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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이야기?② 맥락 바꾸기는 쉬운가

맥락의 전환과 확장:맥락 바꾸기는 쉬운가?

  • 기자명 김진욱/기획위원
  • 입력 2018.12.18 11:20
  • 수정 2021.01.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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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시그널 기획위원

 

[필자주] 자소서는 필자가 2016년 모바일 앱 개발회사를 퇴직하고 인생 이모작을 준비할 즈음 우연한 계기로 <랭어 연구소>와 협업하며 진행한 한시적 프로젝트였다. 자소서에 관심을 둔 이유는 몰개성을 양산하는 교육, 어른들을 포함한 동시대인들이 가진 마인드셋(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거울같았기 때문이다. 개성이 죽고 획일화된 사고가 극복되지 않은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어떤 사회적 변화가 있다해도 풍요한 정신적 삶은 요원할 것이다. 이 연재는 학생을 위한 글이 아니라 '자소서'를 소재로 우리들 고정관념을 반추하는 글이다(물론 자소서 작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본 연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맥락전환의 기본원리 / 맥락전환은 쉬운가 / 자동반응 / 자동반응의 다양한 형태들 / 범주화의 오류가 초래하는 닫힌 세계 / 진실을 억압하는 통념들 / 논리와 표현 / 태도 그리고 서술 / 사실과 의견의 구분 / 싫은 삶의 대안적 가능성 / 맥락전환의 선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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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글 <맥락전환의 기본원리>를 필자 후배가 SNS에 공유했는데 어떤 분이 밑에 답글을 달았다.

“읽어봐도 어렵습니다. 의미는 알듯 싶은데요. 제가 자소서를 여전히 써야 할 것 같은데 오늘 밤에도”.

내가 강의할 때 수강하는 학생들 역시 "뭘 한게 아예 없어요"라 말한다. 봉사 경험을 묻는 데 아예 그런 경험이 없다면?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때는 '질문의 맥락'을 바꿀 수 있다. 예컨대 '봉사 경험 사례를 들고 배운 점을 말해보라'는 요구에, “저는 크게 내세울 만한 봉사활동은 없다. 다만 최소한 기부 활동을 해왔고 블라블라...” 식으로 봉사를 하지 못한 이유와 입학 후 봉사 활동 계획 그리고 그런 계획을 세우는 이유, 의미를 쓴 경우다(예1). 

또는 “저는 오히려 흔히 이뤄지는 개인적 봉사활동에 좀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제가 생각하는 봉사는 오히려 사회적 의미의 블라블라…”. 이런식으로 봉사활동에 대한 평소 생각을 밝히고 그 의미를 밝히거나 향후 계획과 자기 인생에서의 의미 등을 말한 경우다(예2). 구체적 내용은 각자 몫이다. 경험이 없다고 하니 가정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유연함이다. 다들 요양원 등 ‘스펙쌓기용 봉사’만을 봉사로 안다. 하지만 답변1은 '경험'의 의미를 확장했다. 간접 경험과 계획 등으로 넓혔다. 답변자2는 '봉사' 의미를 확장했다. '사회적 봉사'로 넓혔다. 둘 다 질문의 맥락을 확대했다.

경험 자체 보다 관점이 중요하다. 이를 판단관 혹은 우리 누구나 직관으로 알고 있다. 의견을 잘 드러내면 직접 경험이 아니라도 공감한다. 간접 경험도 경험의 범주다. 직접 뭔가를 행한 것만을 경험이라 생각하는 것은 ‘경험’이라는 단어에 얽매는 것일 수도 있다. 자소서에 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다. 나를 드러내는 것은 어떤 행동에 대한 서술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것은 어떤 의견(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자소서에서 중요도의 순서는  ‘자기> 소개>서’ 순서다. 즉 ‘자신의 관점> 객관적 경험> 서술 능력’ 순이다.  여기서 ①자기란–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표현한다는 것이며 ②소개란-주관적 생각보다는 객관적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며 ③서(書)란–이를 서술하는 능력을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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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정에서 일관되게 중요한 것은 다르게 보기이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듯 다르게 보는 것이 맥락바꾸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글에서 랭어교수 처럼 굳이 피트니스 센터에 가지 않아도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운동할 수 있다. 이게 새로운 맥락이다. 새로운 맥락은 어떻게 생겨날까? 문자그대로 프레임, 즉 보는 틀을 바꾸면 생겨난다. 예컨대 공항 가는 길에 새로 지은 아파트를 보고 ‘멋있네, 부럽네’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뜨면 그 아파트가 성냥갑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다른말로 프레임이 달라진 것이다. 이때는 다른 생각이 들 수 있다. ‘아 저런 데에서 우리가 아등바등 사는구나’하고. 시야가 넓어지자 다른 생각이 생겨난다. 아파트라는 객체가 갖는 물리적 특성은 그대로다. 오로지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과 시야만 바뀌었을 뿐이다. 대상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프레임만 바꾼 것(reframing)이다. 그래서 맥락 바꾸기가 영어로context reframing이다. 

비슷한 다른 예로 대안학교에 대해 생각해 보자. A는 사교육과 비인간적 경쟁을 반대하고 남다른 삶을 위해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냈다. 이 경우는 교육이라는 맥락을 의지에 따라 바꾼 경우다. 그런데 대안학교 안에서 또 제도 교육을 접목해 예컨대 자기만의 제도권 입시 준비를 할 수도 있다. 대안 교육이라는 공간 속에서 새로운 맥락을 만든 것이다. 반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제도권 교육을 선택한 B는 경쟁도 인생 몫이라는 생각으로 제도권 학교를 택했다. 그리고 제도교육 안에서 여행이나 독서 토론 등 다양한 대안적 활동을 할 수 도 있다. 이 역시 또 다른 맥락 바꾸기이다.

요지는 어떤 상황도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계는 없다. 다른 생각이 맞다거나 틀리다가 아니다. 다른 맥락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며 그럴 때 선택지는 넓어진다. 이런 맥락바꾸기는 인생사 의사결정에서 에서 중요한 전환이 될 수도 있다. 요컨대 겉으로는 비슷하나 실제로는 새로운 것, 새로운 요소를 만들어 내는 것이 맥락바꾸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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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든, 아니면 학교 선택이든 한 사안을 다르게 보듯 동일한 자소서도 마찬가지다. 넓게 혹은 새롭게 볼 때 맥락을 바꿀 수 있다. 궁하면 통한다. 다른 맥락에서 보면 새로운 면이 보인다. 이런 접근법은 말하자면 자소서 쓰기의 막막함에 대한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 치료다. 어렵고도 쉽다. 도입이 길어졌다. 다음 편엔 원래 하려던  ‘맥락 바꾸기를 방해하는 요소’를 보려 한다. ‘낯설고 새로운 것에 예민하지 않은 무의식적 반응’이 낳게 되는 잘못을 살펴볼 것이다. 중심은 자소서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아무래도 위의 후배 페이스북 친구분와 많은 독자는 여전히 이렇게 얘기하실 것 같다.

“읽어봐도 어렵습니다. 의미는 알듯 싶은데요. 제가 자소서를 여전히 써야 할 것 같은데 오늘 밤에도”

 

덧. 퀴즈. 지난번 글에서 거론되거나 시도된 맥락 바꾸기는 모두 몇가지 일까? 전편을 읽지 않은 독자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아래를 예시를 보고 맥락바꾸기에 대해 생각해보자.

①비: 외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나쁘나 모내기라는 측면으로 보면 좋다.

②호텔 청소노동자: 평소 건강이 나쁜 청소노동자들에게 청소를 운동처럼 하라고 했다. 그 생각만으로 실제 건강이 좋아졌다(하버드대 심리학과 종신교수인 앨렌 랭어의 실험).

③자소서에 대한 관점: 입시,취업에 형식적 절차인 자소서를,  ‘자기 바라보기’ 혹은 ‘자기 스토리 구축하기’로 바꾸자.

④자소서 내용: 작위적인 내용을 쓰지말자. 실제 발생했거나 혹은 평소 생각을 스스로 정리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요소를 찾아내 내 관점을 표현하자.

⑤랭어교수 강연: 프리젠테이션 할 때 동작을 크게 했다. 그래서 강의 동안 평소 부족한 운동을 추가했다.

⑥뉴턴: 사과가 떨어지는 일은 자연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일이다. 중력이라는 맥락과 연결하면서 과학사에 혁명이 일어났다.

⑦꿈틀 창업자 최초 자서전 작업: 명망가나 자비 출판, 대필 등 자서전 관행에서 가족 간 대화의 기록이라는 의미로 바꿨다.

⑧꿈틀 창업: 가족 간 선물을 위한 개인적 자서전 작업을 새로운 비즈니스로 바꿨다.

⑨새로운 자소서 강의: 사교육 및 대필 위주의 자소서 비즈니스를  긍정심리학을 결합한 워크샵으로 맥락을  바꾼다.

⑩마지막으로 자소서를 소재로 한 이글: 확대하면 맥락 바꾸기에 대한 글일 수 있다. 필자는 요구문에서 ‘거론되거나 시도된’이라고 말했다. 해석에 따라 모든 맥락은 바뀌거나 확장될 수 있다.

*맥락 바꾸기의 영어 context reframing에서 tex는 옷감이다. con의 어원은 함께다. 함께 엮어 짜는 데에서 ‘(어떤 일의) 맥락, 전후 사정, (글의) 맥락, 문맥’이란 뜻이 되었다. 즉, 한 경험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선 어떤 요소들이 뒤섞여 있는지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다음 백과). 또 reframe은 틀을 다시(re) 구성하는 것이다.

***

필자: 1985~1996년 성균관대 수학. 전 인포허브, 네오엠텔 본부장 등 모바일분야 IT업계 19년 근무. 스토리텔링 회사 <꿈틀> 기획이사를 거쳐 현 미니기업 <투와캠프> 운영 및 자영업. 꿈틀 재직 시 엘렌 랭어의 한국인 제자들이 설립한 심리연구소 <엘 엠 아이 코리아>와 협업해 랭어 긍정심리학을 기반한 <마인드풀 자기소개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메가스터디 윈터스쿨> <알로곤 학원> 등에서 강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적 강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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