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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곤충에 대한 관점들 [류시두 칼럼]

  • 기자명 양동균 명예
  • 입력 2019.01.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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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에 위치한 아코메야 매장

 

[미디어파인=류시두의 식용곤충 이야기] 도쿄에는 특별한 쌀가게가 있다. 긴자와 신주쿠 등 도쿄의 번화가 중심에 자리한 아코메야는 일본 전역에서 가져온 쌀을 판매하는 곳이다. 스타벅스 등의 브랜드를 일본으로 들여온 사자비 리그가 운영하는 이 가게는 단지 쌀을 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치를 제안한다.

 

쌀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주식이지만 현재는 소비량이 급감하고 있다. 서구화된 식문화라던가 다양한 대체제의 등장 등 여러 요인으로 집에서 밥을 지어먹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왜 쌀가게 일까. 아코메야는 다양한 쌀을 판매한다. 품종도 다양하며 지역이나 도정한 정도를 달리하기도 한다.

 

다양한 쌀을 맛보라고 2-3인 정도로 소포장한 쌀을 판매한다. 물론 아코메야에서 쌀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쌀을 중심으로 주방 집기나 반찬, 혹은 쌀을 가공한 과자나 술을 판매하기도 한다. 이는 아코메야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 때문이다. 아코메야는 단순히 쌀 소비를 늘리겠다거나 쌀이 시장성이 있어서 판매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쌀을 중심으로 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다.

 

▲소포장된 쌀을 판매하는 아코메야 매장

 

곤충 식품 산업도 아코메야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관점의 변화다. 쌀을 20kg 포대에 담아 쌓아두고 파는 것과 2-3인분씩 소포장되어 다양한 품종을 판매하는 것은 관점의 차이다. 매장에서 직접 밥을 지어 주며 손님 취향에 맞는 쌀을 추천하는 것은 단순히 쌀을 판매한다기 보다는 가치를 제안하는 과정이다. 곤충 식품도 이러한 관점을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식용 곤충을 판매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곤충을 이용한 가치 있는 식품을 제안해야 한다.

 

혹자는 곤충 식품에 대해 이런 질문은 한다. ‘왜 곤충 식품을 먹어야 합니까?’ 사실, 곤충이 들어 있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찾거나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곤충이 들어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가치가 없는 식품이 되지도 않는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는데는 여러 요인이 있으며, 결국에 가격에 대비한 효용, 즉 적절한 가치를 제공하느냐의 문제이다. 하지만 마치 과거의 쌀가게와 같이, 곤충 식품 산업 내의 시야는 먹을 수 있는 곤충을 판매한다는 것으로 좁혀져 있다. 제품이 지닌 가치와 구매하는 과정 전반에 있어서의 만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구매는 물론 재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렇다면 어떠한 곤충 식품이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일까. 곤충이 식품으로써 지닌 가치는 다양하다. 기존의 축산업에 대비한 효율성이나 지속가능성일 수도 있고,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수단 - 육고기가 아닌 대안으로써 - 으로써의 가치도 있다. 한편으로는 미식의 관점에서 곤충만이 지닌 맛과 향, 식감이 매력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곤충 식품이라는 이색적인 면이 호기심과 재미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소비자들 개개인은 만족과 효용을 느끼는 가치가 다르며, 이 때문에 어느 하나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오히려 곤충 식품을 만들고 제공하는 이들 각각이 가치와 시장을 재정의하고 그에 따라 제품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제품에 곤충을 많이 넣었다고 더 훌륭한 제품, 혹은 더 선호되는 제품이 되는 것이 아니다. 곤충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혹은 반대로 완벽히 숨긴다고 해서 더 나은 제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의 문제다. 단순히 먹을 수 있는 곤충을 판매한다는 의식에서 가치 있는 곤충 식품을 전달한다는 생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진_퓨처리얼) 곤충 식품은 어떤 가치를 제안할 수 있을까?

 

최근 곤충 식품이 대형 유통망에 정식 입점되면서 곤충 식품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퓨처리얼 같은 곤충 시리얼 제품이 대형 유통망에서 판매될 수 있는 이유 역시 위와 같은 맥락이다. 그저 곤충 분말만 시리얼에 좀 넣으면 가치 있는 식품이 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곤충 시리얼이기 이전에 식품으로써의 다양한 고려가 먼저다. 누가 먹을 것인지, 얼만큼의 양을 담고 어떤 영양소를 담을지, 그리고 맛이나 패키지에 대한 고려 등이 우선되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곤충이 지닌 가치가 맥락있게 자리 잡아야 한다.

 

아코메야가 주는 교훈처럼, 무엇을 팔아야하는지 보다 어떤 가치를 제안할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류시두 이더블 대표이사

 

[류시두 이더블 대표이사]
서울대학교 경제학 졸업
카이스트 정보경영 석사 졸업
(사)한국곤층산업협회 부회장(학술위원장)
현) 이더블 주식회사 대표이사

 

저서 : 식용곤충 국내외 현황

 

(제공: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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