜르뜨 판의 ‘현대 활’이 완성된 것이다.

 

이후 뚜르뜨를 뒤따르는 수많은 명 제작자들 -Dominique Peccatte, Jacob Eury, Nicolas Maire, François Lupot, Nicolas Maline, Joseph Henry, Jean Pierre Marie Persois- 이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악기나 활 공히 뛰어난 제작자들이 더 이상의 지역 구분 없이 도처에 포진해 있지만, 현악기의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활은 프랑스에서 유독 명보우들이 많이 생산되었다.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비록 같은 기능과 음색이라 하여도, 그것이 프랑스산의 활이라면 훨씬 더 많은 금액이 책정되어 있다. 뚜르뜨는 평생 약 2000개 안팎의 활을 제작하였고, 오늘날에도 고(故) 아이작 스턴을 비롯하여, 많은 전문 연주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뚜르뜨는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활은 제작장에서 즉시 부러뜨리고 결코 작업장을 나가게 내버려 둔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단 한 번도 활에 바니시를 입혀본 적이 없고 오직 파우더와 오일을 활대에 문지르는 것으로 마감처리를 하였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해진다.

 

 

활의 각 부위별 명칭

 

분명 악기에 비해 단순한 외관을 가졌으나 활 역시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고 제각각 제작자의 미의식과 스타일, 그리고 맡은 바 기능이 있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활의 머리(Head)는 악기의 스크롤(Scroll)에 해당한다. 헤드는 활의 플레잉 스타일이나 기능에는 -악기의 스크롤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제작자의 미의식이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활의 헤드만 보고 이것이 어떤 제작자의 것이고 어떤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것은 비단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활대부분(Stick)은 활의 생명과도 같은 부분이다.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깎았느냐(라운드 활과 각활에 대한 차이는 차후에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어느 정도로 곡도를 잡아 주었느냐 등에 따라 그 활의 성격이 결정된다.

 

마감재를 감아두는 Winding 부분의 재료는, 활의 밸런스와 무게에 따라 결정된다. 보통은 은사로 감겨져 있으며, 금사를 감기도 한다. 금사는 밸런스의 이유로 이용되기 보다는, 보통 더 나은 재료(나무)로 제작자가 활을 제작했다는 것을 뜻할 때가 많다. 하지만 금사가 감긴 활은 은사의 활에 비해 소리가 강하며 컨트롤이 은사에 비해 더 어려운 경우도 있다. 나무 자체의 무게로 인해 은사나 금사로 밸런스를 잡아 주기 힘들 경우에는 이 부분에 고래힘줄(Whale Bone)을 이용하기도 한다. 고래 힘줄을 이용한 활들은 은/금사의 활과는 사뭇 다른 플레잉 스타일과 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활의 프로그(Frog) 부분. 개구리를 뜻하는 단어와 같은 용어를 쓰는 것은 순전히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는 활의 기능적인 부분으로 대개 흑단으로 처리되나 역시 금사의 활과 마찬가지로 제작자가 특별한 나무를 선별하여 보다 컬렉션의 개념으로 제작한 활에 한해 거북 등껍질(Tortoise shell)을 이용하여 프로그를 제작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가죽을 덧댄 부분(Thumb Leather) 역시 거북 귀갑으로 처리가 된다. 하지만 서방 일부 국가 등에서는 야생 동물 보호 협약에 따라 거북 등껍질 활의 제작 및 반.출입이 금지되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기실 거북 등껍질은 어디까지나 미의식을 위한 부분일 뿐, 실제 연주에는 활의 헤드와 마찬가지로 하등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흑단에 비해 재질이 몹시 약하여 파손의 위험이 크다. 끝으로 눈(Eye 혹은 Pariser Eye)과 흑단 끝의 활 조절 나사인 버튼(Button)을 통해서도 특정 제작자의 패턴이나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김광훈 교수]
독일 뮌헨 국립 음대 디플롬(Diplom) 졸업
독일 마인츠 국립 음대 연주학 박사 졸업
현)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정단원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겸임 교수
전주 시립 교향악단 객원 악장
월간 스트링 & 보우 및 스트라드 음악 평론가

 

(제공: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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