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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의 모든 것_2편 [김광훈 칼럼]

  • 기자명 양동균 명예
  • 입력 2019.01.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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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nambuco wood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나무의 선택

 

저가의 활은 브라질우드 등의 재료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대개 활을 만드는 주재료는 퍼냄부코(Pernambuco) 나무이다.

 

브라질의 퍼냄부코 강 유역에서만 자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어졌다. 가격이 아주 비싼 것으로 유명한데, 세계 유수 활 제작자들이 이러한 나무를 바로 수입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몇 십 년은 건조해야 제대로 된 활을 만들 수 있고 또 건조. 숙성된 퍼냄부코 나무에서 사용 가능한 부위는 중심부 극히 일부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기실 현대 활 제작자의 난제 중 하나는 바로 이 나무의 선택이다. 활은 그 특성상 좋은 나무의 선택이 전체 제작의 상당부분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부분인데, 무분별한 벌목으로 현재 퍼냄부코 나무는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세계의 활 제작자들은 연합회를 구성,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더해 수출입과 무역의 제한마저 일어나고 있으니 활 제작자들은 이를 대체할 재료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통상 나무의 밀도가 높은 활은 소리가 화려하나 단단하여 발음이 억센 단점이 있고, 밀도가 낮은 나무를 사용한 활은 편안하고 안정적이며 유연하나 소리의 초점에 있어 밀도가 높은 나무에 비해 아쉬움이 있다. 요컨대 양자를 다 만족시키는 나무를 찾기는 쉽지가 않으며 때문에 각각의 특징을 가진 활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나무를 다루고 제작하는 제작자의 솜씨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violin_bow_Rolland

 

 

각 활과 둥근 활

 

활은 최초의 제작 시에 각 활(Octagonal Bow), 그러니까 8면의 각이 있는 활의 형태이다. 이것을 다시 한 번 깎아 둥근 활(Round Bow)의 형태로 완성하는 것이다. 모든 조건이 완전히 동일한 경우, 각활과 둥근 활 사이의 음색이나 연주성에 차이점은 거의 없고, 실제 차이점은 다분히 심리적인 면에서 발생하는 것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거나 연주자들은 대개 둥근 활을 보다 선호하는 편이지만 여기서 여러분들이 알아야 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뚜르뜨의 최고 수준의 활들 중 상당수는 각 활이라는 사실이며, 두 번째로는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각 활을 만드는 것이 보다 까다롭다는 사실이다. 대개 나무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활로 각 활을 제작하며 보다 높은 나무로 둥근 활을 제작한다. 현대 활을 포함, 최고 수준의 활들에서 각이냐 라운드냐를 구분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해 보인다. 나탄 밀슈타인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과거와 현대의 대가들의 연주나 기록을 보면, 각 활을 선호하는 이들도 둥근 활만큼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음색 적으로 둥근 활이 각 활에 비해 좀 더 다채롭다는 점, 반면에 각 활이 둥근 활에 비해 보다 탄력적이며 테크닉의 실현이 용이하다는 차이점은 있다.

 

▲Voirin

 

활에 대한 기호

 

이름 난 악기와 마찬가지로 뚜르뜨나 페카트 같은 유명 활 역시 억대에 이르는 가격을 형성하고 있고, 그러한 유명세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하지만 악기와 활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활이 악기에 비해 보다 ‘주관적’ 이라는 사실이다. 때문에 전혀 이름 없는 제작자의 활을(중국 활을 포함하여) 주로 사용하는 전문 연주자들도 있고, 또 현대에 이르러서는 선호하는 (살아있는) 현대 활의 제작자들이 저마다 다르다.

 

밸런스나 무게에 대한 기호도 제각각인데 바이올린 활은 활털이 장착되어 있는 상태에서 보통 60에서 62그램 정도를 일반적인 경우로 취급하나 더 가벼운 활을 선호하는 이도 있고, 심지어 핀커스 주커만의 예에서처럼 더 무거운 비올라 활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예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림1_Albert Nuernberger

 

뛰어난 활이긴 하나 프랑스 명품이 아닌 독일의 ‘알버트 뉘른베르거’를 애용했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나 다양한 현대 활을 즐겨 쓰는 작금의 율리아 피셔, 혹은 아주 오랜 기간 독일 드레스덴의 활 제작자, 다니엘 슈미트(Daniel Schmidt)를 애용했던 오스트리아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안 라흘린 등이 이러한 좋은 예다.

 

하이페츠의 활, 키텔의 전수자를 찾던 후원자가 마침내 벤게로프를 점찍고 그에게 키텔을 물려주었으나, 하이페츠의 활이라는 상징성을 제외한다면 연주상의 불편함을 이유로 몇 년 뒤 활을 돌려준 벤게로프의 일화는 활에 대한 이러한 ‘주관성’을 잘 드러내 주는 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A에게 불편한 활이 B에게는 안성맞춤일 수가 있는 것이 활의 세계다. 활의 무게를 느끼는 오른손, 그리고 저마다 극명히 다른 보잉 테크닉 등으로 나에게 맞는 활은 오직 나 스스로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김광훈 교수]
독일 뮌헨 국립 음대 디플롬(Diplom) 졸업
독일 마인츠 국립 음대 연주학 박사 졸업
현)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정단원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겸임 교수
전주 시립 교향악단 객원 악장
월간 스트링 & 보우 및 스트라드 음악 평론가

 

(제공: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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